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외로운 동거

Views 1371 Votes 5 2008.11.08 23: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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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외로운 동거

<이충재>

보도블록 틈새를 비집고 웃자란 잡초
잡초를 밟고 쉬어가는 화장기 벗은 자전거
싸구려 권련을 물고
가로수 밑에서 더위 피해가는 허름한 복장의 노인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생필품 꾸러미를
등으로 받치고 있는 자저거 위에 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비틀거리며 인도 위를 굴러가는
타이어의 배가 터져나갈 듯 닳아빠진
햇살에 얻어맞을 때마다 차도로 나뒹구는 내장을
비둘기들이 다투어 쪼아물고 있다

이빨 빠진 보도불록 위
관절을 앓는 자전거의 페달을 밟고
뒤뚱뒤뚱 그림자를 그리며 지나가는 노구의 머리 위를
가볍게 날아드는 참새 떼들에게는 학문이 소용없다
얼마나 더 가다가 멈출지 미래가 없는 노인에게는
화장기 바란 자전거와 함게 행인을 만나는 것이 업이다

(이충재 시집 ,외로운 동거>의 표제작)

<이충재 시인은 횡성군 서원에서 출생하여 1994년 <문학과 의식> 신인상으로 등단,
학국성서신학대학교와 고려대학교대학원 졸업,
시집으로 <내 자리 하나 있다면<, <나무와 아이들>, <별들이 처마 밑에 내려와 쌓이고>,
<그리움은 그리움으로 남고>, <붕어빵 장수와 시인>, <슬픈 모국어>가 있으며,
산문집으로 <그대 안에 내가 있음이여>, <행복한 이야기, 지혜롭게 세상을 배우거라>,
<가정의 건축가인 아버지의 영성회복>이 있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한국시인협회, 그리고 한국기독교문인 협회,
한국기독교시인협회, 한국녹색시인협회, 새흐름동인회 회원으로 있으며,
다비안이다.>

profile

클라라

2008.11.10 00:09:23
*.216.132.150

이충재님의 시군요.
지난 달 서울오프에서 뵈었었지요.
감사하게도 그날 저도 <외로운 동거>를 선물로 받았지요.
그 시집 중에서 한편 소개해 올리고 싶네요.

여행을 통하여

딸이 여행을 나선다
가방 가득
필수품이랄 것도 없는 것들과 메모 노트를 담아주면서
언제쯤이면
이 말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하나

짐을 줄여갈 때에야 비로소
여행이 행복하다는 언어의 홀시를

잡동사니도 챙기라 하고
없으면 곧 불편을 느낄 것이라며 단단히 당부를 남긴다
사실 그것이 틀린 답이란 것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은근슬쩍 내숭을 내밀어 보는 것은
버릴 줄 아는 연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때서야 비로소
가벼운 몸으로 먼 길을 갈 수 있다

박찬선

2008.11.10 01:05:14
*.177.106.6

저도 그때, 이충재님 서울 오프에서 뵙고
어떤 분일까 관심이 생겨
교보문고에서 시집 검색했는데
모두 절판이 되었더라고요.

이 댓글 보고 있는 이충재님!
조만간 준비모임이든 서울샘터교회 예배든
나오셔서 저도 '외로운 동거' 선물해 주세요^^
제목이 기가 막히네요.
profile

눈사람

2008.11.10 12:25:35
*.136.37.162

시가 마음에 팍 꽂히는 느낌이 있습니다.
아직은 그런대로 잘 굴러가는 자전거를 타고
칫솔하나 들고 훌쩍 떠나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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