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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넘어 간 산골이날따라 내 살갗에 와닿는
어둠속 공기의 감촉은
침 발린 아기볼 처럼
촉촉, 쫀뜩한 서늘함이었다
얼굴과 팔에 감겨드는
그 기분좋은 공기의 챱챱함과
코로 들어오는 숲의 싱그러운 향기에 휘감겨
집앞으로 이어진 어둑한 오솔길로 발을 내딛었다
혹여나 고라니 산돼지랑 만날까 조심조심
살금거리며 걸었다
서쪽 하늘엔 마침 초생달이 말끄럼하고
숲, 풀더미 위로 큰으아리 꽃이
풀더미의 주인인냥 화들짝 널브러지듯 펴
달빛과 내기라도 하듯 밤을 밝히고 있었다
고요속에 반짝이는 것들로
밤이 한껏 드넓고 평화로와 졌다
이곳은 어디인가
신이 선물한 이 신비스럽고 조화로운,
경외스러운 풍경의 세계에서
온전히 어쩔줄 모를 감탄에 빠져 있었다.
혼자 밤에 자주 산길을 가곤 했습니다.
들려오는 주의의 소리에 집중 할때도 있고, 때론 무시하기도 합니다.
집중 할때는 내가 가는 길에 조심스럽게 가기 위한 것이고요,
무시 할때는 그 소리들로 인한 무서움 입니다.
집중과 무시가 말의 앞뒤가 안맞지요.
그것을 내가 마음을 어떻게 먹는가에 따라 움직 일 수있니다.
하얀 눈 위의 길에 달님이 환하게 비추면 등(燈)이 없어도 다 보인답니다.
한시(漢詩)을 읆으며 걷는 발걸음 정취가 있습니다.
이백 - 야사(夜思)
床前明月光(상전명월광)
疑是地上霜(의시지상상)
擧頭望明月(거두망명월)
低頭思故鄕(저두사고향)
침상 앞의 밝은 달빛
땅 위에 내린 서린인가 했네
고개 들어 밝은 달 보고
머리 숙여 고향 그리네
와, 그 깊은 산속에서 밤 산책에 나섰다니,
그 분위기가 어땠을지 충분히 상상이 갑니다.
저도 당장 밖으로 나가서 그런 기분을 조금이라도 느껴봐야겠습니다.
하기야 지난 주일 서울샘터 교회를 방문하고 돌아올 때
밤 11시쯤 원당 우리집으로 걸어올라오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느겼습니다.
지구에 낮과 밤이 있다는 게 정말 멋진 일이죠.
들길 님의 그림과 글이 많은 걸 전해주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