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눈을 뜨니
어젯밤 꿈이 생생하게 기억난다.
초대받아서 어느 집에 갔다.
중년이었을 내 나이 또래의 어떤 남자다.
직업과 얼굴은 정확하지 않다.
집이 일반 주택으로 아주 넓고 현대식으로 럭셔리했다.
나를 음악실로 데리고 갔다.
옛날 LP 판이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그중에서 한 장을 꺼내서 틀어주던데,
무슨 곡인지는 선명하지가 않았다.
요즘은 대게 CD로 듣는데 어떻게 엘피냐, 하고 내가 묻자
그가 씨디는 음악 감상에서 엘피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몇 가지 근거를 댔다.
그 순간부터 나의 전도가 시작했다.
음악 감상실로 오기 전에 잠깐 등장한 다른 장면을 먼저 설명해야겠다.
두 장면이다.
(첫 장면)
유치원 아이들 십여 명이 풀밭 정원에 나타났다.
천사 같은 아이들이다.
교사가 한둘 보였다.
웬 아이들이냐고 주인장에게 물었는데,
그 집 아이들인지 동네 아이들인지 정확한 대답은 얻지 못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둘째 장면)
자기 이웃에 젊은 목사가 사는데,
지금 집으로 들어가는 게 보인다면서
나를 아는 목사니까 만나보고 싶으면 만나보라고 주인장이 말했다.
바로 옆에 있는 그의 집에 가서 그를 보니
옛날에 내 강의를 듣던 제자였다.
작은 교회에서 일하고
사회 문제에 관심이 크며 가난했다.
힘들지만 잘해보자는 덕담을 나누고 그와 헤어졌다.
(전도 내용)
주인장의 고풍스러운 음악 감상실에서 전도하기 시작했다.
그는 많은 걸 이룬 사람이지만 표정이 밝지 못했다.
교회에 대해서 나쁜 감정이 있는 건 아니나
교회에 다니고 싶다는 마음도 없었다.
당연히 삶에 대한 열정도 강하지 못했다.
그냥 극단적인 데에 치우치지 않고
지성적이면서 고급스러운 일상으로 만족했다.
내가 그에게 전도한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당신이 클래식 음악을 엘피 음반으로 감상하는 건
다른 사람이 접할 수 없는 삶의 귀중한 경험이다.
이런 경험이 없어도 삶이 부정되지는 않으나
경험이 있는 사람의 삶은 분명히 더 풍성해진다.
종교는 인류의 모든 문명과 문화에서 가장 고귀한 차원이다.
종교를 모른다고 해서 삶 자체가 붕괴하지는 않으나
생명의 고귀한 차원을 모르고 사는 게 된다.
한국교회가 지성인들에게 유치하게 보일 때가 있겠으나
기독교 본질을 안다면 그런 유치한 현상은 작게 보일 것이다.
부디 질그릇 속에 담긴 보물을 찾으시라.
그 사람의 반응이 어땠는지는 꿈에서 확인하지 못했다.
평소에 다른 사람에게 직접으로는 전도하지 않는 내가
왜 꿈속에서는 이렇게 구체적으로 전도했는지 모르겠다.
이번만이 아니라 다른 때도 몇 번 그런 비슷한 꿈을 꾸었다.
어제 주일에 설교했던 느낌이 꿈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싶다.
다행이다.
꿈에서라도 전도했으니 ...
꿈속에서의 전도의 내용이 이렇게나 구체적으로 생각난다는 게 참 놀랍습니다.
저는 그런 꿈을 꾸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깨고 나면 "아 그때 이렇게 말했어야 하는데 아쉽네. 다음번에 꿈을 꾸면 꼭 하나님을 기억해내야지..."
하면서 후회하는 일이 다반사여서요... ㅎㅎ
구도정진 하다보면 저도 그런 꿈을 꿀 수 있겠지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