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의 시(1)- 기적

조회 수 2007 추천 수 0 2017.08.01 21:38:55

81,

마종기 시(1)

 

제목: 기적

 

추운 밤 참아낸 여명을 지켜보다

새벽이 천천히 문 여는 소리 들으면

하루의 모든 시작은 기적이로구나.

 

지난날 나를 지켜준 마지막 별자리,

환해오는 하늘 향해 먼 길 떠날 때

누구는 하고 싶었던 말 다 하고 가리

또 보세, 그래, 이런 거야, 잠시 만나고---

 

길든 개울물 소리 흐려지는 방향에서

안개의 혼들이 기지개 켜며 깨어나고

작고 여린 무지개 몇 개씩 골라

이 아침의 두 손을 씻어주고 있다.

 

*감상: 일전에 영천 시립도서관에서 몇 권 시집을 대출해왔다. 811일까지 반납이다. 그때까지 마종기의 시를 소개해볼 생각이다. 내 깜냥으로는 시 해설은 불가능하니 포기하고, 그냥 내 마음에 들어온 대목을 간략히 적는 수준이다.

위 시 기적은 문학과 지성사에서 2006년에 펴낸 우리는 서로 부르고 있는 것일까라는 시집의 첫 번째에 나온다. ‘하루의 모든 시작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겠지만 기적인 거 맞다. 그 여명을 어쩔 수 없이 맞는 사람은 도시 청소부나 새벽 예불을 드리는 승려나 새벽 기도회를 드리는 수도승이나 기독교인들이다. 등산 하는 사람들도 종종 그런 장면을 맞고, 나도 원당에서 그런 장면을 간혹 목격한다.

마지막 별자리는 친구나 가족이나 교우나 지인일 수 있다. 모두 다 잠시 이 세상에서 만나서 살다가 또 보세하고 여명에 희미해지는 별자리처럼 떠난다. 먼 훗날 우주 어딘가에서 흑암물질을 가로질러서 만날 수 있을까? 모든 게 어두운 심연으로 느껴지지만 아직은 우리가 아침의 두 손을 확인할 수 있다.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두 손은 예쁘다. 안개의 혼이 깨어나는 걸 볼 수 있고, 세상을 무지개로 볼 수 있는 저 시인은 외로우면서도 행복한 듯이 보인다. 새벽만이 아니라 하루가 마감되는 이 시간도 기적이다.


[레벨:18]은나라

2017.08.05 22:49:58

마종기 시인의 하루의 시작을 기적이라는 시로 표현한 것을..

정목사님이 멋지게 감상평을 해주시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성경이야기인 홍해건넌 출애굽사건, 오병이어 사건 , 여러가지 병치유, 기도응답 등등..만을 기적으로 생각했던 저는..

이곳에서 하나님의 기적을 종종 경험합니다.

오늘도 이 시를 통해서 만남과 헤어짐의 기적,

하루의 시작과 마감이 같이 공존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정목사님이 항상 강조하시는 죽음과 삶이 함께 공존한다는 뜻이 무엇인지? 더 깊이 알아지는 기적인거죠..

감사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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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100]정용섭

2017.08.06 22:11:54

ㅎㅎ 그렇습니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기적이지요.

'왜 존재자는 존재하고 무는 없는가?'라는 질문은

모든 철학자들의 궁극적인 질문이랍니다.

존재하는 것이 비밀이고 신비이고 기적이라는 뜻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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