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살에다시읽는
요한계시록-380
21:24
만국이 그 빛 가운데로 다니고 땅의 왕들이 자기 영광을 가지고 그리로 들어가리라
24절의 표현은 장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모든 나라와 모든 왕이 각각의 영광 가운데서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으로 들어간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거룩한 성에 들어간다는 말이냐, 하는 질문은 여기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이미 심판받을 자는 심판받고 ‘불과 유황으로 타는 못’(계 21:8)에 던져질 자들은 모두 던져진 이후의 일이니까요. 거룩한 성에 들어갈 자들에게 ‘자기 영광’이 있다는 말이 특이합니다. 사람이나 나라 스스로 영광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나님에게만 가능한 영광의 빛이 사람과 나라를 완전하게 감싼다는 의미입니다.
신약성경에는 그리스도인들을 가리키는 성도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그리스도인 자체가 거룩하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의 거룩하심이 그들을 감쌀 때 거룩한 무리가 됩니다. 믿음으로 의롭다고 인정받는다는 칭의(稱義) 개념도 비슷합니다. 예수를 믿는다고 해서 그 사람이 실제로 의로운 사람이 되는 건 아닙니다. 여전히 인간적인 한계를 보입니다. 다만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그를 의롭다고 보신다는 뜻입니다. 엄마의 눈에는 자기 아기가 아주 특별한 존재인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를 통해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눈에 특별한 존재로 보이는 거지요. 이런 설명이 어떤 이들에게는 말장난처럼 들릴지 모르나 이런 표현의 깊이로 들어간 사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위로와 힘을 거기서 얻습니다.
‘땅의 왕들’이라는 표현을 보고 거룩한 성에도 지금 여기서 경험하는 그런 왕이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곳에는 어떤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왕 같은 존재가 되겠지요. 아니, 왕보다 더 품격 높은 천사처럼 될 테니까요. 어쨌든지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은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하여 사람까지 각자의 영광에 참여하는 곳이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여기서 우리는 그런 영광의 그림자를 보고 있으며, 그 영광이 드러나는 순간인 종말을 기다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이를 대 없습니다.- 이를 데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