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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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펌프 : 압력을 이용하여 관을 통하여 물을 수송하는 기계
펌프는 기계입니다.
서수남, 하청일 아저씨가 선전했던 자동펌프가 없을 때에도 ,
저 쇳덩어리는 분명 기계였습니다.
지금은 골동품 가게나 있을 법한 쇳덩어리 펌프는
내가 유아 때만 해도 어느 가정 마당에든
든든히 꽂혀 있던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나에게 펌프는 펌프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압력을 이용하여 관을 통하여 물을 수송하는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펌프는 우리집 마당에
"외다리로 굳건히 박혀서 손목 없는 외팔로
물을 토해 냈던 머리통 없는 놈"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니 끔찍한 괴물이지만,
놈은 학교간 언니를 기다리던 나를 기꺼이 상대해 주는
듬직한 친구였습니다.
그 당시 언니는 학교서 급식 빵을 받았는데
나랑 나눠 먹으려고 그걸 꼬질한 손으로 들고 오곤 했습니다.
햇빛 쨍쨍한 마당에, 언니가 오기 훨씬 전 부터
펌프 손잡이를 높이 들려 놓고
작은 몸을 매달립니다.
그러면,놈은 "꺼억 꺼억" 트름 소리를 내며
손목에서 물을 몇 방울 흘리고
얼마간은 내 몸을 공중에서 지탱해 줍니다!
그리고 나는 주문을 외우지요,,
"언니 온다, 언니 온다..."
그런 절박한 의식을 몇 번 치르면
저 만치서 "빵"이 옵니다 ~ 언니는 안중에도 없고...
수돗물을 연결하고 녹슨 무용지물이 될 때까지,
그리고 내가 어느새 커버려 거들떠 보지 않을 때까지
펌프는 내게 펌프가 아니었습니다
물을 뿜어 내던 곳은 팔목으로 보였고
마중물을 넣던 곳은 어께로 보였으니까요
사람은 아니었지만 분명 살아 있는 무엇으로 보였던 거지요
기계적인 구조를 전혀 모른 채, 아니, 그래서 더욱
내가 잘 아는 어떤 ' 놈'으로 보였나봅니다
상식을 알기전 , 상식 밖의 시간을 보냈던
어릴적 독특한 시각들이 그립습니다
막상 보니 어린 시절에 대한 '
"뽐뿌" 였내요 아련한 어린 시절 ...
갑자기 "내가 어른이 되어서, 어린 아이일을 버렸습니다." 하는 바울사도의 말이 생각났내요
그 펌푸는 "어떤 넘" 이었나요 ..지대 궁금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