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 22:11

조회 수 789 추천 수 0 2024.05.08 20:02:30

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94

22:11

불의를 행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행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하게 하라

 

어린 양이신 재림주 예수께서 속히 오실 것이며 때가 가까웠기에사람이 자신의 삶을 바꿀 여유가 더는 없습니다. 불의한 자와 더러운 자는 그대로 불의하고 더럽게 살게 하고, 의로운 자와 거룩한 자는 그대로 의롭고 거룩하게 살게 하라는 명령입니다. 이런 명령은 어딘가 이상하게 들립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오히려 불의한 자는 더 시급하게 의로워져야 하고, 더러운 자는 더 시급하게 거룩해져야 하는 게 아닙니까. 하나님은 아버지의 유산을 챙겨 멀리 떠나서 방탕하게 살다가 거지가 되어 돌아온 둘째 아들을 위해서 잔치를 베푸는 분이 아닙니까.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을 구원하라는 게 하나님의 지상명령이 아닌지요. 하나님께서는 단 일 초만으로도 사람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분이 아닙니까.

본문은 물론 역설적인 표현이지만 사람과 그 삶에 대한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사람은 변하기 어렵습니다. 자신이 그동안 붙들고 살았던 생각과 행동의 패턴을 바꾸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돈벌이와 세상살이에 바쁘다는 이유로 전혀 책을 읽지 않던 사람이라면 늙어 시간이 많아져도 책을 읽지 않을 겁니다. 다른 사람의 약점을 지적하는 방식으로 심리적인 만족을 느끼는 사람도 그런 삶의 태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습니다. 알코올중독자가 거기서 벗어나기 힘든 이유는 술이 그의 몸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무슨 책을 읽으며, 무슨 음식을 먹고, 어떤 사람과 어울려 지내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 자체가 결정됩니다. 예외의 경우가 있기는 하나 전반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런 점에서 교회 공동체에 속한다는 건 단순히 신앙 여부를 떠나서 삶 자체를 결정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사도신경에 나오는 거룩한 공교회와 성도의 교제를 믿는다는 말이 공연한 게 아닙니다.

이런 설명이 일종의 숙명론적인 세계관처럼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람은 변하지 않기도 하나 분명히 변하기도 합니다. 조금씩 변하기도 하고 크게 변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변하는 순간이 마냥 지체될 수는 없습니다. 자기 삶을 바꿀 수 없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습니다. 암이 자라서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통해서도 완치될 수 없는 한계점이 오듯이 말입니다. 그 한계점 이전에 치료받아야겠지요. ‘그대로 하게 두라.’라는 본문은 다른 이의 운명을 방관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하나님 안에서 벌어질 그 긴박성에 대한 강조라고 봐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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