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바가지에게도 고마움이.....

Views 905 Votes 9 2008.10.04 15: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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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항상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감사하게 생각한다거나 고마움을 느끼기보다는
당연히 있는 것처럼 또 언제까지고 함께 할 것처럼 예사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늘 새로운 것을 찾았던 때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어쩌면 내 주변에 즐비한 행복의 조각들을 챙기기보다 그 어디엔가 있을 것 같은 손에
잡힐 덧 하면서 잡히지 않고 보일 덧 하면서 보이지 않는 행운을 바라면서 내게도
한번쯤은 남부럽지 않을 행운이 찾아 줄 것을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네잎클로버를 찾으면 행운이 온다는 흘려들은 말이 있어 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클로버가 군락을 이루고 자라는 들을 지날 때면 그냥 지나치지를 못하고 꽃반지 만드는
척하면서 나도 모르게 혹시나 네잎클로버 한 잎이라도 찾아지기를 기대하며 곁눈질했고
때론 풀밭에 쪼그리고 앉아 유심히 집중하여 바라봤지만 네 잎보다 세 잎 클로버가
아주 정상이라는 걸 느끼며 물러서기도 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행운이 뭔지도 모르면서 뜬구름 잡듯이 말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행운 : 좋은 운수, 행복한 운수
행복 : 흐뭇하도록 만족하여 부족하거나 불만이 없음. 또는 그러한 상태.
역시 운수좋은날 보다는 현재 주어진 행복 한 조각 한 조각이 모여 큰 행복을 이루고
계속적으로 이어져 가는 것이 어떤 행운보다도 가장 큰 복이리라 싱크대 안에서 조용히
순종하는 바가지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겨 봅니다.

이 노란바가지와 함께한 세월이 엄청납니다.
우리 딸내미 유치원 갈 때 쯤 이웃슈퍼 개업 선물로 받은 것인데 ......
대학생이 된 딸내미를 생각하니 십년을 훌쩍 넘긴 세월을 하루도 빠짐없이 싱크대 안에서
자기의 책임을 다해 왔건만 어쩌면 야속하게도 한 번도 바가지의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였을까요.
무심한 주인이었습니다.

무심한 주인이 오늘은 왠지 설거지를 하다가 바가지에 관심을 쏟아 보았습니다.
예쁜 노란색이 자세히 보니 때가 많이 묻어 있었습니다.
왜 안 그렇겠습니까?
때마다 지저분한 그릇들이 노란 바가지 탕에서 깨끗이 씻고 구정물만 남겨두고 나갔는데요.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정말 사랑스럽게 귀하게 여기며 바가지를 붙잡고 한 바퀴 둥글둥글
돌리면서 닦아 주었습니다.
때깔이 달라 보였습니다. 뭔가 모를 고마움이 느껴졌습니다.

비치지 않는 바가지가 보이지 않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 같았습니다.
십 수 년을 구정물 그릇으로만 사용되었어도 항상 제자리 지키며 책임 회피하지 않았고
꽤 부리거나 병들지 않고 부셔지지도 않고 오래도록 살아 남아 있다는 게 정말 신기하기까지 합니다.
이대로 간다면 살아온 세월만큼 더 살아 남을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그릇들 중에는 귀하게 쓰임 받는 그릇도 있고 천하게 쓰임 받는 그릇도 있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 그들이 없다면 우리는 당장 불편함을 느낄 텐데 말입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해 준데 대해서는 고맙게 생각지를 못했습니다.

항상 제자리 지키고 있는 이웃이나 가족은 물론 나와 연관된 모든 이들이나
주변에 즐비한 모든 만물들에게도 새삼 고맙게 생각하며 항상 싱크대 안에서 때마다
내손과 부딪치며 살아가는 플라스틱 바가지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표하게 됩니다.

빨리 소비하지 못하면 냉장고 속에 갇혀 있는 당근도 싹이 나고 고구마도 감자도
생명 있음을 자랑하며 싹들이 나옵니다.
생명 있음을 자랑하는 풀잎하나도 함부로 대할 수 없기에 새싹이 돋아나는 생명이 귀하고
푸른 싹을 보고 차마 무지막지하게 짓밟아 버릴 수가 없기에  씨눈이 있는 부분을 조금 두텁게 잘라서
물에 담궈 봅니다.
창틈으로 들어오는 햇볕과 바람이 물과 합세하여 이 어린 싹들을 키워냅니다.
결실을 맺을 수 있는 거대한 땅이 없어 아쉽지만 싱크대 창틀위에서도 작은 농장을 느끼며
잠시나마 푸른 싹을 볼 수 있어 참 즐겁습니다.
살아 생명 있음에 감사하며 그 생명 다할 때까지 성실히 살아야 할것 같습니다.
생명을 위협하는 욕심은 마음에서 자꾸자꾸 빼내어 버려야 할까 봅니다.



초신자의 특권

2008.10.04 15:38:57
*.244.165.223

감동적인 글입니다.
햇살님의 마음 결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사진도 예술입니다.
예술이란 삶의 깊이가 드러나는 순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칩니다.
햇살님과의 살아있는 관계를 생각하며 다시 보니
바가지에서 윤기가 나는 것이, 표정이 있는 듯 합니다.
단순한 화학물질덩어리로 보이지 않네요.

사물과의 살아있는 관계를 발견하고 갑니다.
기분이 좋네요.
profile

클라라

2008.10.04 23:08:46
*.216.132.238

아침햇살 님,
진짜 햇살 같은 따스한 글이셔요.
잘 읽었습니다.


profile

정용섭

2008.10.04 23:16:16
*.181.51.93

나도 이 글을 감동적으로 읽었는데요.
어느새 아침햇살 님이 도사가 다 된 것 같네요.
사물을 다른 사람보다 한 층만 더 밑으로 볼 수 있으면
그게 도사지 별 거 있겠어요?
그대로 진도 나가봅시다.
감사.
profile

아침햇살

2008.10.05 18:35:50
*.181.112.139

초신자의 특권님, 안녕하시죠?
요즘은 얼굴을 대하기가 어렵네요.
환하게 웃는 그 모습 보고 싶은데요.
샘터교회 한번 오세요.
과분한 칭찬에 부끄럽습니다.
고마와요.
profile

아침햇살

2008.10.05 18:40:26
*.181.112.139

클라라님, 반갑습니다.
이틀을 연달아 놀다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엉뚱한 소리를 긁적거려 봤네요.
다비아 사랑채 남자들의 세상인것 같은데
가끔 겁없이 들락날락하고 있지요.
서울샘터교회 창립예배 준비로 모두들 바쁜 것 같아요.
클라라님, 그렇죠?
profile

아침햇살

2008.10.05 18:47:04
*.181.112.139

목사님,
수소들은 풍선처럼 붕붕 띄우고 계시네요.
줄끊어진 연처럼 달아나다 아무도 없는 골짝에
떨어지면 어짜라고요.
감히 목사님의 칭찬을 듣고 좋아라 합니다.
왠지 요즘은 마음이 차츰차츰 낮아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작은 생명들도 귀하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오늘 말씀도 생명이 무엇인지 생명의 주인이 누구인지 잘 알게 해 주셨고요.
감사합니다.

제이맨

2008.10.06 12:54:44
*.241.147.16

Cool~ 합니다...~.~
profile

클라라

2008.10.07 01:04:41
*.216.132.238

아침햇살 님,
'서울 샘터교회'라구요?^^
저희들 아직 교회 이름 정하진 못했지만,
그렇게 불러 주시니 참 정겹네요.
마치 형님네,아우네교회 같고요.^^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대구도 이전을 준비하신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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