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봄부터 난을 키우고 있다.
이런 일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우연하게 그렇게 되었다.
사람의 운명이라는 게 정해진대로만 흘러가는 게 아니지 않는가.
다샘교회 박 아무개 집사는 타일 마이스터이면서 난 재배에도 전문가다.
한때는 난 재배를 전업으로 삼을 정도니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한다.
나- (지나가는 말로)혹시 집에 난 남은 거 있나요?
그- 왜 목사님이 키우시려고요?
나- 잘 할 자신은 없지만 집사님 말을 들으니까 해보고 싶네요.
그- 알았습니다. 좀 기다려주세요.
한달쯤 후에 난 세 개를 철제 기구에 담아 가져왔다.
설명을 많이 듣기는 했으나 거의 잊어버렸다.
일단 필요한 거름은 주었으니까 2년 간은 걱정 없이 물과 햇빛 관리만 잘해주면 된다.
세 개 중에서 한 개가 시름시름 대더니 두달쯤 후에 죽었다.
그 소식은 박 집사에게 아직 알리지 않았다.
비상 체제로 들어갔다.
아내와 내가 남은 두 개를 하나 씩 따로 키우기로 했다.
처음에는 세 개가 다 부엌 햇살 좋은 곳에 있었는데 이제는 그곳에 아내가 책임진 하나만 남고
내가 키울 녀석은 내 서재로 옮겼다.
배운대로 이따금 데리고 나가서 물도 주고 햇살을 받게 한다.
아래 자신에서 보듯이 지금 아주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
목표는 꽃 피우기다.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니 잘 돌보면서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아내가 책임 진 친구도 비교적 잘 자라는 듯하다.
분양받은 저 난은 흔한 서양난이 아니라 야생난이다.
각각 이름도 있다. 한창 난 키우기가 유행할 때는 값이 제법 나간 듯하다.
언제 꽃대가 올라오려나...
겨울에 꽃대가 올라와서 3-4월에 노란 꽃이 필 것 같습니다.
춘란은 왠만하면 안 죽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