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개인적인 생각을 말씀드려도 괜찮겠지요. 아무런 의학적이거나 사회학적 근거는 없는 생각입니다.

저는 지금 72세입니다. 비슷한 연배에 속한 이들은 다 느끼겠지만 숫자로 나이를 실감하지는 못합니다.

몸이 크게 망가지거나 기억력이 급속도로 나빠지면 늙었다는 걸 실감할 뿐이죠.

십여년전 환갑이 되었을 때가 제 인생의 황금기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젊었을 때에 비해서 몸이 크게 쇠약해졌다는 느낌이 없는데다가 생각은 젊은 시절보다 더 풍부하고 깊어졌으니까요.

지금의 나이가 되니까 오히려 지금이 황금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 느낌, 착각(?)이 듭니다. 

분명히 몸은 약해졌고, 기억력은 쇠퇴해졌으나, 그게 일상생활에서 눈에 확 띄는 건 아닙니다. 조금씩 약해질 뿐입니다.

앞으로 몸과 마음이 훨씬 더 노쇠한 80세가 되어도 그게 저에게는 황금기가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무슨 말씀인가. 인생에 황금기가 따로 없다는 뜻입니다. 지구에 위와 아래가 따로 없듯이 말입니다.

엄마 품속에 안긴 젖먹이 시절, 초등학교 시절, 틴에이저, 혈기왕성한 20대, 30대, 40대가, 그리고 아직 오직 않은 80대가

제 각각의 모습으로 아름답고 행복하고 꿈결같고, 사랑스러워서 절정입니다. 제가 보기에 그렇습니다.

겉사람은 노쇠해가나 속사람은 날로 새롭도다라는 바울의 진술이 단순히 종교적 수사가 아니라 삶의 실체인 거지요.

아주 극단적인 경우를 예로 든다면, 호스피스에 들어간 사람에게도 그 순간이 삶의 절정일 수 있답니다.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고, 실감하기 힘들기도 하겠으나 이런 영성이 없으면 그리스도교 신앙은 성립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너무 뻔한 대답처럼 들릴지 모르나, 생명 창조주이자 완성자이신 하나님과의 결속입니다.

하나님과의 결속이, 또는 하나님에게 받아들여지는 사건이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예배에서 압축적으로 나타납니다. 

6월 한달 다섯 주일을 맞아서 우리는 최선으로 예배를 드려보겠습니다.

대구성서아카데미 원장 정용섭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