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일기(351)- 예기치 못한 기쁨

조회 수 340 추천 수 0 2024.11.11 18:39:04

열흘 전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니

갑자기 눈높이에서 진한 붉은색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

이런 색깔이 보일 철이 아니기에 자세히 보니

장미 한 송이가 철없이피어있었다.

모든 나무와 풀이 색을 잃어가는 지금

저렇게 붉디붉은 원색을 홀로 찬란하게 펼치는 몸짓은

철없는 게 아니라

자신을 온몸으로 드러내는 용기인지 모르겠다.

일주일에 걸쳐서 한 잎 두 잎 껍질을 벗듯

자기의 모든 잎을 떨어내고 며칠 지난 오늘 아침

테니스장에 가려고 현관문을 나서자

반대쪽 가지에,

그러니까 눈에 더 잘 들어오는 방향의 가지에

이전보다 더 또렷하고 더 붉은 장미꽃이 달린 게 아닌가.

예기치 못한 기쁨’(C.S. 루이스)이 연달아 찾아오다니,

쓸데없는 걱정, 미움, 무시, 자랑질은 다 버려도 된다는

그분의 친절한 속삭임이다.

11.11.jpg


profile

[레벨:30]최용우

2024.11.12 08:54:36

와! 눈이 확 맑아지네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24.11.12 19:54:59

황홀한 순간은 지구에 꽉차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걸 존재의 빛이라고 해야할는지,

창조의 빛이라고 해야할는지,

사랑이 빛이라고 해야할는지...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6572 원당일기(360)- 마을회관 file [1] 2024-11-29 219
6571 원당일기(359)- 텃밭 늘리기 updatefile [3] 2024-11-27 208
6570 원당일기(358)- 겨울비 file [2] 2024-11-26 183
6569 원당일기(357)- 겨울 준비 file 2024-11-25 129
6568 원당일기(356)- 늙음 2024-11-22 239
6567 원당일기(355)- 외식 file [2] 2024-11-20 243
6566 원당일기(354)- 봄꽃 file [2] 2024-11-18 238
6565 원당일기(353)- 알아맞추기 file [5] 2024-11-14 354
6564 원당일기(352)- 눈 [2] 2024-11-13 251
» 원당일기(351)- 예기치 못한 기쁨 file [2] 2024-11-11 340
6562 원당일기(350)- 까치밥 file [5] 2024-11-08 390
6561 원당일기(349)- 바느질 file [2] 2024-11-06 349
6560 원당일기(348)- 4시간의 자유 [2] 2024-11-04 488
6559 원당일기(347)- 가을비 2024-11-01 466
6558 원당일기(346)- 쏘다니기 file [4] 2024-10-30 637
6557 원당일기(345)- 동창 [5] 2024-10-28 710
6556 원당일기(344)- 예배 연습(3) 2024-10-25 645
6555 원당일기(343)- 예배 연습(2) 2024-10-24 651
6554 원당일기(342)- 예배 연습(1) 2024-10-23 742
6553 원당일기(341)- 차별금지법 반대 대형집회 [4] 2024-10-21 913
TEL : 070-4085-1227, 010-8577-1227, Email: freude103801@hanmail.net
Copyright ⓒ 2008 대구성서아카데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