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2024년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설가 한강 이야기가 뉴스에 넘쳐난다.
그가 뭔가 화끈한 퍼포먼스를 보여줬으면 하고 기대한 이들이 많겠으나
마치 평생 수행정진하여 자기를 깃텃처럼 가볍게 여기는 경지에 이른 고승처럼
그는 외부의 난리법석을 피하여 자기를 감추는 중이다.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하지 않기로 했고,
자기 이름을 딴 문학관 건립이나 문학상 제정도 마다하고,
유일한 가족인 아들과 평화롭게 차 한 잔 마시는 평화를 유지하는 중이다.
노벨문학상을 거부한 이로는 싸르트르가 유명하다.
그는 자기의 글로 자기의 정체성이 드러나기를 원하지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이름으로 드러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몇년전 밥 딜런은 수상은 허락했으나 다른 선약이 있다는 이유로 수여식에는 불참했다.
(불참하겠다는 말까지는 들었으나 실제로 불참했는지 확인을 못했다.)
우리가 이제야 노벨문학상을 처음 배출했다는 사실은 만시지탄이다.
일본은 문학상을 물론이고 다른 노벨상 단골손님이다.
우리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나라에서도 노벨문학상이 나오기도 했으니까
이번 문학상 수상으로 우리의 국격이 높아진다는 생각은 경솔하다.
다만 이번을 계기로 대한민국에 인문학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기를 기대한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라는 뜻의 '문송합니다.'는
취업의 어려움을 겪는 문과출신 젊은이들의 자조섞인 어록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 집에 한강 소설이 세권이 있다.
<채식주의>와 <소년이 온다>는 8년 전에 내가 샀고, <흰>은 당시에 내 말을 듣고 둘째 딸이 샀다.
나는 앞으로 기회가 되면 <희랍어 시간>을 읽고 싶다.
'말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침묵과 눈을 읽어가는 한 남자의 빛이 만나는 찰나의 이야기'라고 한다.
하필이면 성경 언어의 대명사라 할 희랍어인지가 궁금하다.
구약을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읽을 수 있도록 번역한 <70인 역>이 희랍어로 되어 있고,
신약은 모두 희랍어다.
말과 사물과 궁극의 사태가 어긋날 때 인간은 말을 잃어버릴 수 있다.
하나님은 언어로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말이 있어야만 세상도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랑삼아 여기 우리집에 있는 세 권 책을 사진에 담았다.
한강 시집 이야기를 둘째 딸에게 했더니 그 시집도 8년 전에 구입했다고 하면서
<작별하지 않는다>와 김유정 문학상 수상장 <작별>까지 건네줍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집에 한강 작품이 6권이군요.
읽지 않은 작품을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사랑침례교회 정동수 목사는 한강을 좌파 소설가로 규정하면서 비판하는 영상을 유트브에 올리더군요.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간과 역사 사이에서 벌어지는 슬픈 이야기를 고유한 문학적 필치로
적어내려가는 소설가를 좌파다, 우파다 하고 규정한다는 게 말입니다. 남북 분단 체제에서 벌어지는 희극입니다.
한강은 작곡가와 작사가에 가수이기도 합니다.
12월 이야기’ ‘내 눈을 봐요’ ‘나무는’ 등 10곡을 담은 25분짜리 노래 CD는 그의 신작 산문집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비채)의 뒤표지 안쪽에 붙어 있습니다.
12월 이야기 (가만가만 부르는 노래)
작사, 작곡 : 한강 (문인)
노래: 한강(2005 무반주), 한강,이지상(2006)
눈물도 얼어붙네 너의 뺨에 살얼음이
내 손으로 녹여서 따스하게 해줄게
내 손으로 녹여서 강물 되게 해줄게
눈물도 얼어붙는 십이월의 사랑 노래
서늘한 눈꽃송이 내 이마에 내려앉네
얼마나 더 먼 길을 걸어가야 하는지
얼마나 더 먼 길을 헤매어야 하는지
서늘한 손길처럼 내 이마에 눈꽃송이
모든 것이 사라져도 흘러가고 흩어져도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기억들
내 가슴에 남은 건 따스했던 순간들
모든 것이 흩어져도 가슴속에 남은 노래
저는 시인이라 그런지 시집만 한권 가지고 있네요.
나머지는 시간 좀 흐른 뒤에 잠잠해지면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