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겨울은 칩거의 계절이다.

한해의 농사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고 동시에 다음 해 농사를 위한 충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교회의 구역별 목장모임도 일이 없는 이 시기에만 모인다.

우리는 3목장이고 올해는 식구들 구성도 조금 바뀌었다.

80세  최 집사님, 우리동네 이장이신 장로님,은주 웅휘 집사님부부

그리고 귀촌한 후 면사무소 직원이 된 경아언니,

역시 신혼초에 귀촌해서 그림을 그리는  일러스트레이터 지윤씨부부,

그리고 우리부부다.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모임을 갖는다. 

도시라면 카페도 있고, 다양한 모임장소가 있겠지만 시골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집에서 모이면 집주인은 음식이나 다과를 준비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한결 오붓하고 편하게 만남을 가질 수 있어 좋다.

첫 모임은 우리집에서 모여 찬송과 기도를 드린 후

시편 1편을 읽고 각자 느낌을 나누었다.

그리고 만두국을 끓여 먹고 담소를 하다가 헤어졌다.


이번에는 은주 권사님 , 웅휘 집사님 댁이다.

모델처럼 늘씬하고 이쁜 지수와 지헌이가 내려와 인사를 하고는 올라간다.

맛있는 음식냄새가 풍기는 거실에 둘러앉았다.

우리는 찬송과 기도하고 요한복음 4장을 읽고

각자 신앙에 대한 얘기들을 나누었다.



- 나는 찬양이 좋아서 교회를 댕기기 시작했어... 이제 십년쯤 됬나벼.

우리 친정 오빠가 돌아가셨는디

올케가 댕기던 교회에서 죄다 와서 노래를 불러 주는디 그게 그렇게 듣기가 좋은겨.

 참말로 환장하게 좋더라구. 그래 이집 어무이(이장님 어머니) 한테 나두 교회 좀 데꾸가 달라고 했어.

그때부터 지금껏 댕기는 겨.

배운 게 없어서 뭔 소리인지 알아먹지도 못해.  그저 찬송이 좋고, 사람 보는 게 좋아서 댕기는 겨. 난


-나는 나헌티 일어나는 모든 일을 하나님께서 순종하라고 주신 거라고 봐유..

좋은 일이 있으면 감사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아,이건 하나님이 나를 단련시키려고 주시는 시련이구나... 이렇게 생각혀유.

또 사람들 얼굴 표정을 통해 내 꼬라지를 봐유.

하나님이 저 사람 얼굴을 통해서 너를 봐라...이러시는 거 같아유...


-나는 배경이 불교인데

어쩌다 기독교에 몸담게 됬어요.그렇다고 내가 하나님을 체험헀다거나 특별한 믿음이 있는 건 아니예요,

내 삶에 일어난 일들을 되돌아보니 아, 이게 섭리가 아닐까..여겨지고...

나이가 들면서 음...종교를 하나쯤은 가져야 겠다 싶어서 교회에 나오게 된 거예요.

아마 이곳에 절이 있었다면 절에 갔을 거구 성당이 있었으면 성당에 갔을거예요.


-우리 아버지는 철저한 무신론자였고 그 시절에 이북방송을 듣는 분이셨어요.

어머니는 성당에 다니셨고...할머니는 불교였는데... 남묘호랭개교에도 엄청 열심이셨어요,

여러 종교가 혼재된 집안분위기였지요.아버지는 교회다니는 사람들을 비아냥 거리곤 했어요.

 '기독교인들은 다 욕심꾸러기다,

이  세상에서 잘 살게 해달라고 빌고, 그것도 모자라

죽어서도 천국가게 해달라고 빌고.. 아, 뭔 욕심이 그렇게도 많은거야?'

고등학교를 미션스쿨을 다녔는데 교생선생님이 한 얘기가 와닿더라구요.

얘들아,  욥기가 진짜다! 고난 중에 신앙할 수 있는 게 진짜 신앙이야.

나는 자연 속에서, 또 찬양대 연습하면서 우리들의 화음 속에서.. 오히려 신을 가까이 느껴요,

그러다가 목사님이 성경을  분석하는 설교를 들으면 머릿속이 더 복잡해져요.ㅎㅎ


- 나는 정말 하나님을 경험하고 싶어요.

성경속에서 하나님을 만났다고들 해서 나도 맘먹고 성경을 읽어야지 하고 읽다보면

속에서 욱 하는 게 올라와요. 너무나 남성중심적인 면이 느껴지고,

공의의 하나님이라기보단 편파적이고 폭력적인 하나님을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래도 내 마음 한구석엔 늘 진리를 추구하는 마음이  간절해요.


 - 나는 기도하고 말씀을 묵상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게 어려워요.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런 의지가 자꾸 분산되고..

앞으로 기도하고 말씀 읽는 생활에 집중하고 싶어요. 이상 끝~!!



포항에서 공수해왔다는 과매기를 김과 초고추장에 싸먹으면서

이런 대화, 이런 맛있는 밥상 자리가  하나님의 현존이 아닐까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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