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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당으로 이사온지 벌씨 11년째인데 이제야 우편함을 달았다.
집배원들의 마음을 미리 헤아렸어야 했는데, 너무 늦었다.
옛날에는 모두 손편지를 써서 우편으로 보냈다.
연인들은 편지 올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이제 카톡으로 즉시 연락을 주고 받는 시대가 되어서
이전의 낭만이 깡그리 사라진 셈이다.
이게 잘 된 일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다.
아내와 주고받은 편지는 꽤나 된다.
결혼하기 전부터 한 사람은 대구에 살고 한 사람은 서울에 살아서
아주 급하게 연락할 일이 아니면 대개 손편지를 보냈다.
내가 군목으로 지내는 동안에도 떨어져 지냈다.
아내는 내 편지는 지금까지 모아놓았다.
내용은 유치하나 손편지를 기다리던 당시 마음은 생생하다.
이제 저 우편함에는 주간지 <한겨레21>과 월간지 <기독교 사상>, <들꽃편지>,
그리고 매월 날아오는 건강보험료 고지서, 재산세와 지방세 고지서,
아주 가끔 범칙금 통지서, 별 필요도 없는 광고 문건 등이 담긴다.
기다릴 일이 전혀 없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그런데도 우편함에서 아련한 마음이 느껴지는 건 웬일인지.
곧 딱새가 우편함 안에 집을 짓는 경험을 하시겠군요.^^
그런데 우편함이 철판으로 되어 있고 아래가 플라스틱으로 막혀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새가 들어갈 구멍이 없군요. 새가 왔다가 실망하지 않을까...
그래도 <들꽃편지>는 반겨주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