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전 9월14일 토요일에 정화조 청소를 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업체에 연락해서 똥차를 불러야 한다.
그게 좀 번거롭다. 어느 때는 새벽에 오고, 어느 때는 오후에도 온다. 그래서 가능한 한 시간을 서로 조정해보려고 한다.
실무를 맡은 분이 14일 오전에만 일한다고 해서 그렇게 약속을 잡았다.
지금까지는 소형 똥차가 왔으니 이번에는 대형차가 왔다. 근사한 모습이다.
차가 커서 그런지 일하는 분들도 두 분이다. 이전에는 환갑이 훨씬 넘어보이는, 살이 좀 짼 분이었는데,
이번에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건장한 남자 두 사람이라서 마음이 든든했다.
한 사람은 호수를 정화조에 들이밀고 다른 한 사람은 똥덩이가 뭉치지 않도록 막대기로 풀어야 한다.
두 사람이 서로 힘을 모아서 일을 하니까 한 사람이 끙끙댈 때보다 보기에도훨씬 좋았다.
나보고 직접 정화조 안을 들여다 보라고 한다. BEFORE와 AFTER를 확인시켜주는 것이다. 확연하게 표시가 났다.
그분 하는 말이 아마 이번이 가장 깨끗하게 치워졌을 거라고 한다. 고맙다고 했다.
옆 텃밭에 호박이 있어서 하나씩 드릴까요, 했더니 별로 노땡큐다.
늘 정화조 청소할 때마다 느끼는 바이지만, 전원주택이 아무리 예뻐도 똥통이 있는 것처럼
사람이 아무리 예뻐도 몸 안에 똥을 안고 사는 거라고 말이다.
육체만이 아니라 마음도 비슷하다. 아무리 도가 깊은 사람이라도 똥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마음이 숨어 있다.
완벽하게 순수한 것은 없으며, 모든 것이 어울려서 생명을 이룬다.
일년동안 잘 먹고 잘 배설하면서 살았으니 정화조와 똥차와 그 일을 하는 노동자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나- 얼마에요?
그- 3만5천원입니다. 영수증 드릴게요.
나- 작년과 똑같군요. 여기 4만원입니다.
그- 5천원 돌려드릴게요.
나- 아니요. 그건 수고비입니다. 수고하셨어요.
그- 고맙심더.
오 저희는 명단이 누락되었는지 한번도 정화조 청소하라는 전갈을 받지 못했어요.
하는 건지 알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옆집이랑 모두 일년에 한번씩 통보를 받는다네요.
목사님 글을 보고 이제서야 정화조 청소 업체에 전화를 했습니다.
무지 많은 양의 똥이 쌓였겠지요? ㅎㅎㅎ
모든 사람에게 있는 빛과 그림자... 다 받아들이는 훈련을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