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다시 판넨베르크의 <신앙과 현실>(Glaube und Wirklichkeit) 105쪽에 나오는 한 문단을 소개한다.

이틀전에 소개한 '전적 타자'(하나님의 은폐성)와 연결되는 대목이다.

판넨베르크.jpg

판넨베르크는 '부활 생명에 대한 표상'이 없다고 말한다. 당연한 말이다. 이는 곧 천국에 대한 표상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죽어서 가게 될 천국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만나고 늘 배불리 먹고 아프지 않는다는 표상은 정확한 게 아니다.

가장 행복한 조건 일체를 내려놓는 일이 우선 중요하다. 표상할 수 없다면 실체도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이 가능하다.

판넨베르크는 '예수의 역사적 운명' 안에 있는 하나님의 계시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어린아이들은 엄마와 아빠가 재미있게 놀아주고 맛있는 거 만들어주고 아플 때 지켜주기만 하면 행복하다고 여긴다.

나이가 들면 부모와 전혀 다른 차원에서 관계가 형성된다. 어린아이의 표상을 고집하면 그런 관계 안으로 못들어간다.

따라서 예수의 역사적 운명, 그러니까 십자가와 부활의 깊이로 들어가는 사람은

인간적인 온갖 유토피아에 관련된 표상을 뛰어넘어 하나님의 충만하심을 경험하게 된다.

죽기까지 그 충만한 깊이 안으로 조금이라도 더 들어가고 싶다.

오늘 밤 바람이 시원하다.

아직도 지구에 이런 바람이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행복한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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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7]김사관

2024.08.10 17:08:09

목사님의 경험에서 나오는 해설 잘 읽었습니다.

판넨베르크와 정목사님의 부활 생명에 대한 깊이로 저도 들어가고 싶습니다. 

생명에 대한 경험을 평생 누리는 게 부활인 듯 한데, 부활을 일타강의 정도로 끝내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런 현실마저 뛰어넘는 충만한 깊이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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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4.08.10 20:19:27

'일타강의'라는 표현이 적나라 하면서도 재미있고 정확하네요.

유대교의 종교법과 로마의 실정법에 의해서 십자가에 처형당한 예수를

하나님께서 종말에 현실이 될 부활 생명의 세계로 이끄셨다는 게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인데요.

그 종말론적 부활 생명은 인간의 모든 표상을 뛰어넘습니다.

그러나 죄와 죽음이 극복된 세계라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 세계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역사가 되었고 우리의 궁극적인 희망이 되었으니까

오늘 여기서 우리는 십자가와 부활이라는 예수의 운명에 감추인 하나님의 계시를,

-그 계시는 '자기 계시'인데- 그 계시에 전념하면서 살아야겠지요.

'충만한 깊이'가 김사관 님에게 현실로 경험되기를 바랍니다.

내일 복된 주일을 맞으세요. 


[레벨:30]모모

2024.09.06 13:09:05

판넨베르크의 본문 중에서 '예수 이후 종결된 역사' 라는 게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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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24.09.06 20:56:12

번역문이라서 정확한 의미를 설명하기 힘들기는 하나 판 선생 신학 구성으로 볼 때

'예수 이후 종결괸 역사'는 예수로 인해서 인류 역사가 완성되었다는 뜻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예수 부활은 종말에 온전하게 계시될 영원한 생명의 선취라고 그는 보거든요.

그러니까 예수의 운명에 이미 종말이 실현된 겁니다.

이런 설명이 관념적으로 들려서 손에 잘 들어오지 않을 수 있기는 한데,

그리스도교가 예수를 메시아로 믿는다는 사실에서 잘 생각하면 이해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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