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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다비아에 뜸했다.

몇개월 째 혼이 빠질 정도로 바쁘고 고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내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일 듯한 내 집을 짓고 있는 중이다.

큰 변수가 없는 한 아마 나는 지금 짓는 이 집에서 나는 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설계를 할 때 만해도 집 짓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일줄 몰랐다.

기초를 닦기 시작한지 4개월이 넘도록 완성하지 못했다.

이제 마무리 단계이긴 하지만..

집 짓고 나면 십년 늙는다고들 한다.

집이 다 지어졌을 때 남편과 나는 팍싹 늙은 노파로 변해 있을 것이다.ㅎㅎ


"집 짓기가 밥 짓기여~~!

떼 맡기지 뭐더러 그랗게 짓는댜...?"

목수들이 밥을 먹으로 우리집을 들락거리는 걸 보고  할머니들이 하시는 말이다.

집을 짓는 동안 그만큼  밥을 많이 해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까 업체에게 맡기지 왜

 직접 짓느라 고생이냐는 뜻이다.


집짓기 일기를 쓰자면 한도 없이 풀어낼 판인데

지금은 몸이 넘 피곤하고 영혼이 가출한 상태라

온전한 글쓰기가 힘들다.

다만 다비안들께 진안에서 건재하고 있다는 인사겸 짧은 글을 올린다.



저 사진 말이다.

작년에 옛집을 허물 때

주변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굳건히 건져낸 것 중 하나인  문짝이다.

(http://dabia.net/xe/973646

저 문살의 이전 모습 사진 참조)


새까맣게 때가 앉고 살이 부러진 걸 칫솔로 닦아서 말린 다음 부러진 창살을 붙였다.

그리고 다락에서 천정아래 공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달았다.

기어코 문짝을 살려낸 것이다!


저 문을 살려내느라 나름 애를 썼다.

목공 팀장이 쓸 수 없다고 새 문으로 주문한 것을 알고 황급히 취소했다.

대신 옛 문에 나무를 덧 대어 문틀에 맞게 해 달라고 주문해서 짜놓은 문틀에 맞추었다. 


옛 정서가 오롯이 담겨있는 옛 살문을

볼 때마다 정겹고 뿌듯하다.

나 어릴 때 저런 문고리를 잡고 방을 드나들었지..

겨울에 세수하고 들어갈 때 문고리를 잡으면 손에 쩍쩍 얼어붙었다.

 

며칠 후 저 창살 한 쪽에 유리를 끼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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