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 상급론

조회 수 19396 추천 수 1 2009.04.17 23:01:44
 

천국 상급론


바울은 고린도 교회에 보내는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운동장에서 달음질 하는 자들이 다 달릴지라도 오직 상을 받는 사람은 한 사람인 줄을 너희가 알지 못하느냐? 너희도 상을 받도록 이와 같이 달음질하라.”(9:24) 아마 성구사전을 이용해서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이와 비슷한 뉘앙스의 텍스트는 성서에서 자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설교자들은 이런 말씀에 근거해서 하늘나라에서 받게 될 상급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것으로 끝난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그것을 빌미로 교인들끼리의 경쟁을 부추기기도하고, 심지어는 목사를 향한 충성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모든 성서 텍스트는 그것이 언급되게 된 배경이 있다. 그걸 “삶의 자리”라고 하는데, 그런 배경을 전제하지 않으면 성서는 이현령비현령으로 이용될 개연성이 높다.

위의 본문에서 바울은 왜 달음질과 상을 말하는가? 약간이라도 생명과 존재에 대해서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하늘나라에서 사람들에게 차별이 있는 상이 주어질 것으로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절대적인 세계에 어떻게 상대적인 사건이 개입될 수 있는가? 하늘나라에서는 좋은 상이 좋은 상이 될 수가 없다. 그것을 오히려 부끄러움으로 알 게 될 것이다. 모두가 하나님의 영광에 사로잡혀 있는 그 하늘나라에서는 상, 또는 상급 자체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 신부에게 영화 관람권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바울의 이 텍스트는 그가 처한 상황에서 읽어야 한다. 그는 그 당시에 소위 ‘왕따’ 신세였다. 지금은 바울이 그 누구에 밀릴 것 없는 사도 중의 사도로 인정받지만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는 그렇지 못했다. 그는 예수의 권위 있는 사도도 아니었고, 잘 생기거나 말을 잘 하는 것도 아니었으며, 그를 추중하는 세력도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가 설립한 교회에서도 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고린도 교회에서도 그런 분위가가 팽배했다. 그는 지금 신앙고백을 하는 중이다. 달음질과 상은 비유이다. 예수님이 하늘나라를 설명할 때 늘 비유로 말씀하셨듯이 그는 지금 자신의 신앙적 실존을 비유로 말하고 있다. 그의 신앙은 지금 유대교의 율법주의와 투쟁하고 있다. 거기서 많은 사람들은 절충주의를 따랐지만 바울은 오직 한 가지 사실에만 집중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다. 오직 한 목표를 향해서 달음질 하는 달리기 선수처럼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한 곳을 향해서 집중했다.

그가 내린 결론을 보자. “내가 내 몸을 쳐 복종하게 함은 내가 남에게 전파한 후에 자신이 도리어 버림을 당할까 두려워함이로다.”(27절) 바울은 지금 하늘나라의 상급에 관해서 말하는 게 아니라 자기가 당한 현실을 진술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그가 그만큼 정신적으로 어려움에 처했다는 의미이다. 그에게도 불안은 없지 않았을 것이다. 예수의 동생 야고보와 사도 베드로 같은 사람들이 가는 길과 자신이 가는 길이 다를 때 느끼는 불안감은 적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기 몸을 쳐서 복종시키는 중이다. 율법과의 절충과 타협에 빠지지 않고 애오라지 복음만을, 십자가와 부활의 구원만을 전하려고 한다. 이런 배경에 놓인 바울의 텍스트를 근거로 하늘나라의 상급 운운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돼지 앞의 진주이다.

그렇다면 하늘나라의 상은 전혀 없다는 말인가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걸 누가 알겠는가? 다만 이렇게 말할 수는 있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을 통한 구원의 신비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런 상급 따위에 마음이 가지 않는 법이다. 신랑이 올 그 순간에 마음을 집중시키면서 기쁨에 가득 차 있을 뿐이다.


[레벨:22]머리를비우고

2009.04.18 01:16:24

지당하신 말씀~

구원의 신비를 아는 사람은 결코 그런 상급 따위에 마음이 가지 않는게 당연해 보이는데...

어르신들 봉사하고 헌금하는 게 가끔은 무서울 때가 있습니다.

천국에 보험금 납입하는 것 처럼 말씀하시니까요....

윤*전 목사님이나 김국* 목사님과 같이 지도층에 계신 유명하신 분들은

다분히 성공주의 처세술에 입각한 상을 말하는데... 참 답답합니다.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09.04.18 23:34:26

천국 보험금 운운 하신 게 재미있군요.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이용해서

종교적 업적을 쌓는 일은

부도덕한 일일 뿐만 아니라

어쩌면 성령을 훼방하는 일인지도 모르죠.

좋은 주일을 맞으소서.

[레벨:1]태평양시대

2009.04.20 23:05:12

바울이 하늘 나라 상급에 대해서 말했는지 아니면 당시에 자기가 처한  현실은 이야기 했는지 아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성경을 믿는다면 그 말씀이 오늘날 우리에게 또는 각자에게 주는 메세지가 무엇인지 깨닫고 행할 뿐이다.다만 주님의 나라의 확장을 위해서 힘써 일할뿐이다. 그에 대한 상급은 하나님이 가장 합당한 방법으로 할것이다.

 

 

[레벨:4]지우파

2009.05.25 10:58:25

복음서에 예수님께서는 상에 대하여 10여차례 가까이 언급하셨습니다.

사도바울도 복음서에 기록된것 만큼의 상을 언급했습니다.

비유라면 일회성에 그칠텐데 이렇게 여러차례 반복한 점으로보아 하늘나라의 상급은 분명히 있다고 믿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마태복음6장1, 2절을 포함한 여러 구절에서 자기의를 드러내려 하는 행위는 이미 상을 받았다고 하셨습니다.

하늘나라의 상급은 우리 인간들이 이땅에서 기대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로마서 2장 6-7절에서 '각사람에게 행한대로 보응하시되 참고 선을 항하여 영광과 존귀와 썩지 아니함을 구하는 자에게는 영생으로 하시고'라고 하셨습니다.

선을 행하되 하나님의 나라를 그리고 타인을 위한 순수한 것이라면 이미 그 사람은 하나님의 성품에 참여하는 영원한 상급을 받은 것이겠지요.

영생에 참여하게 되는 이런 존재론적인 변화가 이 세상 그 어느 상급과 비교할수 있겠습니까?

[레벨:2]김민호

2009.07.27 16:49:47

"사심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려는 시도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도입하는 또 하나의 장기말과 같다."

 

" 세상적인 입신출세주의자들을 비판하는 종교인들이 있다.  이들은 입신 출세주의자들이 추구하고 있는 부와 지위와 쾌락과 명예 같은 것을 멸시한다. 그러나 그들은 저급한 쾌락을 멸시함으로써 최상의 축복을 성취하기를 희망하며, 실제 생활에서 겪은 실패에 대하여 어떤 보상을 찾고 있는 하늘 나라의 입신 출세주의자들이다. "

 

"누가 감히 하나님에 대한 추구가 보상에 대한 소망의 잔재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 폴 투르니에, 모험으로 사는 인생(IVP) 中 -

[레벨:1]kidockyodo

2011.02.24 10:20:12

좋은 글 감사 합니다. (_ _)

[레벨:8]광토

2009.12.10 16: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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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퇴근길에 극동방송을 들었는데,

어느분인지 하시는 말씀중에

 

"우리는 다 구원안에 있으나 그 상급은 다르다."

 

하는 말씀을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답을 알고, 결혼한 신부의 비유를 읽으니

내용 파악이 되네요..절대적인 사건..

 

감사합니다.

[레벨:18]은나라

2015.10.17 00:18:15

정목사님이 파악하시는 바울의 텍스트를 왜 대부분의 목사님들은 못할까요?

신학교에서 공부를 제대로 안하셨을까요?

구원받은것만도 감지덕지인 은혜인데...  죽을 사람 살렸더니 상급까지 주라고 손벌리는건 좀 아니지~ 싶네요..

개혁교회라 해서 맘잡고 교회다니려 했드만, 상급론도 모자라 지옥에도 차등이 있다고 우기니 참 씁쓸합니다.

그렇다고 다니던 교회를 패대기칠수도 없구.. 참 난감합니다.

정말 귀한 말씀 감사드려요^^

profile

[레벨:100]정용섭

2015.10.17 08:37:16

천국 상급론은 들어봤지만

지옥에도 차등이 있다는 말은 처음이네요.

쓰레기 같은 말이니 귀담아 듣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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