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9일에 배추 모종을 심었고, 9월12일에 무 모종을 심은 뒤에
이 모종을 보살피느라 모지리 텃밭 농부는 바쁘다.
가장 큰 어려움은 늦더위다.
요즘 한낮 기온이 34-35도를 오르내리니 무슨 작물이 견뎌내겠는가.
아무리 물을 자주 공급해도 한낮 불볕더위에 몇 시간만 노출되면
모종은 몸을 최대한으로 움츠린다. 그리고 힘을 잃고 엎드린다.
그게 위기 상황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자기 보호 기능인가 보다.
악조건 가운데서 7센티였던 배추 모종은 아래에서 보듯이
10일 만에 15센티로 자랐다. 장하다.
높이로는 안 자라고 옆으로만 자라는 중이다.
그래야만 햇빛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요즘 해 뜨는 시간부터 해가 지는 때까지 틈틈이 모종을 살핀다.
물도 주고 그늘막을 쳐주기도 한다.
자세하게 들여다보다가 배추 애벌레를 오늘 발견했다.
3-4일 전에는 보일락말락 2밀리도 되지 않는 애벌레를 잡았는데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오늘은 열 배도 더 되는 녀석이다.
보통은 녹색인데 이 녀석은 송충이처럼 얼룩이 졌다.
농약으로 방제하지 않고 텃밭을 관리하기로 했으니
일단 손으로 벌레를 일일이 잡아내는 수밖에 없다.
친환경 방제 방식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귀찮아서 포기했다.
그건 그렇고, 저런 배추벌레는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
모종 안에 숨어 있을 리는 없고,
다른 배추밭에서 옮겨 왔을 리도 없고,
나비가 알을 낳았을 거 같지도 않고,
흙 밑에 잠자고 있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배추 모종이 심긴 걸 알고
세상 밖으로 나와서 열심히 활동한다는 말인지 …
배추벌레야, 너를 일일이 잡아서 죽이는 걸 이해해다오.
매일 아침 저녁으로 텃밭에 나가서 배추와 무 상태를 살핍니다.
며칠 전에 비는 충분히 왔기에 걱정 없는데, 벌레가 걱정입니다.
오늘 저녁 해질녘에 네 마리를 잡았습니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저 연두색 벌레가 전형적인 배추, 무 벌레죠.
흙에 올려서 작은 돌로 누르면 녹즙 비슷한 걸 쏟아냅니다.
배추와 무가 자라면 자기들 식성에 맞지 않으니까 물러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