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전서 강해(47)

조회 수 124 추천 수 0 2019.11.04 21:09:44

잠깐의 고난

미래는 영광이지만 현실은 고난이다. 고난이 잠깐이라는 말은 동의하기 힘들다. 우리의 인생살이 경험에 따르면 행복은 잠깐이고 불행은 길게 느껴진다. 고난이 잠깐이라는 말은 고난을 가볍게 보는 게 아니다. 고난과 재앙은 우리가 투쟁해서 물리쳐야 할 대상이다. 이미 앞에서 베드로전서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키워드 세 개(나그네, 고난, 희망)를 말하면서 고난을 반복해서 설명했다. 고난만이 아니라 행복을 포함한 인생살이 전체는 짧다. 잠깐이라는 말이 허풍은 아니다. 하루가 천년이고, 천년이 하루다. 요셉의 아버지 야곱은 모든 식솔을 이끌고 요셉이 일인지하만인지상의 자리에 오른 애굽으로 이주했다. 바로에게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내 나그네 길의 세월이 백삼십 년이니이다 내 나이가 얼마 못 되니 우리 조상의 나그네 길의 연조에 미치지 못하나 험악한 세월을 보내었나이다.”(47:). 시편 기자도 이렇게 고백했다. “우리의 연수가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 그 연수의 자랑은 수구와 슬픔뿐이요 신속히 가니 우리가 날아가나이다.” 20191013일 설교에서 나는 이런 말을 했다.

 

지금 여러분은 실제로 살아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물론 여러분과 저는 아직은 살아있습니다. 다만 아직이지 앞으로도 살아있는 건 아닙니다. 저는 매일 밤 잠자리에 들면서 잠시 기도를 드립니다. 그럴 때의 느낌이 정말 이상합니다. 어제와 그제, 그리고 일주일 전과 한 달 전이 한순간으로 느껴집니다. 일 년 전과 십 년 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청년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칠십이 내일 모래입니다. 저만이 아니라 여러분도 칠십이 내일 모래입니다. 저는 곧 구십이 내일 모래라는 말을 하게 될 겁니다.

 

인생이 짧다는 말은 누구나 한다. 그걸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걸 실감하면서 사느냐,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구십이 내일 모래라는 사실을 실감하면서 영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람은 없다. 강도의 차이는 있으나 어쨌든지 그 사실을 실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이 두 가지는 서로 연동된다. 하나는 인생이 짧다는 사실의 실체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의 삶이 일상의 과잉에 떨어졌다는 사실이다. 전자는 후자에 영향을 주고, 후자도 전자에 영향을 준다. 일상의 과잉은 한국 사회와 한국교회 전반에 걸친 문제이기에 혼자서 뚫고 나가기가 힘들다. 인생이 짧다는 사실을 확고하게 붙들면 일상의 과잉에서 조금씩이나마 벗어날 것이다.

일상이 헛되다는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생명을 유지하면서 인간 사회를 구성하는 모든 일상은 그것 자체로 하나님의 창조와 섭리에 속하는 일이며, 동시에 유일회적인 생명 사건이라는 점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기독교 신앙에서는 일상이 소홀히 다루어질 여지가 하나도 없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일상을 살았으니 여기서 말을 더 보태랴. 문제는 일상의 과잉이다. 이로 인해서 눈만 뜨면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하는 염려에 떨어진다. 일상에 필요한 것들이 확보된 사람도 이런 염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기독교 신앙은 일상을 하나님의 선물로 받아들이라고 가르친다. 하나님의 선물이라면 인생은 짧아도 좋은 것이고, 길어도 좋은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인생이 아무리 짧아도 고난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어 여기 남편이 도박이나 주식 거래로 재산을 자주 날리는 남편과 함께 사는 기독교인 아내가 있다고 하자. 아니면 자녀가 교통사고를 당하여 크게 장애를 입은 기독교인 부모가 있다고 하자. 그들에게 잠깐의 고난운운하면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옆 사람들은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게 최선이고, 본인들은 그 운명을 어떻게 하든지 버텨내는 게 최선이다. 그 과정에서 하나님이 그들에게 분명히 힘을 주실 것이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그야말로 잠깐의 고난이라는 사실을 훗날 깨닫게 되지 않겠는가.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실제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 땅의 삶에서 고난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 주님께서 위로와 힘을 주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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