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장 신의 현존

교회와 사회 조회 수 3691 추천 수 35 2008.07.22 13:43:49
11장 신의 현존

그리스도인들은 항상 그들이 신앙하고 있는 신에 대해 설명할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베드로 사도는 다음과 같이 권면하고 있다. “다만 마음 속에 그리스도를 주로 거룩하게 높이며 여러분이 가진 희망에 대하여 설명을 요구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나 누구에게나 답변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시오.”(베전3:15) 오늘의 세계가 아무리 비종교적이고 비그리스도교적이라고 하더라도 만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이 세계의 창조주라면 그에 대한 변증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회는 그 당시의 형이상학적 사유와 대화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예컨데 로고스론만 하더라도 그것이 헬라철학을 그 배경에 두고 도입한 것이 분명하다. 오늘의 새대정신이 요구하고는 현실성을 교회가 배척할 필요가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 현실성에 근거한 하나님을 설명할 수 있어야만 한다.
오늘의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현실성이란 앞서 논의한 세속성을 가리킨다. 그 세속성은 거룩성과 비교되는, 혹은 상반되는 그 무엇이라기 보다는 인간의 삶 일반을 뜻한다. 말하자면 인간의 현실 보다 더 확실한 것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인간의 현실적 삶을 내용으로 하는 하나님을 설명해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현존을 어떻게 이 세상 가운데서 변증할 수 있는가? 일단 우리는 인간의 현실을 긍정해야만 한다. “있는 것”을 통하여 하나님을 설명할 수 있어야지, 초월적인 계시론에 근거할 수는 없다. 인간의 현실이라는 것은 물질적인 것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정신세계를 포함하는 모든 세계 현실성이다. 이미 물리학의 세계도 역시 물질의 세계를 넘어가는 그 세계를 인정하고 있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장 기통의 “신과 과학”에서 우리는 자연과학적 한계를 넘어서는 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이미 물질과 정신, 몸과 영혼의 이분법적 사고가 얼마나 도식적이며 일차원적인가 하는 문제가 드러났다. 유형, 무형의 모든 존재를 기초로 한 하나님 이해가 우리에게 요청되는 작업이다.
하나님은 어떻게 현존하는가? 마쿼리는 이 작업을 세속과 신을 잇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다섯 가지 교의학적 주제를 새롭게 진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일은 그리스도교의 신앙에 있어서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특성을 상실하지 않으면서 세속적인 것을 취급할 종합적인 그리스도적 비젼을 형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초기 그리스도교의 변증적 신학을 따라가는 일인지도 모른다.

1. 창조론
창조론은 영지주의(Gnoticism)나 마니교(Manichaeism), 청교도주의(Puritanism) 같이 물질을 악하다고 보는 모든 사상이나, 혹은 모든 자연에 신이 내재한다고 생각한 고대 범재신론적 종교일반으로 부터 성서적 신앙을 구별해 준다. 창조론이 이 세상에 대해 갖는 특징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이 세상은 스스로 신적인 능력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의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둘째, 이 세상은 추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름다운 피조물이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세상을 우상으로 섬기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배척하지도 않는다. 이 세상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기 위하여 청지기의 사명으로 참여한다.

2. 성육신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계셨습니다. 우리는 그의 영광을 보았습니다. 그것은 아버지의 외아들의 영광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은혜와 진리가 충만했습니다.”(요1:14) 초대 교부들이 창조론과 성육신론을 연결시켜 성육신을 창조의 한 총괄로서 생각한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육신을 입으신 하나님이 바로 역사적 신존인물이었던 예수 그리스도라는 사실에 근거한 신앙이 그리스도교이다. 여기서 하나님은 그저 만고불변의 영원한 존재로서만이 아니라 인간의 육신을 가지신 존재가 된다. 우리는 기독론적으로 이 세상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구원론적인 장소로 생각하게 된다.

3. 교회론
바울은 말하기를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어디서나 모든 것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충만입니다.”(엡1:23) 교회는 이 세상에서 실제적인 조직체로 구성되어 있다. 이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이라는 바울의 가르침은 그리스도교 신앙이 이 세상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 약간 이상적인 생각이지만 교회가 모든 인류를 가리킨다는 점에서 우리는 하나님이 교회의 사회적 실재 속에서 현존하시고 나타나신다는 것을 긍정해야만 한다. 하나님이 교회 안에 갖혀 있는 분이 아닌 것 처럼 세상 안에 갇혀 있는 분도 아니다. 그는 교회의 머리가 되시듯이 세상의 머리가 되며 교회의 구체적인 조직을 통해 존재하듯이 세상의 현실을 통해 존재하신다. 교회론에 근거하여 우리는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하나님은 세상에 내재하시며 또한 세상에 초월해 계신다.

4. 성찬전승
초기로 부터 그리스도교회는 예수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행위를 아주 중요한 교회의 전승으로 지켰다. 그리스도가 우리의 양식이 된다는 의미이다. 로마 카톨릭의 화체설과 비교하여 개신교는 그 성찬의 의미를 말씀론으로 퇴색시켰지만 이 양자의 의미가 상호보완 될 필요가 있다. 인간에게 일용할 양식은 하나님의 은총이며, 구원론적 사건이다. 하나의 빵을 나누고 하나의 잔을 나눈다는 이 성찬의 전통은 이 세상의 모든 현실을 신의 임재로 해석할 수 있도록 그리스도교의 신학을 확장시켜 준다.

5. 종말론
역사를 순환으로 보지 않고 종말론적으로 이해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이 세상을 희망의 구조 안에서 새롭게 전망해 보려는 관점이라 할 수 있다. 교회의 전통이 이를 비현실적인 세계상으로 변질시켰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본질적으로 종말론이 갖고 있는 역사에 대한 역동적 해석은 오늘의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계 안에서 참된 희망을 선포하며 살아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종말론은 이 세계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무책임을 정당화 시켜 주는 가르침이 아니라 이 세계를 사랑하는 하나님의 관심을 알려주는 교의이다. 그러나 동시에 종말론은 이 세계의 세속에 안주하여 그것의 영원성을 지향하는 세속주의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이 세계는 하나님의 준엄한 심판 앞에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이 세계가 구원받기 위하여 그리스도인들은 역사 속에서의 투쟁을 쉬지 말아야 한다. 마쿼리는 결론적으로 말하기를 “우리는 세속적인 것에 대한 참된 평가가 결국 하나님을 참되게 이해하는 것임을 주장”해야 한다면서, 그 종말론적인 하나님은 우리 인간의 희망이시며 인간과 기타 모든 창조물을 보다 더 완전한 존재가 되게 하는 분이라고 한다.

우리가 질문하는 것은 교회와 사회가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 하는 것, 더 정확히 말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세계를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느냐의 것이다. 이러한 질문의 기초는 하나님의 현존양식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리스도교 전통이 세계를 평가절하 하였으며, 이로 인해 세속주의의 도전에 직면한 교회는 그들과 대화를 계속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세속, 사회, 세계, 역사 등 인간의 현실을 하나님의 영역으로 부터 밀어낸 결과 성숙한 세계는 더 이상 하나님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게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교회의 전통을 그릇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세상성을 찾아보았다. 성서의 하나님, 초기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은 초월의 방법으로 이 세상에 현존하시는 존재였음을 알게 되었다. 역사적 하나님과 초월적 하나님은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변증법적 방법으로 관련되어 있다. 따라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 세상의 구원을 위해 참된 희망을 저들이 이해하는 수단을 통하여 선포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삶을 실제로 실천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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