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주일 설교를 마치고 저녁때 집에서
설교 복기를 OBS Studio 앱으로 녹화했다.
매월 첫째 주일은 서울샘터 예배 후에 현장에서 설교 복기를 녹음하여
나중에 동영상 파일로 변환하고,
둘째 주일은 다샘교회에서 예배가 끝나고 점심 식사 후
현장에서 설교 복기를 녹화한다.
나머지 주일은 내 서재에서 녹화한다.
설교를 한 번 했으면 그것으로 끝이지
왜 복기까지 하느냐고,
그게 그렇게 재미있냐고 아내가 묻는다.
내 생각에 설교 행위는 바둑과 비슷하다.
바둑에서는 승부도 중요하지만
좋은 수를 찾아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바둑 프로 기사들은 이겼을 때 환호성을 치지 않는다.
졌어도 크게 낙담하는 모습을 웬만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누가 승자이고 패자인지 표시가 안 난다.
시합이 끝나고 이어서 복기를 시작한다.
그들에게는 바둑이 일종의 도(道)다.
설교도 성경 텍스트 안에 있는 길을 찾는 행위다.
길이 딱 정해지지 않았다.
설교자의 안목에 따라서 옳은 길을 찾을 때도 있고
말도 안 되는 길을 청중에게 제시할 때도 있다.
청중들은 아마추어이기에 프로라 할 수 있는 설교자가 무슨 말을 해도
그게 옳은지 그른지 분별하기도 힘들고,
어느 정도 분별해도 시비 걸 수 없다.
설교자 스스로 자기의 설교 행위의 엄중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설교 행위를 도가 아니라 기술로만 여길 것이다.
나는 내 설교가 정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답은 종말로 열려있기에 그 누구도 완전하게는 모른다.
다만 정답에 가까운 길을 찾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나 자신을 위해서라도 나는 설교 복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 바둑 기사가 더 좋은 수를 찾고 싶어 하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