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샘터교회 수요성경공부 게시판

88편, 은폐의 하나님

조회 수 970 추천 수 0 2010.04.23 12:41:34

대구샘터교회 수요성경공부, 2010년 4월21일, 저녁 8시, 시편 88편

 

은폐의 하나님

 

     시편 88편은 탄식 일색이다. 위로도 없고 희망도 없다. 3절 말씀에서 이 시편 기자의 형편이 얼마나 처절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무릇 나의 영혼에는 재난이 가득하며 나의 생명은 스올에 가까웠사오니” 17절도 이와 비슷하다. “이런 일이 물 같이 종일 나를 에우며 함께 나를 둘러쌌나이다.” 출구 없는 방에 갇혀 있는 형국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보면 그는 어릴 때부터 고난을 당했으며,(15절) 육체적인 질병도 있었던 것 같다.(9절) 고독에 몸서리를 쳤다.(8절) 그래서 그는 여호와께서 자기를 완전히 버리셨다고, 자기에게서 피하셨다고 생각했다.(14) 그가 믿음이 없어서 이런 탄식을 하는 건 아니다. 그는 구원의 하나님께 부르짖었다. 그러나 응답이 없었다. 완전히 절망적인 상황이다. 그에게 하나님은 ‘은폐의 하나님’이시다.

     이런 상황은 구약의 욥의 그것과 비슷하다. 욥은 동방의 의인으로 불릴 정도로 경건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졸지에 모든 것을 잃었다. 자식, 재산, 건강을 잃었다. 욥기의 주제도 역시 은폐의 하나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유 없이 고난당하는 현실은 곧 하나님의 은폐를 가리킨다. 이런 일들은 오늘도 반복된다. 3월26일 천안함 침몰 사고, 4월14일 중국 칭하이성 대지진 등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불치병으로 죽는 사람도 끝이 없다. 여기서 우리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하나님은 어디 계신가? 침묵하는 하나님!

     오늘 본문에는 특이한 표현이 두 군데 나온다. 하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이며(3-6절), 다른 하나는 지옥에 대한 공포이다.(10-12절) 지옥에 대한 공포와 죽음에 대한 공포는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죽음 이후에 우리의 몸은 땅속에 들어가 세균이나 구더기의 양식이 되고, 불에 들어가 탄다. 그것이 바로 고대인의 지옥 표상에 그대로 나타난다. 이건 아무도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죽기 전에도 이미 죽음을 경험한다. 늙으면 소리를 듣지도 못하고 냄새를 맡지도 못하고 말도 사랑하는 사람을 볼 수도 없다. 이것을 외면하면 안 된다. 이런 점에서 특별한 고난에 빠진 시편 기자의 상황은 우리 모두의 상황과 근본적으로는 동일하다.

     지옥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꺼지지 않는 불, 구더기 등으로 묘사되는 지옥은 구원받지 못한 인간이 영원한 고통에 떨어질 장소인가? 우리는 소극적인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는 하나님 나라와 완전히 단절되어야만 할 악과 죄가 존재한다. 그러나 지옥은 하나님이 유일한 창조주라는 사실과 그분의 긍휼이 끝없다는 사실에 위배되지 말아야 한다. 유일한 탈출구는 악과 죄의 용서이다. 예수의 십자가와 부활은 이것을 가리킨다. 문제는 예수의 구원 사건을 명시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의 운명이다. 이것도 우리는 소극적인 대답만 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은 우주적이다.

     은폐는 계시의 다른 면이다. 은폐와 계시는 변증법적 긴장 관계이다. 하나님은 은폐의 방식으로 자기를 나타내신다는 뜻이다. 다른 건 접어두고 예수의 십자가만 보라. 십자가는 은폐다. 거기서는 아무도 구원의 빛을 감지하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십자가는 하나님의 계시이다. 하나님이 십자가에 달리셨다. 이 십자가는 하나님 은폐의 정점이다.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 사람들은 은폐와 계시의 변증법적 긴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신앙과 삶이 조급하다. 참된 신앙인은 하나님이 침묵, 하나님의 은폐 앞에서도 결코 절망하지 않는다. 어둠에서도 빛을 기다린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 그리스도에게 자신의 운명을 맡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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