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기도행전(行傳)을 쓰다 (2) / 행 1:12- 14

 

다락방에서 제자들을 맞이한(?) 베드로

저는 이 본문 중 13절을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나옵니다. 번역이 아주 재미있게 되어 있기에 그렇습니다. 사도행전 1 12절에서, 문장의 주어가 '제자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제자들이 감람산에서 내려와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그들- 곧 제자들-이 묵고 있는 다락방으로 돌아왔는데, 거기에 있던 사람들이 누구냐? 제자들이 다락방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거기에 누가 있었는가?

"
베드로, 요한, 야고보, 안드레와 빌립, 도마와 바돌로매, 마태와 및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셀롯인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다 거기 있어"라고 기록되어 있으니, 마치 베드로를 비롯한 사도들이 그들 –제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들려서 이 구절을 읽을 때마다 웃음이 나오는데, 번역하신 분들이 이것을 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번역해 놓았다는 사실을
.

그런데 사실은 그게 아니지요? 감람산에서 돌아온 사람들이 제자들이고, 13절은 거기 제자들이 다락방에 모였는데, 거기 모인 사람들의 이름이 그렇다는 말입니다. 감람산에서 내려와 예루살렘의 그 다락방으로 올라간 사람들의 이름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은 것이 바로 13절입니다
.

그런데 개정개역의 번역에 의하면 제자들이 다락방에 올라가 보니, 베드로 등 사도들이 거기에 미리 기다리고 있다가 돌아온 제자들을 맞이한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앞뒤 문맥을 살펴가며 읽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지만, 하여튼 번역이 그러니 생각 없이 읽다 보면, 우스운 이야기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

이 구절을 제대로 앞뒤가 맞는, 상식적으로 이해되기 쉽게 해 놓은 번역은 새번역 성경입니다
.

"그들은 성 안으로 들어와서, 자기들이 묵고 있는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이 사람들은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와 안드레와 빌립과 도마와 바돌로매와 마태와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와 열심당원 시몬과 야고보의 아들 유다였다."


어떻습니까? 그렇게 번역해서 읽으니 앞뒤가 맞게 이야기가 진행이 됩니다.

본 단락의 성격 - 위치에 따른

이 단락을 자세히 읽어 보면 본 단락이 사도행전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결코 섣불리 그냥 스쳐 지나가면 안 되는 부분입니다. 사도행전 1 3절로부터 11절까지는 예수님이 승천하시는 사건을 기록해 놓았고, 12절부터는 그 후의 시점을 기록해 놓은 것입니다. 그러니 이제 예수가 승천하신 후에 제자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그런 시점,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제자들의 모습이 어떤가를 보여 주고 있는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예수님이 계시지 않은 상황에서 제자들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예수님이 전에 잡혀 갔을 때처럼 제자들은 우왕좌왕하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가? 아니면 침착한 가운데 믿음을 소유한 자로서 어떤 굳건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그런 궁금증에 대하여 이 단락은 설명을 해 주고 있습니다
.

그들은 다락방에 다시 모였다. 거기 모인 사람들은 베드로를 위시한 모든 제자들이었고, 예수를 추종하며 따라다니던 여자들, 그리고 예수님의 가족들이 모두 모였다. 그리고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14절에 보면, 기도했다는 것입니다
.

한 마음으로 기도에 힘썼다


그런 제자들의 모습을 14절에 이렇게 묘사해 놓고 있습니다.

"같이 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쓰니라(개정개역)."


그들이 그전에 그랬던 것처럼 흩어지지 않고, 모여서 기도하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말의 번역은 기도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기도가 이 문장의 결론이지요. 그러니 예수의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과 사도들이 모여 열심히 기도했다, 말은 맞는 말입니다
.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 다시 한번 기억해 보십시다. 지금 예수님이 승천하시고 난 다음에 제자들이 모였습니다. 그렇다면 여러분이 제자들이 모인 상황을 설명하려 한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저 단순히 모여 기도했다, 라고 결론을 내리겠습니까, 아니면 무언가 한마디라도 더 붙여 놓겠습니까
?

누가 - 이 글의 저자 - 는 과학적인 날카로운 시각으로 상황을 살펴보면서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 시선으로 글을 쓰고 있는데, 지금 예수 승천 후의 제자들의 모습을 기록하면서 이 몇 마디로 그저 기도했다고 썼다? 그렇게 기록한다면 무언가 미진하지 않습니까
?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제 의문은 바로 거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누가가 이렇게 단순하게 기록할 리는 없다. 지금 예수님의 제자들이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하는 판인데, 그렇게 기도하였다는 말로 끝낼 수 있을까? 어딘가에 무언가 제자들의 모습을 더 설명해 주고 있는 말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 저의 의문은 하나의 장벽에 부딪힙니다. 현재 기록된 성경본문에 어떤 다른 것을 덧붙일 수는 없다는 것, 다른 말을 덧붙여 해석을 할 수는 없으니 결국 이 구절 자체에서만 무언가를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그 안에 함축된 의미를 찾아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문장으로 봐서는 전혀 다른 의미가 들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나, 그 안에 숨어 있는 의미, 그것이 무엇일까요? 다시 한번 설명을 해 보자면, 이 구절은 우리말로 읽으면 참 그럴듯한 말이고, 또 그렇게 기도했다는 것이 별로 이상하게 보이지 않는데, 이런 의문이 듭니다. 그 사람들은 모이면 기도만 했을까? 그래서 누가는 그렇게 이 상황을 묘사하면서 그렇게 쓰고도 만족했을까?

물론 기도를 강조하는 누가이지만 그래도 무언가 미진한 것이 느껴져서, 결코 만족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 같아도 거기에 몇 자 더 붙였을 것입니다. '기도하고 그들은 어떻게 되었더라' 또는 '기도하고 나서 마음을 단단히 먹었더라' 등등 몇 마디 더 붙여야 제자들의 현재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

물론 기도하러 모인 것은 맞습니다. 그러면 기도하였다, 기도하는 행위, 그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이 단락의 의도인가? 지금 사도행전의 전개상 아주 중요한 시점인데 누가가 그냥 '그들은 모여서 기도했답니다, !' 그것이 그 제자들이 우리에게 보여 준 처음 모습이었습니다고 기록하려 했던 것인가? 그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 다른 성경을 찾아보았습니다
.

"
이 사람들은 여자들과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님의 동생들과 함께 꾸준히 한 마음으로 기도하였습니다(쉬운 성경)."

"
그들은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공동번역
)."

우리말 번역은 모두 다 대동소이하게, '기도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쉬운 성경>에 의하면 한마음으로 기도하였다고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한마음으로 기도하고 더욱더 한마음이 되었다….

한 마음

 

그 말을 그대로 읽으면 기도하는데 한가지 마음이었다는 것이지요. 기도하는데 전혀 이의가 없었다, 고 이해가 되는 말입니다. 그런데 그 한 마음이란 말이 그렇게만 읽혀지면 누가의  기록은 너무 단순해집니다. 기도 하는데 누구도 이의가 없이 한마음이었다, 그리고나서는?

 

저는 여기에서 누가가 이런 말을 기록하면서 들어있음직한 마음 하나를 더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 한마음은 비단 기도하는데 이의가 없는 한마음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들의 마음이 하나였다, 그래서 기도하는 데에도 이의가 없었고, 그 밖의 다른 행동들도 전혀 이의가 없는 공동체를 만들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이 한마음으로 한 것은 기도요, 만든 것은 기도공동체입니다.

 

그래서 그 기도는 단순히 기도로 끝난 것이 아니라, 기도하면서 더욱더 한마음이 되어 갔을 것이고, 그 공동체의 하나됨은 그래서 기도를 통하여 구체적으로 이루어졌으며, 더욱더 강화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게 제자들이 마음을 하여 다잡고 있게 된 원동력, 그렇게 된 이유가 바로 기도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12~14절 본문은 예수님이 아니 계신 이 땅에서 이제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그런 중차대한 시점에 기도하면서, 한마음으로 기도했고, 더 나아가 기도하면서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똘똘 뭉쳐있었다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14
, 이 구절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들은 기도 공동체였다는 것입니다. 모여서 기도에 힘쓴 것뿐만 아니라, 그들은 기도하는 공동체라는 것입니다. 이제 사도행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는 마당에 그들은 그들의 공동체의 성격을 분명히 했던 것입니다. 한마음이 되어 기도 공동체로 그들은 모여 기도하면서, 더욱더 한마음 한 뜻이 되어서 믿음을 지켜 나갔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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