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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4628 추천 수 0 2019.04.20 20:09:36

저는 호모 에렉투스의 후손이라서 걷는 행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인간다움의 속성이 직립보행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걷기가 힘들어서 그 걷는 행위의 소중함을 더 절감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발에 큰 문제가 없어서 발을 홀대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습니다. 오늘 찍은 제 발 사진입니다. 먼저는 왼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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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찍은 사진입니다. 66년 동안 수고 많이 한 발입니다. 특히 지난 40년 가까이 테니스를 했으니 발이 감당한 무게가 얼마였을지를 생각하면 미안한 생각이 없지 않습니다. 노동현장에서 투쟁하듯이 살아간 사람들의 발에 비하면 호강을 한 셈이긴 합니다. 아래는 문제의 듣보잡 족저근막염에 걸린 오른발입니다. 통증은 줄었는데, 붓기는 더 심해졌습니다.

IMG_1732.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발등까지 붓기가 올라왔습니다. 혈관도 파묻였습니다. 첫째 발가락 굵기가 장난이 아니군요. 지난 목요일 밤에는 욱신거리는 바람에 한숨도 못잤다는 이야기를 어제 했습니다. 곰곰히 돌이켜 생각하니 고난주간에, 특히 예수님의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던 그 순간이더군요. 예수님이 밤새도록 가야바 법정에 섰고, 이른 아침 빌라도 법정에 섰던 순간이기도 합니다. 일부러라도 철야 하는 분들도 계시니 마지못해 철야 한 것으로 엄살을 떨면 이상한 일이지요. 그나저나 내일은 부활주일인데, 저 발로 구두를 신을 수는 없을 거 같습니다. 오늘 시도해봤는데 구두에 발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샌달 구두가 신발장에 보이더군요. 조임줄을 최대한 느슨하게 해서 발을 넣었더니 다행이 들어가네요. 아래에는 두 발을 가지런히 한 사진입니다. 교황은 성금요일마다 노숙자들의 발을 씻어준다고 합니다. 저런 두 발을 대야에 넣고 씻은 뒤에 수건으로 물기를 없애는 거지요. 세족식의 마인드로 세상을 살수만 있다면, 세상이 전혀 다른 각도로 보일 겁니다. 우습게 보이는 발 사진은 재미로 보세요. 모든 다비안들에게 신비롭고 즐겁고 행복한 부활절이 되기를 바랍니다.

IMG_1734.JPG EXIF Viewer사진 크기1023x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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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홍새로

April 20, 2019
*.151.83.22

아무리 고난주간 이지만
이렇게 실제 몸으로 고난에 참여하시다니..
너무 아프시겠습니다.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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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캔디

April 20, 2019
*.72.247.97

와! 정말 장난이 아니네요 목사님!

뭐라 위로에 말씀을 드려야 할지....

그냥 웃음만 나오네요

죄송합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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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주안

April 21, 2019
*.36.149.16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35XXXH0036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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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주안

April 21, 2019
*.36.149.16

알렐루야!
참고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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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21, 2019
*.182.156.135

위 대글로 염려해주신 분들에게 함께 새소식을 알립니다.

기쁜 소식은 아니고, 단순히 새소식입니다.

제 발은 족저근막염이 아니라 '봉와직염'으로 사료됩니다.

봉와직염이라, 이름이 뭐 무협소설에 나올만하군요.

오늘 교회에서 의사이신 교우가 내 발을 진단하더니 내린 병명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봉와직염은 옆에서 그걸 직간접으로 경험한 교우들이 내린 이름이고,

의사 교우는, 이건 소염제로 해결될 게 아니라 항생제가 필요하다면서

가능한 속히 항생제 치료를 받는 게 좋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까운 병원의 응급실까지 갔습니다.

그 뒤의 설명은 생략합니다.

지난 금요일 오전에 영천 정형외과에 갔다가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고

저녁 때부터 발이 붓기 시작하더니 밤이 되니 더 심해졌고,

토요일도 역시 좀더 붓고 열도 나고 통증도 새롭게 생기는 듯했지만

이미 족저근막염 진단으로 3일치 약을 먹고 있으니 견뎌보자고,

옛날 같으면 약도 없이 자체 면역의 힘으로만 버텨냈을 조상들을 생각하면서

토요일 밤에 조금 일찍 자리에 누웠는데 운이 나쁘면 지난 목요일 밤처럼

밤샘을 할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긴 했지만 부활주일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비교적 잘 잤습니다.

새벽 쯤에 오른발 엄지발가락을 움직여보니 통증이 덜해서

이제 낫는 중이라고 생각하면서 샌달을 신고 교회에 갔던 거지요.

자, 이제 내일은 저에게 족저근막염 진단을 내렸던 병원에 다시 찾아가서

나이 많고 경험 많은 그 의사 선생님에게 다시 진단을 내려달라고 할 겁니다.

그분이 뭐라 할지가 정말 기대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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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주안

April 22, 2019
*.69.199.48

아!
초기 진단이 중요한데‥
마침 의사교우님이 도움을 주셔서 다행입니다.
진단을 잘못 받아서 고생한 친구들이 있어서요.
부디 쾌유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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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주안

April 22, 2019
*.69.199.48

http://m.100.daum.net/encyclopedia/view/35XXXH002247#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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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8]카르디아

April 22, 2019
*.76.221.199

목사님 발이 어쩌다가....

저도 걱정이 되어 어제 주일 점심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저희 교회 의사교우님도 족저근막염이면 발이 붓지 않을텐데 좀 이상하다고 하셨습니다. 

병명을 다시 알게 되어 다행입니다. 

남은 치료도 잘 받으시고 푸욱 쉬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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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April 22, 2019
*.182.156.135

의사: 예, 좀 어떠십니까?

환자: 제가 1분만 그동안의 과정을 말씀드려도 될까요?

의사: 말씀해보세요.

환자: 지난 금요일 오전에 족저근막염이라는 진단을 받고 3일치 약을 처방 받았는데요.

          그날 밤에 발이 붓고 열이 나고 은근히 통증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족저근막염이라 하셨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토요일에도 붓기가 빠지지 않았습니다. 일요일에 이런 것에 대해

          직간접으로 경험이 있는 지인이 하는 말이 이건 족저근막염이 아니라 봉와직염에 가까우니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한다기에 어제 낮에 한알, 저녁에 한알, 아침 한알 먹고 왔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어젯밤에는 아무 불편한 거 없이 잘 잤고 붓기와 열기도 좀 내려가는 것 같습니다.

의사: (차트를 보다가...) 발을 봅시다.

환자: (공손하게 양말을 벗고 발을 앞에 놓인 둥그런 체어에 올려놓으며) 예.

의사: (손으로 발을 만져가면서) 여기가 아픈거지요?

환자: (정확한 지점을 손가락으로 짚으면서) 다른 데는 괜찮고 여기가 누르면 아픕니다.

의사: (긴장한 표정으로) 통풍성 관절염이네요.

환자: 그런가요? 피 검사는 하지 않아도 될까요?

의사: 피 검사에도 (균) 나오지 않습니다.

환자: 그렇군요.

의사: 삼일치 약을 처방하겠습니다. 지난 번과 같은 건데 소염제를 강하게 쓰겠습니다.

          주사도 오늘은 두 대를 맞겠습니다.

환자: 항생제를 먹지 않아도 될까요?

의사: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는 듯이) 그건 먹을 필요가 없습니다.

환자: 예, 그렇군요. 정확한 병명이 뭐라고 하셨지요?

의사: (뭔가 찔리는 듯한 태도로) 통풍성 관절염입니다.

환자: (당신 처음 진단이 잘못 된 거는 분명한 거 아닌가 하는 뜻으로)

          족저근막염도 아니도 봉와직염도 아니었군요.

의사: 내일 한번 더 나오세요. 오늘 경과를 보겠습니다.

환자: (처음부터 정성스럽게 잘 진찰해주었으면 이런 귀찮은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겠지만

          사람이 경우에 따라서 자기 전문적인 지식으로 인해서 작은 실수를 하는 법이니,

          나도 사실은 그런 적이 종종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는 뜻으로 공손하게) 예, 잘 알겠습니다.

간호사: 오른쪽 다리가 문제니까 편하시라고 왼쪽 엉덩이에 주사를 놓겠습니다. 약깐 따끔합니다. 이제 두번째....

환자: 벌써 다 끝났군요. 주사를 빨리 잘 놓으시네요.

간호사: 접수대로 가세요.

환자: (바지를 추스리면서) 예

접수 여직원: 천오백원입니다.

환자: 오늘은 물리치료가 없나보네요.

접수: 예, 오늘은 월요일이라 물리치료 받으려면 오래 기다리실 뻔 했습니다.

환자: 와, 잘 됐네요. 사무 보시는 분이 목소리에 활기가 넘치고 친절해서 환자분들이

          기운을 받아갈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오전 영천의 한 정형외과 1층 로비와 진료실에서 제가 경험한 이야기를 기억을 더듬어 정리했습니다.

집사람은 다른 병원에 가지, 하더군요. 기분은 좀 그래도 다녔던 병원을 가는 게 서로 좋을 거 같고,

의사가 초기 진단의 분명한 오류를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기도 해서 똑같은 병원에 갔습니다.

"제가 지난 금요일에는 조금 잘못 진단한 거 같아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통풍성 관절염이 분명하니

이대로 치료를 받으면 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셨으면 좋았을 텐데 처음 내 발을 보지도 않고 내린 진단의 오류에 대해서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듯한 태도를 보이시는 게 이해도 되면서 아쉽기도 하더군요.

속으로는 그분이 어떤 기분과 생각이었을지는 짐작 가는 게 없지는 않습니다.

지금 상태는 좋습니다. 통증과 열기는 많이 가라앉았고, 붓기는 아직 그대로이군요.

전체적으로 발의 느낌은 좋습니다.

나에게 벌어지는 모든 것을 재미와 즐거움과 호기심으로, 궁극적으로는 은총으로 받아들이는 중이니

다비안들께서 발로 인해 벌어진 해프닝을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또 설교조로, 모든 것은 이미 '지나간 것'이니 지금 이 순간에 새 하늘을 노래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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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3]웃겨

April 22, 2019
*.139.82.200

목사님 부은 발 사진을 보고 놀랬는데요,

고생하셨겠어요...

지금은 상태는 좋아지셨다니 다행입니다.

조심하세요... 빨리 완쾌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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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1]주안

April 22, 2019
*.36.149.210

제대로의 진단이면 좋겠습니다.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
하시기를 바랍니다.
http://100.daum.net/encyclopedia/view/35XXXH003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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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알아야

June 11, 2019
*.144.217.110

저희 어머니께서도 족저근막염으로 2년 고생하셨어요. 한의원에서 침도 맞으시고 정형외과에서  아이스 치료 등 이것저것 돈을 많이 쓰시고 살을 빼라는 말만  들으시다가 우연히 대나무통에 사시고 저녁에 다리치기를 하시고 많이 좋아지셔서 목사님께 꼭 알려 드리라고 하시네요. 근데 저도 이상했어요. 족저 근막염은 그렇게 발이 퉁퉁 붓지는 않거든요. 

혹시 족저 근막염으로 고생하시는 분 계시면 대나무통에 다리 치기를 권해 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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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June 11, 2019
*.182.156.135

대나무통을 발바닥에 놓고 굴리는 치료방법은 족저근막염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저처럼 근육이 부드럽지 못하면서도 발을 혹사하는 사람에게는 필요해보입니다.

책상에 앉았을 때 심심풀이로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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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알아야

June 12, 2019
*.187.14.236

침대에 누우셔서 대나무를 반으로 갈라 놓은 통을 발목조금 위 다리아래 두시고 한 다리를 먼저 천천히 들어올리셨다가 대나무 위로 내리치는 운동이에요. 한 쪽 다리를 20개월 그리고 다른 다리를 20개 치시면 숙면에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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