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리더십에 반(反, 또는 叛)하다.
 
<’반하다’는 말을 혹시 오해할지 몰라 한자를 덧붙입니다. 이 때의 ‘반’은 反, 또는 叛 입니다.>
 
9. 스스로 훌륭하다고 여기는 생각을 없애라
 
지난 번 존 맥스웰이 소개한 중국 시를 살펴본 적이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그들의 일이 성취되었을 때에
그들의 일이 다 완수 되었을 때에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고 말하게 한다>
 
그러나 맥스웰은 그 시를 인용하면서, 그 본래 뜻을 왜곡하였다.
그는 리더십을 강조하기 위하여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는 본래의 뜻을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 라고 다르게 왜곡을 한 것이다.
 
그런데 맥스웰은 그 말에 덧붙여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
내가 내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
그러니 내가 했다는 사실을 여러분이 알아주길!!”
 
그러나 장자는 그런 태도에 대하여 통렬한 꾸짖고 있다.
장자 산목(山木)편이다.
 
<양자가 송나라에 가서 여인숙에 묵었다.
여인숙에는 첨이 둘 있었는데
하나는 미인이요, 하나는 못 생겼다.
그런데 주인은 못생긴 첩은 위해주고
미인 첩은 천대했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었더니 주인이 말했다.
“미인 첩은 스스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므로
나는 그가 아름다운 것을 느끼지 못하오
못생긴 첨은 스스로 못생긴 줄 알고 있으므로
나는 그가 못생긴 것을 느끼지 못하오.
양자가 말했다.
“제자들아 기억해 두어라!
행실이 어질지라도
스스로 어진 행실이라는 생각을 버려라!
그러면 어디를 간들 사랑 받지 않겠느냐?”> (장자, 기세춘, 414-415쪽)
 
<楊子曰
弟子記之
行賢
而去自賢之行
安往而不愛哉>
 
양자가 제자들에게 한 말을 다른 번역으로 읽어보자.
 
<제자들은 들어라,
훌륭한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훌륭하다고 여기는 생각을 없애면
어디에 가서 아낌을 받지 못하겠는가?> (장자, 21세기와 소통하다. 42쪽)
 
그런 장자의 글을 읽으며, 딥스라는 아이가 떠올랐다.
 
<딥스는 벽장으로 가서 인형집에 붙일 문짝을 꺼냈다. 그것을 들고 오다가 인형집을 잘 못 건드려서 칸막이 일부가 떨어졌는데 딥스가 금세 제자리에 끼워 넣었다. 문과 창문이 그려져 있는, 방금 꺼내온 문짝을 끼워넣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여러 번 되풀이해도 안되자 울먹였다.  
“ 잠가, 문 잠가”
“ 그것을 잠그기를 원하는구나”라고 묻자 “잠가.” 하고는 다시 끼우려고 했다. 마침내 성공했다.
“됐다, 꼭 잠갔다.”
“문을 끼워서 잠갔구나.”
딥스는 나를 쳐다보며 아주 짧은 미소를 보냈다. 그리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 내가 했어.”
“ 정말 혼자 힘으로 했구나.”
내 말에 딥스가 씩 웃었다. 스스로에 대해 퍽 기뻐하는 눈치였다.>
(<딥스>,버지니아 M. 액슬린, 샘터, 62-63쪽)
 
놀이 치료를 통하여 딥스라는 아이를 치료하는 기록을 담은 <딥스>라는 책의 일부분이다. 딥스는 혼자만의 세계에서 지내는 아이로서, 부모와는 물론 다른 아이들과도 소통하려 하지 않는 아이다. 그런 아이를 놀이치료를 통하여 치료하는 과정에서 첫 효과가 나타났는데, 바로 자기 스스로 무언가 해내며 뿌듯해 하는 장면이다. 그래서 자기 자신에 대하여 스스로 기뻐하는 딥스, 그러나 그런 아이의 모습은 정상적인 모습과 다르다, 더구나 존 맥스웰이 말한 리더는 그래서는 안된다. 그러나, 존 맥스웰은 리더를 ‘내가 내 힘으로 이 일을 해냈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주길 바라’는 모습으로 그려놓고 있다. 마치 자폐아 딥스가 맨처음 뭔가 해 놓고 스스로 기뻐했던 것처럼, 그런 모습을 리더의 모습으로 그려 놓고 있으니, 우습지 아니한가? 딥스는 어디까지나 치료가 필요한 아이였다. 존 맥스웰은 리더십의 과정을 통해 딥스와 비슷한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을 치료하려는 것일까?
 
그러나, 장자는 양자의 입을 빌어서 ‘훌륭한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훌륭하다고 여기는 생각을 없애’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 양자의 발언이 훨씬 더 어른스럽지 아니한가?
       
그런 딥스라는 아이의 행동과 다음 인물을 비교해 보면 어떨지?
<34세에 과거에 합격했으나 세상에 나아가지 않고 강촌에서 소일했다. 전쟁이 일어나자 가산을 정리해서 군사를 모아 싸움터로 나갔다. 그는 육지에서 연전연승했다. 늘 붉은 옷을 입었기 때문에 홍의장군(紅衣將君)이라고 불렸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다시 물러가서 삼년상을 치르며 임금이 불러도 나오지 않았다. 혼자서 비슬산으로 들어가 도가풍의 적막 속에서 생식을 하며 살았다. 임금이 높은 자리로 불렀으나 나오지 않았다. 광해군 때 함경 감사가 되었으니 곧 벼슬을 내 놓고 집으로 무러가 일생을 바쳤다. 그는 몸을 던져 충의를 이루고 물러가 공명을 취하지 않았다.> (<칼의 노래, 2권> 김훈, 201쪽)
 
임진왜란 때의 의병장 곽재우의 이야기다. 김훈이 <칼의 노래>에 첨부해 놓은 임진왜란, 정유재란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로 곽재우를 평한 글이다. 그는 충의를 이루고 난 다음에 물러가 결코 ‘자기 힘으로 해냈다’고 자랑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물러가 아무런 공명도 취하지 않았다. 곽재우 장군은 ‘훌륭한 일을 하면서도 스스로 훌륭하다고 여기는 생각을 없애’라는 <장자>의 글을 읽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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