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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조금만 벗어나면 이런 산길에 들어선다.

요즘 산이 한창 물이 올라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가슴이 뛸 정도다.

취나물이 뾰죡히 나왔다.

살짝 삶아 쌈 사먹으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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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쑥이 향그럽다.

2차대전 일본에 원폭이 떨어진자리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도 쑥이란다,

그만큼 질긴 생명력이 있으니 몸에 좋을거다.  산 쑥을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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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향긋한 쑥을 두고  봄을 지날 순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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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을 꺠끗히 다듬어 씻은 다음 삶아서 

불린 쌀과 함께 방아간으로 가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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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 철이라서 다량의 쑥 절편을 하는 분이 있어 한참을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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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아간에서 빻아 온 쌀가루와 쑥을 반죽한다. 이 떄 소금으로 간을 한다.

송편소는 좋아하는 것으로 넣으면 되는데 팥이나 콩이나 깨를 볶아서 소금 약간 설탕이나 꿀을 기호대로 넣어 섞는다.

이번에는 서리태가 있어서 서리태를 볶아서 만들었더니 소가 검다.ㅎㅎ

쑥과 콩은 조합이 잘 어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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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을 빚어서 찌면 된다, 다 쪄진 송편은 참기름을 발라 놓는다.

식은 후 먹으면 쫀득하고 고소한 쑥송편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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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맛있게 먹어서 기쁘다. 

남편이 맛있게 먹는 건 이제 나에게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남편은 지난해 9월부터 임상실험 중인 약을 먹기 시작했는데 5개월 복용 후 너무 힘들어서 중단했었다.

지난 겨울은 우리에게 최악의 시간이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만큼 부작용으로 고통스러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부스럼이 나고 피부가 붓고 

미치도로록 가려운  증상이 나타났다.

가려움 증이 얼마나 심한지 욥이 기와장으로 피부를 긁었다는 게 실감 될 정도다.

잠을 잘 수도 먹을 수도 없는 상태로 심했다.

밤새 잠을 못 자고 온 몸이 피가 나도록 긁어대면 시트가 온통 각질과 피투성이다.

골룸처럼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남편을 보는 일은

안쓰러움이나 연민이라는 말로는 담아내기 어려운 심정이었다,

옆에 있는 이가 이 정도인데 정작 본인 심정은 어떨까...삶의 질이 바닥을 쳤다.

정작 암으로 인한 통증은 없는데 항암 약 부작용 떄문에 이 지경이 되니 참 아이러니다.

진퇴양난이었다. 

이 약을 먹어야 되나 말아야 되나...죽는다고 해도 더 이상 못 먹겠다는데

의사는 먹어야 된다고 했다. 

악성도가 심해서 빨리 퍼지기  떄문에 약을 끊으면 위험하다고...

한 두달 쉬었다가 다시 먹어보자고 했다.


두 달을 끊으니 피부가 매끈해지면서 부작용이 줄고 입맛도 돌았다,

두 달 후 

의사는 30 프로 복용량을 줄였고 용기를 내서 다시 먹기 시작한지 한 달 반이 지났다,

다시 피부가 곪고 가려움증이 스물스물 올라오는 중이라 조마조마한 상태인데

용량을 줄여서인지 아직 처음 만큼은 아니다.


지난 월요일  CT 사진 결과로는 복부와 골반 오른쪽 겨드랑이로 퍼진 암세포가 진전이 없단다.

막 퍼지던 시기보다는 아주 미세하지만 작아졌다고 한다. 

다행이다. 두 달에 한 번씩 사진을 찍고 결과를 들을 떄마다

가슴을 졸인다.

의사는 이 약으로 지탱하면서 신약을 기다려보자고 한다.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약이 개발될 수도 있다며.


새로운 약이 나오든 아니든,

오늘 내가 만들어준 쑥떡을 맛있게 먹었으니 좋다.

지난해 이 맘 때는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새봄을 맞고 이렇게 살아 봄쑥의 향기를 먹고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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