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펌프단상

Views 1591 Votes 5 2008.11.20 21: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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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펌프 : 압력을 이용하여 관을 통하여 물을 수송하는 기계

펌프는 기계입니다.
서수남, 하청일 아저씨가 선전했던 자동펌프가 없을 때에도 ,
저 쇳덩어리는 분명 기계였습니다.
지금은 골동품 가게나 있을 법한 쇳덩어리 펌프는
내가 유아 때만 해도 어느 가정 마당에든
든든히 꽂혀 있던 물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나에게 펌프는 펌프가 아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압력을 이용하여 관을 통하여 물을 수송하는 기계"가 아니었습니다.

나에게 펌프는 우리집 마당에
"외다리로 굳건히 박혀서 손목 없는 외팔로
물을 토해 냈던 머리통 없는 놈"이었습니다!
말로 표현하니 끔찍한 괴물이지만,
놈은 학교간 언니를 기다리던 나를 기꺼이 상대해 주는
듬직한 친구였습니다.

그 당시 언니는 학교서 급식 빵을 받았는데
나랑 나눠 먹으려고 그걸 꼬질한 손으로 들고 오곤 했습니다.
햇빛 쨍쨍한 마당에, 언니가 오기 훨씬 전 부터
펌프 손잡이를 높이 들려 놓고
작은 몸을 매달립니다.
그러면,놈은 "꺼억 꺼억" 트름 소리를 내며
손목에서 물을 몇 방울 흘리고
얼마간은 내 몸을 공중에서 지탱해 줍니다!
그리고 나는 주문을 외우지요,,
"언니 온다, 언니 온다..."
그런 절박한 의식을 몇 번 치르면
저 만치서 "빵"이 옵니다 ~ 언니는 안중에도 없고...
수돗물을 연결하고 녹슨 무용지물이 될 때까지,
그리고 내가 어느새 커버려 거들떠 보지 않을 때까지
펌프는 내게 펌프가 아니었습니다
물을 뿜어 내던 곳은 팔목으로 보였고
마중물을 넣던 곳은 어께로 보였으니까요
사람은 아니었지만 분명 살아 있는 무엇으로 보였던 거지요
기계적인 구조를 전혀 모른 채, 아니, 그래서 더욱
내가 잘 아는 어떤 ' 놈'으로 보였나봅니다

상식을 알기전 , 상식 밖의 시간을 보냈던
어릴적 독특한 시각들이 그립습니다

평민

2008.11.20 23:12:19
*.90.49.136

요즘 말로 무엇에 대한 "뽐뿌질'(?) 인가 하고 궁금했는데
막상 보니 어린 시절에 대한 '
"뽐뿌" 였내요 아련한 어린 시절 ...

갑자기 "내가 어른이 되어서, 어린 아이일을 버렸습니다." 하는 바울사도의 말이 생각났내요
그 펌푸는 "어떤 넘" 이었나요 ..지대 궁금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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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늘

2008.11.20 23:44:42
*.126.124.165

어려서는 펌푸질 하는 재미에 푹 빠졌는데, 이제는 할 수가 없네요.
꺼~억 소리를 내며, 지하수 물이 울컹, 울컹 쏟아지는 것이 왜 그리 신기한지 모르겠습니다.
추억으로 가는 펌푸질 잘 즐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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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2008.11.21 00:34:20
*.216.132.150

ㅋㅋ 그러고 보니 딱 외팔군인이네요.
행복한 추억 단상..
즐거웠습니다.
profile

웃겨

2008.11.21 01:39:47
*.151.214.63

펌푸물과 급식빵.
다 사라진 것들이군요.
펌푸가 기계가 아닌 어떤 존재로 보이던 어린시절의 시각
저도 아련히 그리워져요. 글을 읽다보니
나의 라임에서의 제제의 외침이 떠오르네요.
"아이들은 왜 어른이 되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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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2008.11.21 09:46:48
*.104.194.254

시그림님의 단상을 읽으니
어릴 적 광경들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급식빵..어떤 모양인지 다들 아시죠?
저는 빵 윗부분을 좋아해서 벗겨 먹고,
남동생은 팥앙꼬를 파서 먹고,
여동생은 나머지 부분을 좋아해서
항상 그렇게 먹었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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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그림

2008.11.21 11:28:04
*.109.72.105

ㅋ~맞다~ 뽐뿌 ! 그렇게 발음해야 제 맛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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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그림

2008.11.21 11:30:20
*.109.72.105

어릴 적엔 펌프질 잘하는 어른들이 부러 웠었죠
지금 나는 어른이 되어 펌프질할 힘이 있건만, 정작 펌프가 없네요!
profile

시와그림

2008.11.21 11:31:42
*.109.72.105

그렇죠, 클라라님~ 외팔 깡통 로봇! ^^
profile

시와그림

2008.11.21 11:33:47
*.109.72.105

웃겨님이 제 글의 요점을 정리해 주셨군요! 감사~^^
profile

시와그림

2008.11.21 11:35:41
*.109.72.105

ㅋ~ 삼남매의 협동이네요!
나도 빵 껍질 지금도 좋아하는데...ㅎㅎ
profile

달팽이

2008.11.21 22:12:24
*.83.94.63

저 고절의 펌프를 보니 그 물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라는 단어가 뜨오르네요.
이 한바가지의 물이 저 펌프의 기능을 가능케 해 주는 물...
참 좋은 단어이며 의미심장의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다비아가 한국교회의 마중물의 역할을 감당하는 곳이 되길 바래봅니다.
profile

시와그림

2008.11.21 22:31:52
*.109.73.251

달팽이님 다운 멋진 말씀~
달팽이님이 샘터교회에 보내 주신 포도주도
귀한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profile

우디

2008.11.21 22:46:37
*.141.21.47

시와 그림님이 매달렸던 그 펌프.


머리통도 없고 손목도 없던 외팔이 펌프.


사실 그 펌프는 기계가 아닌 어떤 '놈'이 맞습니다.


사실은 아래와 같이 생겼지요.


사람들 눈에 머리와 한 팔과 한 다리와 손이 안보였을 뿐이에요.


시와 그림님을 좋아해서 어깨에는 시와 그림님 마크를 붙이고 다닌대요.


펌프맨이 부르는 소리 들리시나요?


시와 그림님이 매달렸던 그 펌프맨.

profile

시와그림

2008.11.21 22:58:03
*.109.73.251

우와~우와~
이 놈이 그 놈이군요
하체는 제법 쎅시한데 상체는 난해하군~
감동입니다! 우디님!
아무리 생각해도 우디님 4차원 같아요 ^^
앞으로 두고보면 우디님의 정체를 알겠죠!
펌프맨~~보고 싶었다 이 놈~!

profile

정용섭

2008.11.21 23:25:21
*.181.51.93

참으로,
꼭지글도 그렇고,
우디 님의 저 그림도 그렇고,
대단한 분들이군요.
두 손을 들었어요.
사물에 영혼이 담겼네요.
신학보다 한 수 위군, 흠.
profile

시와그림

2008.11.22 09:46:10
*.109.73.251

키득 ~키득~^^*
profile

희망봉

2008.11.22 11:38:24
*.109.73.251

우물에 의존 하던 시대에 펌프는
부의 상징이 되기도 했습니다

펌프에 대한 잊지 못 할
그 때의 아련한 추억이 저와의 동시대
분들에게 한가지 이상 있을 겁니다

매달리던 놀이 기구로도 쓰였고
마중물을 부어 주던 일도
물 받으러 온 길게 늘어선 양동이도
그리고 겨울철 얼어 붙은 주변의 얼음판 까지
............
마누라(극존칭)의 단상으로
추억여행을 해 봤습니다^^

23일은 준비모임,29일은 서울오프
그리고 12월7일은 창립예배로 모입니다
(막간을 이용한 광고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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