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생활은 뭐니 뭐니 해도 흙과의 공생이다.
대도시에 살아도 흙을 벗어날 수는 없으나
흙 마당과 텃밭과 비포장 길이 있는 시골 생활과는 비교할 수 없다.
오늘 오전에는 영천 테니스장에서 시니어 회원들과 가볍게 테니스 세 게임을 했고
(결과는 사이좋게 1승 1패 1무승부)
점심을 집에서 간단하게 먹고 오후 내도록 마당에서 일했다.
흙과 풀과 벌레와 햇볕과 함께 4시간을 지낸 셈이다.
햇볕은 따가웠으나 기온이 적당해서 일하기가 힘들지 않았다.
지난 금요일과 토요일에 내린 가을비로
마당에서 자라는 잔디와 잡풀이 무성해졌다.
이상하다.
비가 내리기 하루 전만 해도 마당 잔디가 누렇게 말라 죽어가는 듯했는데,
비가 내렸다고 해서 하루 만에 마술쇼처럼 완전히 달라지다니 말이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 아직 이해가 안 가도 내 눈으로 확인했으니 믿을 수밖에.
잔디와 풀을 예초기로 깎아주고,
그걸로 처리할 수 없는 곳에 있는 잡초는 쪼그려 앉아서 호미로 뽑아냈다.
습기 많은 구석에 여뀌(다샘교회 어제 주보 표지 사진)와 까마중(?)이 이번 가을비로 우거졌다.
까마중은 크기가 1센티 정도 되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별모양으로 예쁘장하다.
까마중은 만개하면 고개를 아래로 숙여서 정면 사진 촬영을 못했다.
쪼그리고 앉아서 이 친구들을 뽑아내다 보니
오전에 테니스 운동하느라 시달린 무릎 관절이 더 시달렸다.
쪼그렸다가 일어날 때 조심해야 한다.
자칫 무릎 관절이 ‘뚝’ 하고 나갈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 집 마당에서 흙이 맨살을 순전하게 드러내는 장소는 텃밭이다.
이번 가을 농사는 멀칭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제 주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에 텃밭에 나가보니
세차게 내린 빗줄기로 모종이 온통 흙투성이가 되었다.
그것만이 아니다. 모종들이 벌레 공격을 받아서 심각한 상처를 입었다.
모종, 비, 벌레, 흙이 내가 원하지 않은 장면을 연출한 셈이다.
중환자실로 데리고 가야 할 형편이다. 기사회생하기를 바랄 뿐이다. 서너개가 이런 상태이고, 두 세개는 더 나쁜 상태이고, 나머지는 그런대로 무사하다. 무 모종은 아래에서 보듯이 더 처참했다. 세 개 정도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폭염으로 고생하다가 이제 살만하다 했는데, 이런 공격을 받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도 농약 방제는 하지 않고 견뎌보겠다. 오늘은 벌레를 세 마리밖에 잡지 못했다. 부드러운 모종을 실컷 먹고 땅속으로 숨었는지 모르겠다.
유구무언!!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니라.”(창 3:19)라는 말씀을 오지게 연습한 하루였다.
사진으로 보기엔 채소를 기를 땅이 아니네요.
거름기가 전혀 없고 굵은 모래(?)가 강가같네요.^^
우선 흙갈이를 해서 밭에 흙을 두툼하게 하는 것이 우선일듯 싶네요.
체소도 골을 만들어서 뿌리가 내릴 공간을 만들어줘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