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경험(4)

조회 수 9677 추천 수 0 2009.05.09 20:42:21
 

하나님 경험(4)

-하나님 경험과 세상 경험-


세계 모든 여인들은 생일을 맞든지, 아니면 결혼기념일을 맞아서 사랑하는 남자에게서 백송이 장미다발을 받으면 기쁨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남자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만큼 사람들은 무언가 색다른 사건을, 바로 이벤트를 기다리며 사는 것 같다. 상품을 만들어 파는 회사들도 고객을 위해서 이벤트를 벌인다. 경품을 내 걸기고 하고, 고객을 초대도 한다. 교회도 이벤트를 벌이기에 바쁘다. 총동원전도주일, 특새(특별새벽기도회), 신년맞이 금식기도회 등등, 어쩌면 어린이를 위한 여름성경학교 교사들도 이벤트 만들기에 정신이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벤트를 찾는 이유는 일상이 밋밋하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그것과는 전혀 다른 일거리를 만들어내야만 그런 매너리즘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벤트는 결국 호기심의 발로이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벤트로 우리의 일상적 매너리즘이 극복된다면 그건 나름으로 의미가 있긴 하겠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못한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닐는지. 호기심의 자극은 늘 그것만으로 끝나고 만다. 호기심의 충족된 다음에 그것보다 더 강한 이벤트가 보충되지 않으면 훨씬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지게 된다. 교회에서 부흥회를 반복하거나 대심방을 반복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삶은 이벤트로 결코 해결될 수 없다. 이건 생명과 세계의 본질에 관계되는 문제이다.

이 세상은 그것 자체가 이벤트다. 장마가 지면 그것이 곧 사건이고, 땡볕이 들면 그것이 곧 사건이다. 우리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것이 곧 이벤트이고, 우리에게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면 그것도 역시 이벤트이다. 슬픔을 슬픔대로, 기쁨은 기쁨대로 이 세상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이벤트이다.

여기서 이벤트라는 말은 살아있다는, 즉 역동적이라는 뜻이다. 결코 동일한 것의 반복이라고 할 수 없는 우주 안에서 유일하게 일어나는, 그 어떤 사람이나 과학도 반복해서 만들어낼 수 없는 오직 그것 하나일 수밖에 없는 사건이 이벤트이다. 오늘은 어제의 내일이 아니라 바로 오늘만의 오늘이다. 내일도 역시 오늘의 내일이 아니라내일만의 내일이다. 이 말은 곧 어제로 이 세상은 완전히 끝나서 오늘이 없을 수 있으며, 또는 오늘로 이 세상이 끝나서 내일이 없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존재하지 않을 수 있는데 여기 있다는 것 말고 더 큰 이벤트가 있을까? 우리의 일상에 이러한 우주론적 이벤트가 숨어 있다. 이걸 볼 수 있는 사람이 있고, 그걸 모두 놓치는 사람이 있다. 이걸 보는 사람은 더 이상 사람이 만드는 인위적인 이벤트를 기대하지 않는다.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벤트야말로 아무런 상상력이 담기지 못한, 삼류 연애 소설과 같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나님을 경험한다는 건 바로 이런 일상의 우주론적 깊이를 발견하는 것과 같다. 하나님에게서 어떤 소리를 듣는다거나 어떤 모습을 보려고 노력할 필요도 없다. 이미 하나님은 우리의 일상에 현재하신다.(Gegenwart Gottes) 우리의 밥에도, 우리의 음료에도, 우리의 빵과 포도주에도, 우리의 사랑에도, 우리의 이별에도 이미 거기 계신다.(Dasein) 역설적으로 전쟁 포화 속에도 계시고, 우리의 배설 순간에도 계시며, 우리의 외로움에도 이미 함께 계신다.(Mitsein)

이런 말이 범신론처럼 들리는 분들은 미안하지만 아직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모르는 사람이다. 범신론, 또는 만유신론을 적대시하지 마라. 야훼 하나님이 창조주라고 한다면 그는 그런 방식으로 우리와 함께 하실 수밖에 없다. 우리를 초월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내재하시는 그 야훼 하나님의 존재론적 신비에 관한 인식 없이 우리가 어떻게 그리스도교 영성을 말할 수 있는가?

이 세상에, 바로 이 순간에 우리가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는 이 사실, 바로 이 사실보다 더 위대한 이벤트는 없다. 다른 데서 찾을 필요가 없다. 영적인 눈을 뜰 생각은 하지 않고 호기심 천국만 찾아다니는 것은 우리의 삶을 소진하는 어리석음이다. 나 자신과 우리 주변,나에게 닥치는 모든 일들, 내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세계는 미야자키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세계보다 더 신비로운, 하나님이 연출하시는 이벤트다. 이걸 아는 사람은 우리 교회에 나오는 두 살짜리 예은이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잃지 않고 모든 삶의 순간을 넘치는 환희로 맞이하리라.




profile

[레벨:38]클라라

2009.05.10 01:19:10

목사님, 한때 제가 이 범신론에 대한 몰이해로, 얼마나 헷갈려 있었는지 모른답니다.

이제 그 의구심을 떨쳐 버릴 수 있겠어요.

글구, 이제 소로우의 <월든>(목사님 추천작)에 대해서도 맘문을 활짝 열수 있겠어요.^^

'우리를 초월하면서 동시에 우리에게 내재하시는 야훼 하나님의 존재론적 방식' 이 바로 그 단초였군요.

[레벨:18]은나라

2015.10.17 00:38:36

"내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세계는...하나님이 연출하시는 이벤트이다."

우리 일상에 우주적 이벤트가 숨겨져 있기에..

우리가 하나님을 경험한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일상의 우주적 깊이를 발견하는것이다.

하나님이 연출하시는 이벤트를 매순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안타깝네요..

이제라도 제 일상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를 경험해봐야 겠습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정목사님

profile

[레벨:99]정용섭

2015.10.17 08:42:06

하이데거에 따르면

본래적 실존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경이롭게 경험한다는 뜻입니다.

경이로운 경험은

세상에 무엇이 없는 게 아니라

존재한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느끼는데서 옵니다.

이런 관점은 하이데거만 하는 게 아니라

이미 구약 시편 기자들이 늘 말했던 거지요.

 

[레벨:18]은나라

2016.08.02 13:41:38

일년 가까이 된 지금에서야 목사님의 댓글이 이해가 됩니다.ㅎ

그리고 이제 전 세상을 경이롭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경이로운 경험은..

세상에 무엇이 없는게 아니라, 존재한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느끼는데서 옵니다."

자연현상 하나하나에.. 일상과 제가 느끼고 경험하는 모든것들.. 그리고 제가 존재하는것까지..

제 눈에 보여지는 모든것들과 겪어지는 것들도.. 상황들도..전혀 낯설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그동안 살아왔던.. 알아왔던.. 경험했던.. 모든것들.. 신앙의 길까지도..

전혀 한번도 알지못하고,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보지.. 걸어보지 못한 길 같거든요..

같은 일상인데.. 전혀 새로운..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모르겠네요.

요즘엔 참 낯섬니다. 제 자신까지도요.. 나는 누군가? 이런 질문은 처음이에요..

[레벨:6]알아야

2016.08.02 17:35:45

신학 단상은 오늘 처음 읽네요. 은나라님 댓글 보고, 처음 찾았어요. 오타가  있어서 올립니다. 


첫번 째 paragraph 오타 경품을 걸기 하고

네번 째 paragraph 띄어쓰기 : 내일도 역시 오늘의 내일이 아니라내일만의 내일이다. 


그리고 저도 범신론때문에 헷갈리네요. 범신론은 만물에 정신이 깃들여있다는 힌두 사상으로 알고 있어서..... 조금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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