어제 다샘교회 예배 후 식사 친교 시간에 아무개 장로가 나에게 물었다.
김- 텃밭에 김장 배추 심으셨습니까.
나- 아직요. 텃밭만 정리하고 있습니다. 오는 주간 후반에 비가 온다고 하니 그때 심으려고요.
김- 보통 김장 배추는 8월말에 심습니다. 늦었네요.
나-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보군요. 당장 내일이라도 심어야겠네요.
오늘 테니스장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영천 시장에 나가서 모종 집에 들렸다.
배추 모종 24개와 무 모종 21개, 그리고 10월에 뿌려서 봄에 수확할 배추와 시금치 씨앗도 샀다.
갯수가 딱 떨어지지 않는 이유는 각각 20개씩 달라고 하니
모종판 줄로 끊어서 팔다보니 몇개씩 더 딸려온 것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그냥 세줄, 네줄 달라고 할 건데, 주인장에게 미안하다.
아래는 귀여운 배추 모종이다.
꼭 신생아 같다. 신생아 피부처럼 부드럽다. 옆으로 길이는 7센티미터 정도다. 신생아에게 시간에 맞춰서 우유를 주듯이
이 모종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공급해줘야 한다. 모종삽으로 적당한 구덩이를 만들고 그곳에 물을 먼저 붓고 물이 어느 정도 흙에 젖어든 다음에 모종을 심고 손에 적당한 힘을 가해서 눌러줘야 한다. 아이 다루듯이. 한창 뜨거운 오후 1시에
이 작업을 했는데, 모종이 금방 시들기 시작했다. 다시 물을 줬다. 아주 부드럽게 물을 줘야 한다. 손바닥에 물을 받아서 살짝 뿌렸다. 두 시간 후에 나가보니 다시 생기가 돌았다. 육아 실천이 따로 없다. 너무 더워서 천천히 작업했는데도 더위가 무서워서 배추 모종 심기만 마쳤다. 무 모종 심기는 내일 아침으로 미뤘다. 아래 모종판에 담긴 무 모종이다. 일곱개씩 석줄이다.
모종 상회 주인 여자분이 '무 모종이 다 팔렸고, 지금 남은 건 너무 어린데 키울 수 있으실까요? 일주일에 한번 주말 농장에 오는 분이면 안 되고, 매일 심긴 모종을 살 필수 있으면 됩니다.'라고 했다. 나는 입양 자격이 있는 셈이다. 저 어린 친구들이 세달쯤 자라면 어른 팔뚝만한 크기로 자란다. 우리 텃밭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아서 얼마나 자랄지는 자신할 수 없다. 작년에는 일반 무에 비해 반 정도 크기였다.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이제 아침 저녁으로 나가서 저 아이들 자라는 걸 보고, 가물 때 물을 주고, 벌레가 있으면 일일이 손으로 잡아주는 일만 남았다. 기대가 된다.
지난 9월9일에 정식한 배추 모종이 두달반여 지나니 아래와 같이 되었다.
그동안 더위와 벌레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배추 친구들이 어느 정도 제 몫으로 커주었다.
3분의 1은 속이 꽉찼고, 3분의 1은 그런대로 먹을 게 있고, 3분의 1은 죽거나 시원치 않다.
내년에는 어릴 때 방제를 1-2번이라도 해줘야겠다. 다른 텃밭 작물도 마찬가지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이 완전 유기농으로 키운다는 건 허세라는 걸 이제 느꼈다.
아래 배추 사진에서 보듯이 모종과 비교해보면 거의 기적과 같은 일이 그들에게 벌어진 셈이다.
그렇다. 땅은 아직 살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