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쁠 것 하나 없는 겨울.
느즈막히 일어나보니 눈이 내렸다. 맑은 햇살인데도 간간히 가녀린 눈발이 휘날린다.
부지런한 옆집 아저씨는 벌써 눈을 쓸어 길을 내 놓는다.
나도 앞마당을 쓸고 차 위의 눈을 털었다.
어떻게 쇠줄이 풀렸는지 보라가 내 주변을 겅중겅중 맴돌며 좋아한다.
요즘 아침은 닭장의 닭들과 보라에게 사료와 따뜻한 물을 가져다 주는 일로 시작된다.
닭장에 간 남편이 달걀 두 개를 건네준다. 청계란도 있다. 고맙다... 이 추운 날에도 알을 낳아주다니.
어제 장작을 패놓길 잘했다.
장작 패는 일이 남편에게 좀 힘에 부쳐 보이길레 내가 도끼를 들었다,
끄덕 없을 것 같은 견고한 나무토막들이 도끼질을 난타하면 어느 순간 금이 가기 시작한다.
그 때 결정타를 치면 드디어 빡! 하고 뽀개진다. 그 순간의 쾌감이란~!
열번 찍어 안넘어가는 나무가 없다고, 열번 찍어 안뽀개지는 나무도 없다. ㅎㅎ
반으로 쪼개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울라라다.
내리치기만 해도 쫙쫙 뽀개진다. 장작이 갈라지면서 내는 소리도 경쾌하다.
스트레스 확 날리고 싶다면 장작을 뽀개 보시라.
내가 장작을 뽀개는 걸 내다 본 앞집 봉순언니가 기함을 한다.
"혜란씨, 강단있네....! "뜨거운 유자차를 날라오고 대추자를 가져와 구경을 하다가
장작이 갈라질 때마다 환호한다. "와~~ 대단하다~~!!!"
나도 으쓱 폼을 잡는다.
요령을 터득하면 별 게 아닌데 옆에서 보면 천하장사로 보이나 보다. ㅋㅋ
이리저리 튀는 장작을 주어 가지런히 쌓아 놓는다.
껍질과 부스러기는 따로 모아 불쏘시개로 쓴다.
하루에 한 번씩 적당히 도끼를 휘두르면 이렇게 장작이 모아진다.
장작을 뽀개고 쌓고 하는 일이 겨울엔 유일한 노동이다.
이 마저도 몸 쓸 일이 없으면 나 같은 육체파(?)는 몸이 근질거린다.
운동 좀 해볼까? 하고 나가면 방콕만 하던 남편도 나온다.
찬 공기 마시면서 한 시간 정도 장작을 패고 나르면 몸이 더워지고 나중엔 땀이 난다.
그러고 나야 식욕도 돋고 피돌기도 빨라지고 살아있는 기분이 든다.
차곡히 쌓아 놓은 장작더미는 예술이다. 설치미술품 같지 않은가?
잘라진 나무의 단면도 그렇거니와 껍질과 속살의 색깔...
나무의 나이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우주의 숨결이 농축되 있다.
이참에 벽난로 예찬을 해야겠다.
우리는 벽난로로 보일러를 가동해 온 집안을 난방한다.
벽난로 열로 물을 데워서 바닥이 따뜻해 지는 식이다.
그래서 바닥도 벽난로 주변도 그리 뜨겁지 않고 전반적인 공기가 은근히 안온하다.
장작을 패야 하고 날라야 하고 며칠에 한 번씩 재를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에도 불구하고
3년 째 벽난로 난방만으로 겨울을 났다.
가스로도 보일러를 연결했지만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
왠지 심심해서다.
가스의 깔끔함과 편리함을 몰라서가 아니다. 장작을 패는 원시적인 노동의 맛,
그리고 타닥타닥 타오르는 불멍의 묘미와 바꾸고 싶지 않아서다.
언제까지 이 벽난로를 사용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어찌됬든 지금 이 벽난로가 주는 평화와 안식을 누릴 뿐이다.
한 겨울, 일년 중 가장 늘어져도 되는 시기다. 느긋하게 풀어져 보자.
장작도 많이 준비해놨겠다, 실내도 따뜻하겠다,
오늘은 읽다 만 <윤이상 평전>을 마저 읽어야겠다.
와, 부럽네요.
우리집은 벌벌 떨면서 지냅니다.
아무리 절약해서 보일러를 돌리고 히터를 틀어도
난방비는 감당하기 어렵거든요.
벽난로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봐야겠습니다.
웃겨 님 부부에게 2022년에 좋은 일이 많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기도합니다.
추운 겨울밤, 주님의 평화가...
벽난로로 보일러를 가동하여 집안을 따듯하게 하다니 신기하네요.
겨울을 나려면 장작을 엄청많이 준비해야겠군요.
장작패는 노동의맛도 즐기시며...ㅎㅎ
아무튼 운치있고 평화로와 보여서 좋습니다.^^*
새해가 밝고도 열흘 남짓이나 지났네요.
다비안께 늦은 새해인사를 드립니다.
모두모두 복된새해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