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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샘&라일락

조회 수 4513 추천 수 0 2019.04.19 12:17:48

우선 아래 사진을 보세요. 제가 보기에 라일락입니다. 이걸 찍게 된 사연을 말씀드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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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들렸던 병원 옆 어느 개인 주택 마당에 화려하게 피어있는 라일락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똑딱이 사진기로 찍었습니다. 다리를 절뚝 거리면서 그곳까지 가느라 품을 좀 팔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병원은 영천시외버스정류장 근처의 아무개 정형외과입니다. 어젯밤을 꼴딱 샜습니다. 침대에 누웠지만 발 통증으로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런 일도 간혹 있으면 재미 있긴 합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줄이고 줄여서 올리고, 1층으로 내려가 점심을 먹은 뒤에 약을 먹어야합니다.

월요일 저녁에 테니스장에 다녀왔습니다. 컨디션은 좋았습니다. 화요일 오전에 맥그래스 <우주> 강독을 녹음하고, 오후에 <목사 구원> 교정을 본 뒤에 늦은 오후부터 마당에 나가서 벼르던 일을 해치웠습니다. 텃밭의 펜스를 설치하는 겁니다. 그것도 또 사연이 길긴 합니다. 어쨌든지 장화를 신고 정신 없이 이리저리 옮겨가면서 곡괭이질도 하곤 했습니다. 우리집 텃밭에 돌이 많아서 무거운 곡괭이 아니면 펜스에 필요한 파이프를 박을 구덩이를 팔 수가 없습니다. 곡괭이 자루가 헐거워서 중심 잡고 내려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돌도 튀었습니다. 정신없이 곡괭이질을 하다가 그만 .... 내 발등을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내리 찍 . . . 지는 않았으나 울퉁불퉁한 바닥을 밟고 있는 내 발에 무리가 간 것 같습니다. 그때는 몰랐지요. 화요일 밤에 늘 하던 대로 실내 자전거 타기와 푸쉬업까지 다 끝내고 가벼운 마음과 몸으로 자리에 들었습니다.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엄지 발가락 아랫 부분의 느낌이 불쾌했습니다. 오후에 수요성경공부를 다녀왔는데, 상태가 여전히 좋지 않았습니다. 수요일 저녁에 들리는 테니스장은 포기했습니다. 대신 집사람 방 창문에 화분대를 설치하고 연산홍 한그루를 거기에 올려놓은 작업까지 끝냈습니다. 아내에게 점수를 좀 따려구요.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놀라워하네요. 발이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움직일 수는 있었습니다.

목요일 아침에 일어나지 발 상태가 조금 더 나빠졌습니다. 병원에 가, 말아, 잠시 생각하다가 안 가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걸을 때 약간의 통증이 느껴지지만 욱신거리지는 않았거든요. 말하자면 염증이 없었다는 겁니다. 그렇자면 그냥 발가락에 약간의 충격이 가서 그런거니 괜찮아질 거라고 판단했습니다. 아, 급하게 쓰다보니 화요일에 한 작업 하나를 빠뜨렸군요. 화분에 옮겨놓았던 소나무 두 개를 집사람의 도움을 받아서 2층으로 옮겼습니다. 얼마나 무겁든지, 그때도 아마 발바닥에 무리가 갔겠지요. 어쨌든지 '나는 건강한 사람이야, 몸은 저절로 치유 능력이 있어, 내 면역 능력이 의료 능력보다 뛰어나지...' 등등의 평소 지론을 실천하느라 병원 갈 생각을 하지 않고 어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어제도 불편한 발을 끌어가면서 또 한 가지 작업을 늦은 오후에 했습니다. 우리집 올라가는 양옆에 피기 시작한 연산홍 중에서 가지가 꺾여 죽어가던 한 그루를 패다가 마당 소나무 오형제 옆의 화단에 심었습니다. 그 연상혼이 있던 자리에 대나무 뿌리가 얼마나 깊고 단단하게 박혔던지 이걸 캐내려고 쇠곡괭이질을 다시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이번 주간에 곡괭이질을 많이 했군요. 평소 쓰지 않던 근육이라 그런지 몸도 뻑쩍찌근합니다.

어제, 그러니까 목요일 밤부터 발바닥이 욱신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한숨도 못잤습니다. 쓸데없이 버티다가 사단이 난 겁니다. 오늘 아침에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의사- 오랜 만에 오셨군요.

나- 무슨 오랜 말이라고 하세요. 얼마 전에도 왔는데요.

의사- 두달 전에 오셨네요.

나- 예.

이렇게 진료가 시작되었습니다. 들어보지도 못했던 '족저근막염'이라고 합니다. 딱딱한 신발을 피하고, 실내에서 맨발로 다니지 말라고 합니다. 이번에는 엑스레이 사진도 찍지 않고 엉덩이에 주사 맞고, 물리치료 받고, 3일치 처방을 방았습니다. 물리치료사들이 친절하고 활달합니다. 얼굴 표정도 지쳐보이지 않는데다가 편안했습니다. 오늘이 장날인지 어떤지 물리치료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노인들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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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발에 전기 치료와 붉은 광선 쏘이기를 하는 중입니다. 원래대로 하려면 먼저 뜨거운 찜질을 해야 하는데, 저는 치료사에게 속성으로 부탁해서 전기치료만으로 끝냈습니다. 물리치료실은 2층입니다.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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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입구입니다. IMG_1728.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한장 더 보실까요? 입구에서 건너다보면 영천 시외버스정류장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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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가서 약을 받아 나오면서 주차장으로 가다가 첫 사진에 나오는 라일락을 본 겁니다. 당분간 테니스장 출입을 삼가해야겠습니다. 원래는 주 3회 나갔는데, 아무래도 2회로 줄여야겠습니다. 테니스는 발바닥에 무리를 많이 주는 운동이거든요. 오늘밤에는 숙면할 수 있겠지요.  지금 바람이 많이 붑니다. 구름도 많구요. 내 창문 앞의 분재 소나무가 흔들리는군요. 마지막으로 그 모습을 보십시요. 제 이야기 재미 있으셨나요? ㅎㅎ (교정 없이 올리니 양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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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은진아빠

April 19, 2019
*.37.28.172

목사님...건강 꼭 챙기셔요. 예전 "주기도란 무엇인가(홍성사)"에서 주기도문의 참의미를 바르게 깨닫고 기도의 풍성함을 누릴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귀한 책이었습니다.  최근에 목사님의 저서들(기꼬,욥 이야기, 판넨베르크의 사도신경해설 강독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습니다...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꼭꼭 씹어서 먹을려고 합니다. 앞으로도 좋은 설교, 책들 많이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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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19, 2019
*.182.156.135

은진아빠 님, 반갑고 고맙습니다.

씹히지 않는 것들은 그냥 꿀꺽 삼키든지 옆으로 패스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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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주안

April 19, 2019
*.36.149.12

그나마 다행이네요!
쾌유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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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19, 2019
*.182.156.135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젯밤에는 정말 고생 좀 했습니다.

하루밤 꼬박 샜는데도 오늘 기운만 약간 없지 설교 준비하는 데는 지장이 없네요.

염려해주신 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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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시골뜨기

April 19, 2019
*.36.1.100

목사님께서는 자신의 건강을 너무 과신하시는 것 같습니다. ㅎㅎ

아직도 젊었을 때만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이제는 연세를 생각하셔서 무리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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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19, 2019
*.182.156.135

아, 그러고 보니 제가 나이 칠십이 멀지 않았군요.

테니장에서도 너무 설치듯이 움직이니 몸에 무리가 오는 거 같습니다.

조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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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3]하늘연어

April 19, 2019
*.86.237.246

목사님 정형외과 보다 통증클리닉 병원을 가서 프롤러주사(고농축 포도당) 치료를 받으세요. 

족저근막염증일 수도 있고, 발뒤꿈치 아킬레스건염일 수도 있는데 둘 다 같은 주사치료 합니다.

뼈주사라는 것 말고요. 손으로 눌러서 아픈 부위에 주사합니다.(원칙은 초음파로 정확한 위치 확인)


저도 운동을 워낙 좋아해서 이런 방면에 두루두루 경험이 매우 풍부(^^;;)합니다.

첫 경험이라면 치료효과가 상당히 좋을 겁니다.


투약해봐야 별롭니다. 항생제도 아니고, 내성 안생기는 주사제이니 주사 치료 받으세요.

재활용 안하고, 깨끗한 일회용 주사기 사용하는 병원에서.....,

보통 1주 간격으로 3회 주사합니다.


소홀히 다루면 상당히 오랜기간 동안 아프기도 합니다.

치료 후에 재발도 만족스러울 정도(?)로 잘 됩니다.

(제 경우 10년도 넘었는데 좀 과하게 걷거나, 등산이라도 하면 재발합니다.

초기에 좀 무시했더니...,)


걷기도 불편하고, 침대나 식탁 모서리에 부딪치기라도 하면

저장된 쌍욕이 팁으로 나옵니다. 한 번 실험해 보세요. 꼭~~ㅋㅋ 


그나저나 꽃이 말 그대로 흐드러지게 피었네요.

라일락이면 온 통 향기에 취해 동네가 비틀거리겠어요.


몸 잘 보살피셔서 쾌차하시고, 안 아프셨으면 좋겠습니다. 기도할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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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19, 2019
*.182.156.135

ㅎㅎ 하늘연어 님은 아는 것도 많으시네요.

일단 삼일치 약 먹어보고 차도가 없으면 추천하신 방법을 찾아보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의사 말씀이,

빨리 좋아지는 치료 방식도 있다 하기에

그냥 일반적인 걸로 해달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욱신거리는 거는 좋아졌습니다.

발을 디딜 때 그 부분만 통증이 남았습니다.

기도해주신다니 기운이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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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April 19, 2019
*.72.247.97

발 통증으로 밤을새우시고
어쩔수 없이 억지로 병원에 가신 덕분에
화려하게 활짝핀 라일락을 만나셨네요 ㅎㅎ

아무튼 재미있게 읽기는 했는데...
빨리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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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19, 2019
*.182.156.135

내일까지 회복되어야 부활 주일예배 인도하는 데 지장이 없겠지요.

벌써 많이 좋아진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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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5]은성맘

April 20, 2019
*.165.46.3

쓰신 글을 읽어보니 많이   아프셨을것같습니다. 저의 딸아이가 수년전 이 족저근막염으로 한동안

고생했는데 발을 바닥에 디딜때마다 전해오는 그 통증이 이루말로 표현못하겠다 했었는데...

발이 조이지 않는 편한 신발 신고 많이 걷거나 뛰면 안된다고 의사선생님이 당시에 말하셨던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목사님도 치료 잘 받으시고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참,,'예수어록' 그리고  '강독강의'.. 늘 감사하며 잘 읽고 또 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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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20, 2019
*.182.156.135

예, 고맙습니다.

오늘 통증은 줄었으나 붓기는 더하네요.

면적도 늘었고, 열기도 좀더 뜨거워졌습니다.

그래도 뭐 견딜만 합니다.

토요일 늦오후에 하는 청소와 마당, 텃밭 정리를 못한 게 아쉽지만요.

아무래도 내일은 구두를 못신고 샌달을 신어야겠습니다. ㅎㅎ

'살아있음'의 근본에 대해서 깊이 성찰하는 절기인 부활절을

기쁨으로 맞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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