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_50[1].jpg

십년 만에 다시 올리는 "별 이야기"입니다.

십년 전, 올린 이 만화를 기억하시는 다비안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북두칠성이 된 일곱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사십 초반에, 북산 최완택 목사님 부부와  같이 독일을 여행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여행길에서 목사님께서 들려주신 이야기예요.
특유의 걸찍한 말솜씨로 구수하게 풀어 주시던 북두칠성이야기.
이야기 끝에 이렇게 덧붙이셨지요.
북두칠성의 일곱 별을 아무렇게나 확 뿌려 놓으면
알아보기조차 힘들거라구요.
그런데 어느 하늘에서도 북두칠성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일곱 별이 각각 정확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라고.
별이 쏟아지던 뒤셀도르프의 밤은 아름다웠고,

별의 전설을 들려주시던 분은 건강하셨지요. 물론 그 이야기를 듣던 나도 젊었습니다.


세월이 흐르고 얼마 전, 

아주 오랜만에 목사님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뜻밖의 전화에 반가웠지요. 

팔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음성은 여전하신데

이제는 건강이 안 좋으셔서 거동을 못하신다고 하십니다.

"그리워서 전화했지....어디서 산다구?"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근래에 진안으로 내려왔다고 말씀드렸더니

단번에 "아주 자알했어!"하시네요.

 '북산'이라는 호를 쓰실 정도로 전국의 산을 누비신 분이라

산새가 깊은 진안을 모르실 리 없지요.

그 한 마디에 왠지 어깨에 으쓱 힘이 들어갑니다.

마치 기특한 일을 해서 선생님의 칭찬을 받은 아이처럼.

그러고 보니 살면서 참 잘한 선택이 있다면 진안으로 내려온 일을 꼽을 겁니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것처럼,

그렇게 편안하고 충만할 수가 없으니까요.

 

"잘 살고 있구먼. 내 언제 집사람 차 얻어타고 한 번 들릴께."

 전화 말미에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가을하늘이 눈부시게 푸른 어느 날,

그 어른께서 

나를 찾아오신다면 참 기쁘겠습니다.

순하고 좋은 우리 마을 인심도 소개하고,

보라와 꽁이, 그리고 갓 태어난 꼬물거리는 네 마리의 강아지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처음으로 가꾼 텃밭에서 추수를 기다리는 팥이랑,

푸르게 포기가 차 오르는 김장배추랑 무우도 자랑하고,

남편이 손수 지은 닭장도 보여드리고,

한창 알을 낳는 암탉들 중 실한 놈으로 잡아 아궁이 불로 백숙을 고아 먹겠습니다.

아마도 밤 깊도록 시골살이를 늘어 놓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를 겁니다.

그러다 출출해지면 남편이 부지런히 주어온 햇밤을 구워 먹어도 좋겠지요.

그리고......,

그 옛날 여행길에서처럼, 밤하늘의 별들을 올려다보고 싶습니다.

진안의 우리집 앞마당에서.

 북두칠성을 찾았을 때, 목사님께 가만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제야 저도 제 자리를 잡았노라고....!


profi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