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3일

유기적 지식인(2)

케빈은 목회자가 기본적으로 신학자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호칭 자체를 목회자-신학자라고 부른다. 이를 다른 말로 ‘유기적 지식인’이라고 한다.

유기적 지식인은 천재(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있는, 자신만의 독창적 사상을 지닌 사상가)나 지식인 엘리트가 아니다. 오히려 유기적 지식인은 자기가 속한 사회 집단의 필요와 신념, 갈망을 명확히 표현해낸다. 유기적 지식인은 공동체의 가르침과 바람을 말로 표현한다. 유기적 지식인은 아이비리그가 아니라 말하자면 고향에 있는 농장의 산물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유기적 지식인이 높은 곳에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하듯이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새로운 지식인 유형은 외적, 일시적으로 감정이나 열정을 움직이는 말의 유창함에 있지 않으며, 단순한 연설가가 아니라 건설자, 조직가, ‘항구적 설득자’로서 실천적 삶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에 있다.”(Gramsci, Selections from the Prison Notebook, 10). -52쪽-

케빈은 그램시의 말을 인용해서 유기적 지식인의 정체를 밝힌다. 여기서 핵심은 설득과 실천이다. 목사는 목회자-신학자로서 청중들을 꾸준하게 설득하고 삶에서 실천을 보임으로써 유기적 지식인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설득하는 작업은 어느 정도 하지만 삶의 실천은 턱없이 부족하다. 케빈에 따르면 반쯤만 유기적 지식인이라는 말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