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기독교는 무엇이며, 기독교인은 누구일까? 도대체 우리의 정체는 무엇인가? 우리는 무엇을 희망하며 사는가? 우리는 어떤 구원의 현실들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가? 우리는 구원과 생명을 지향하고 있기라도 하는가? 왜 예수가 主이며 메시야이며 종말의 심판자라고 믿는가? 처녀인 마리아가 어떻게 예수를 출산할 수 있었단 말인가? 인간은 과연 부활하는가? 그것을 실제로 믿는가, 아니면 믿는 척 하는가? 우리의 신앙이 광신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떻게 보증할 수 있단 말인가? 왜 기독교인이 유대인의 역사인 구약을 읽어야 하는 걸까? 한국 교회는 어떻게 한민족의 구원에 참여해야만 하는가? 하나님이 어떻게 셋이며 동시에 하나로 존재하는가? 이 세상의 마지막은 실제로 오는가, 그렇다면 어떤 모습으로?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이 세계 현상과 시간이 실제하는 걸까? 우리가 기독교인으로서 책임적으로 진술해야할 주제는 한참이나 더 나아가야 하지만, 이쯤 해 두자. 방향을 잡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이 책은 위에서 두서없이 제시한 주제들, 그리고 그 이외의 여러 주제들에 대한 답변을 찾아보려는 노력이다. 어느 정도로 가능할지 모르지만, 이 책은 기독교를 인문학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무조건 믿으라는 강요나, 아니면 아전인수 격인 설득에 머무르지 않고 기독교의 타당성을 실질에 근거해서 해석하자는 것이다. 이는 곧 기독교의 교리적 특색으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인간, 세계, 그리고 이를 둘러싼 많은 현실을 바탕으로 기독교를 설명하는 방식이다. 생각해 보라. 인간의 죽음, 물리적 세계, 죄, 전쟁, 사랑, 예술, 정치, 교육, 노동 등, 우리 주변의 모든 사실과 현실 없이 무슨 진리를 말할 수 있는가를.
이 책의 독자층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성적인 신앙을 찾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일방적인 믿음이 아니라 이해를 전제로 한 기독교 신앙이 필요한 이들이다. 일반적으로 교회에서는 그들이 설 자리가 없으며, 심한 경우에는 교회성장에 방해거리가 되는 이들로 치부되어 소외당한다. 다음으로는 신학생 저학년들도 이 책의 대상이다. 앞으로 전공에 입문하여 신학다운 신학을 공부하기 위해서 필요한 오리엔테이션이, 실용적인 측면이라기보다는 인문학적 소양으로서의 신학적 관점에서 어느 정도 주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이 어떤 이들보다도 특별히 중요한 대상으로 삼은 이들은 삶을 진지하게 생각하는 비기독교인들이라 할 수 있다. 어떤 특별한 종교에 속하지는 않았지만, 혹은 타종교에 속해 있지만, 세상과 생명과 인간, 그리고 시간과 역사와 구원문제를 자기 삶의 중심축에 두고 있는 이들에게 기독교를 말하고자 한다.
처음에 제기했던 질문에 대한 이 책의 답변은 분명한 목표를 전제하고 있다. 기독교가 말하는 구원은 참된 구원에 손색이 없다고 말이다. 숱한 허물을 안고 있는 교회지만 2천년 역사를 통해서 여전히 구원의 알맹이들을 지켜왔다. 그것이 바르게 해석되기만 한다면 교회가 종말론적 징표로서 자기 정체를 여지없이 드러내어도 좋으리라.
마지막으로, 기독교에 호감을 갖고 있는 이들과 반감을 갖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부탁드린다. 기독교에 대한 고정관념 없이 이 책을 읽어주십사고. 이것 하나만은 기억해 주십사고. “인간은 죽는다. 그것도 속한 시간 안에서 죽는다.” 이것을 전제한다면 우리는 최소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으리라.
주(註)는 난외로 돌리지 않고 본문에 넣었다. 각장마다 도움이 될만한 책을 다섯권씩 추려보았다. 그 책들만이 유일하거나 가장 뛰어난 자료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지난 수년간 계명대학교와 대구대학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했다. 그 강의실에서 만났던 젊은이들을 기억하며 … …2001년 여름 환성산 아랫 동네 하양에서 정용섭


차례

1장: 초대교회의 토양
원시 기독교 공동체/ 유대인의 생존투쟁/ 율법/ 시내산/ 안식일/ 성결법

2장: 역사적 예수
처녀 마리아/ 인간예수/ 출가/ 세례요한과 예수/ 하나님 나라/ 팔복/ 제자선택

3장: 십자가와 부활사건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밥상공동체/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손 씻는 빌라도/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빈 무덤

4장: 세계교회의 역사
오순절 성령강림/ 313년/ 1054년/ 1517년/ 솔라 스크립투라/ 솔라 피데/ 솔라 그라티아/ 1948년

5장: 구약성서와 히브리즘
히브리즘과 크리스챠니티/ 하나님 말씀으로서의 성서/ 전승으로서의 하나님 말씀/ 모세오경/ 빛이 있으라/ 너의 고향을 떠나라/ 엑소더스/ 만나와 메추라기/ 예언서/ 성문서

6장: 신약성서와 구원의 보편성
신약성서의 형성과정/ 복음서/ 사도의 선교역사/ 서신/ 바울과 기독교/ 요한계시록

7장: 기독교의 형태와 본질
예배/ 기도/ 헌금/ 성찬식/ 목사/ 장로// 당회 여성안수

8장: 하나님에 대한 물음
존재에 대해서/ 실체론적인 하나님 이해/ 신앙적 인식론/ 하나님의 불변성/ 비종교적 해석/ 삼위일체로서의 하나님

9장: 인간에 대한 물음
인간이란 무엇인가?/ 신앙의 인간론적 바탕/ 창조와 진화/ 호모 에렉투스/ 인간은 흙이다/ 영적인 존재/ 인간 현실로서의 죄/ 죄는 숙명인가?

10장: 기독교의 윤리적 지평
가치 판단/ 존재와 행위/ 개인과 사회/ 성서는 기독교 윤리의 전범인가?/ 인간 본질로서의 성/ 금욕과 쾌락/ 청빈과 소유/ 유기론적 생명윤리

11장: 기독교와 한민족
이승훈과 김대건/ 기독교 신앙과 서구문화/ 언더우드와 아펜셀러/ 직접선교, 간접선교/ 근본주의/ 기독교 교파

12장: 21세기의 한국교회, 그 전망과 희망
한국교회의 미래는 있는가?/ 복음, 세상 안인가, 밖인가?/ 타종교에도 구원이 있는가?/ 남북통일은 구원이다/ 땅은 하나님의 것이다 /기독교의 구원론적 지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