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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까지는 과일나무가 몇 그루 우리집 마당에서 자라고 있었다.
매실, 왕자두, 복숭아, 사과, 꽃사과, 모과 등등 몇 가지 종류가 된다.
살충제 치지 않고 버티다 버티다 더는 못 버티고 모든 과일나무를 베어버렸다.
꽃은 볼 수 있으나 여름 내도록 진딧물과 개미의 등쌀에
제대로 된 수확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만 남겼다. 거기서는 그런대로 사과를 건질 수 있었다.
벌레 먹은 상처 투성이였으나 그래도 사과 고유한 맛은 냈다.
올해 우리집 마당에 진딧물이 거의 사라졌다.
단풍나무에도 진딧물이 없는 걸 처음으로 본 셈이다.
올해 사과나무 개화가 시원치 않았다. 당연히 열매를 맺지 못했다.
한해쯤은 쉬어야 내년에 힘을 내서 사과를 맺겠지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장마 끝날 때까지는 멀쩡했던 사과나무가 장마 끝나고나서는 아래에서 보듯이
거의 죽어가는 상태가 되었다. 잎이 모두 말라비틀어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기후위기와 관련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대구 능금이라는 말은 잊힌 말이 되었다. 대구에서는 사과농사가 안 된다.
최소한 청송쯤 올라가야 된다. 대구도 팔공산 고지 산자락에서는 된다.
우리 동네에도 복숭아와 포도과수원은 있는데 사과는 없다.
아무래도 사과나무마저 베어버려야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정이 든 친구였는데...
혹시 주인이 살충제를 뿌리고 퇴비도 잘 주면서 돌보지 않고 다른 과일나무를 베어버린 걸 알고
자신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은 걸까?
아마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집의 감나무도 감을 열박스도 넘게 땄는데,
갑자기 훅! 줄어서 한 50개 달리더니 지금은 10개도 안 달립니다. 마을 전체가 다 그렇습니다.
옛날엔 '감골'이라고 불릴 정도로 감이 많은 동네 인데 지금은 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