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302)- 사과나무

조회 수 267 추천 수 0 2024.08.06 20:11:05

작년까지는 과일나무가 몇 그루 우리집 마당에서 자라고 있었다.

매실, 왕자두, 복숭아, 사과, 꽃사과, 모과 등등 몇 가지 종류가 된다. 

살충제 치지 않고 버티다 버티다 더는 못 버티고 모든 과일나무를 베어버렸다.

꽃은 볼 수 있으나 여름 내도록 진딧물과 개미의 등쌀에 

제대로 된 수확을 손에 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 한 그루만 남겼다. 거기서는 그런대로 사과를 건질 수 있었다.

벌레 먹은 상처 투성이였으나 그래도 사과 고유한 맛은 냈다.

올해 우리집 마당에 진딧물이 거의 사라졌다. 

단풍나무에도 진딧물이 없는 걸 처음으로 본 셈이다. 

올해 사과나무 개화가 시원치 않았다. 당연히 열매를 맺지 못했다.

한해쯤은 쉬어야 내년에 힘을 내서 사과를 맺겠지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장마 끝날 때까지는 멀쩡했던 사과나무가 장마 끝나고나서는 아래에서 보듯이

거의 죽어가는 상태가 되었다. 잎이 모두 말라비틀어졌다. 이런 일은 처음이다.

이유는 모르겠다. 기후위기와 관련되는 게 아닌가, 하는 짐작만 할 뿐이다.

대구 능금이라는 말은 잊힌 말이 되었다. 대구에서는 사과농사가 안 된다.

최소한 청송쯤 올라가야 된다. 대구도 팔공산 고지 산자락에서는 된다.

우리 동네에도 복숭아와 포도과수원은 있는데 사과는 없다.

아무래도 사과나무마저 베어버려야할지 모르겠다.

그동안 정이 든 친구였는데...

혹시 주인이 살충제를 뿌리고 퇴비도 잘 주면서 돌보지 않고 다른 과일나무를 베어버린 걸 알고 

자신도 떠나야겠다고 마음 먹은 걸까?

고사직전의 사과나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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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29]최용우

2024.08.07 05:18:26

아마도 다양한 이유가 있을것 같습니다.

우리집의 감나무도  감을 열박스도 넘게 땄는데, 

갑자기 훅! 줄어서 한 50개 달리더니 지금은 10개도 안 달립니다. 마을 전체가 다 그렇습니다.

옛날엔 '감골'이라고 불릴 정도로 감이 많은 동네 인데 지금은 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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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4.08.07 20:14:13

그렇군요.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우리가 어렴풋이만 알지 완벽하게 알수는 없겠어요.

감나무도 그렇고, 사과나무도 인간이 분류한 그런 범주에 속하기는 하나

개별 나무는 또 다른 조건으로 살아가게 되어 있으니까요. 

우리집에 감나무 세 그루가 있습니다.

두 그루는 몇년전부터 감이 열리기 시작했고,

한 그루는 늦게 심어서 아직 소식이 없네요.

[레벨:24]브니엘남

2024.08.07 13:14:38

사과나무는 더운 지역이어서 안 됩니다.

비슬산 속의 우리 집에는 그래도 조금 열립니다. 

벌레가 먹어서 그렇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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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4.08.07 20:15:34

맞아요. 기후 변화가 많은 걸 바꾸는 거 같습니다.

얼마 후에는 대구 가로수로 야자수가 자랄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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