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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그 저항과 돌파의 역사

조회 수 3016 추천 수 0 2011.07.14 11:5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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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서, 그 저항과 돌파의 역사




“인류의 위대한 영적 전통들은 공포(terror)와의 대결 속에서 태어났다”1)는 토마스 베리 신부의 통찰은 성서 전통에 대한 해석에서도 매우 엄중한 진실이다. 그 말은 역사의 어둠을 뚫고 나갈 지혜와 원동력은 인류의 위대한 영적 전통들 속에 있다는 뜻이다. 리처드 호슬리가 편집한 『제국의 그늘 속에서』(In the Shadow of Empire, 2008) 역시 그 부제목이 보여주는 것처럼 “성서를 신실한 저항의 역사로 새로 읽기”(Reclaiming the Bible as a History of Faithful Resistance)이다. 계속되는 제국들의 정복과 학살로 인해 종종 피바다를 이룬 역사의 현장에서 차마 눈 뜨고는 볼 수 없었던 끔찍한 참상에 몸서리쳤던 사람들이 그 학살자들에 대한 공포에 질려 영혼이 마비되지 않고 오히려 두 눈 똑바로 부릅뜨고 하나님의 정의와 하나님이 예비하시는 새로운 미래를 기다리며 목숨을 걸고 지배자들에게 저항했던 역사가 바로 성서라는 주장이다. 또한 성서 기자들의 기록과 성서 해석의 역사는 카렌 암스트롱이 『성서: 한 전기』(The Bible: A Biography, 2007)에서 명쾌하게 분석한 것처럼, 약소민족이 겪어야 했던 비극적 역사의 현장에서 그 어둠과 절망과 체념을 창조적으로 극복하는 신앙적 돌파구를 끈질기게 뚫어나간 역사였다. 특히 예언서들과 복음서들만이 아니라 미슈나와 미드라쉬, 탈무드 모두 제국들에 대한 하나님 신앙의 승리를 고백한 것이다. 문화사가와 성서학자들과 종교학자의 이런 통찰들은 성서에 대한 해석만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신학적 과제가 무엇인지도 깨닫게 해준다.

성서 안에서 가장 큰 공포와 절망의 사건들 가운데 하나가 대홍수 사건일 것이다. 창세기에 기록된 대홍수는 단순히 고대 근동지방 공통의 설화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상 거의 언제 어디서나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다. 제국들과 지배계급의 정복과 착취에 의해 무고한 사람들이 떼죽음 당하는 사건들이 대홍수 사건이기 때문이다. 성서는 에른스트 블로흐 역시 지적한 것처럼, “억압하는 존재에 저항하는 반대작용에 다름 아닌 것”2)이다. 그러나 유대-기독교가 권력자의 권력유지를 위한 지배이데올로기로 둔갑되어, 권력자의 물질적인 풍요를 “하나님의 축복”으로, 가난을 “하나님의 저주”로, 또한 “죄”를 계급지배에 의한 구조적인 억압과 착취가 아니라 심리적이며 성적인 요소로 사사화(私事化) 함으로써 자신들의 권력에 대한 신적인 재가를 정당화하며, 또한 “저항과 반역”이 아니라 “순종”을 강조하기 위해 지배계급의 정복과 착취에 의한 떼죽음이라는 대홍수조차도 신의 뜻으로 합리화시킨 것은 생명과 구원의 하나님에 대한 신성모독이었다.  

특히 오늘날 우리 사회처럼 무한경쟁과 승자독식의 시장전체주의 사회에서 “구조조정”이라는 이름 아래 집단적으로 해고되어 생존권을 박탈당한 노동자들, 산업재해로 인해 죽어가면서도 대부분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 실업자들과 철거민들, 그리고 가파른 전세금 상승3)으로 인해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세입자들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이 세상은 대홍수 당시의 무자비한 현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오늘의 대홍수는 특히 용산참사와 쌍용자동차 파업사태, 4대강 사업과 뉴타운사업, 그리고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노동자 백혈병 사건 등에서 여실히 드러나듯이, 그 희생자들은 “자본의 욕망”이라는 제단 앞에 제물로 바쳐지고 있다. 그들은 자본의 독재와 이윤 극대화를 위해 희생되고 있다는 점에서 철저하게 자본의 계급착취의 희생자들이다. 오늘도 계속되는 이런 대홍수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떼죽음 당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시장자본주의 체제의 어둠과 절망을 창조적으로 돌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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