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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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수업 들어 간 사이.
부재 중 전화 한 통과 문자가 동일인에게서 와 있었다.
*** 부친상 내일 발인.
** 장례식장.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인다.
같은 또래라고는 해도 개인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사이.
그 친구의 얼굴을 떠 올려 본다.
마침 장례식장이 학원 근처이기도 하고,
입고 온 옷이 크게 튀지도 않는다면서
속으로 가야할 이유를 늘어놔 본다.
장례식장.
장례식장이 위치한 곳은 그야말로 생뚱맞은 곳이다.
삶과 죽음이 천 리 만 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해도,
산 사람은 살고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화려하다 못해 부담스러운 네온싸인.
부킹 100% 보장. ** 성인 나이트클럽.
피식 웃음이 샌다.
그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자리하고 있고,
그 옆으론 대형 입시 학원이 시대의 상징물처럼 버티고 섰다.
나이트클럽과 입시 학원 사이에 끼어 앉은 장례식장이라니.
죽은 사람은 죽었다는 의식을 반드시 치러내야 죽는 걸까.
입구에 들어서니 아는 얼굴이 있다.
슬몃 눈인사를 건네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그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어쩌면 진심이 담기지 않아 더 가벼운 봉투를 내밀고
긴 부츠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벗는다.
양말이 쭈욱.. 늘어난다.
꿀꺽 웃음을 삼킨다.
망자의 얼굴을 처음으로 영정 사진을 통해 대면하고,
아.. 이 친구 아버지가 이렇게 생기셨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딱히 무어라 할 말이 없는데도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순서라면 순서일텐데 바보같이 그 다음 순서를 잊어서 잠시 멈칫한다.
간단한 목례 정도로 상주와 인사를 나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보다 못한 상주가 빙그레 웃으며 서로 맞절을 하면 된다고 가르쳐 준다.
아.. 민망해서 새어나온 탄식이 상주를 또 웃게 만든다.
졸업 후 처음 보는,
그래서,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얼굴들이 도통 이해되지 않는 중학교 동창들과
수선스레 인사를 나누고, 아는 얼굴이 있는 곳에 가 자리를 잡는다.
이십 년도 훨씬 넘은 학창 시절 이야기를,
누구의 것이 맞는지 보장할 수 없는 기억들을,
어색한 분위기의 희생양 삼아 두런두런 나누고 나니 자정이 훌쩍 지나간다.
"난, 이제 내 삶은 없어. 그저 우리 애들 잘 키우는 거.. 그거 하나만 생각한다."
"맞아. 우리 아들 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가잖아. 너, 초등학교 보낼 때 다르고 중학교 보낼 때 다르고
고등학교 보낼 때 또 다르다. 기분이 정말 이상한 거 있지."
결혼을 일찍한 친구는 아들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면서 걱정을 늘어 놓았고,
십분 공감한다는 또 다른 친구는 벌써부터 입시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식들 장래를 걱정한다는 친구들 속에서
나는 아직도 내 미래를 염려하고 무언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하며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잠시 생각했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삶의 절반쯤은 살아왔다는 사실에 헛헛함을 느꼈다.
아버지를 잃은 그 친구는 무슨 이야기엔가 깔깔대고 웃었고,
둘러앉은 우리는 화들짝 놀라 "얘. 얘~"를 연발하며 식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도 까르르~ 여중생의 그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웃음 소리를 흘려댔을 것이다.
누군가를 영원히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망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빠와 엄마가 없는 삶은 어떤 것일까?
늘 그렇듯이 두렵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이대로 나이가 들면
혼자서 부모님의 장례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세상의 모든 일이 이렇게 마음 먹은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지 몰랐다며
얼마쯤은 억울한 마음을 품었던 것도 같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아니 점심인가.
벌떡 일어나 거울 속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퉁퉁 부었고,
늙었다.
습관처럼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나 얼굴 좀 봐.
늙었어, 늙었어.
엄마~~ 엄마~~
아~~ 엄마~~ 어딨어??
나 배고파.
서른 여섯.
아침에 일어나 하루 만큼 늙어버린 얼굴에 탄식하고
그 만큼 또 늙어버린 목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삶은...
영원히 반복되는 여행.
죽음 이후에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부재 중 전화 한 통과 문자가 동일인에게서 와 있었다.
*** 부친상 내일 발인.
** 장례식장.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망설인다.
같은 또래라고는 해도 개인적인 관계가 전혀 없는 사이.
그 친구의 얼굴을 떠 올려 본다.
마침 장례식장이 학원 근처이기도 하고,
입고 온 옷이 크게 튀지도 않는다면서
속으로 가야할 이유를 늘어놔 본다.
장례식장.
장례식장이 위치한 곳은 그야말로 생뚱맞은 곳이다.
삶과 죽음이 천 리 만 리 떨어져 있는 게 아니라 해도,
산 사람은 살고 죽은 사람은 어쩔 수 없다 해도,
이건 좀 아니다 싶다.
화려하다 못해 부담스러운 네온싸인.
부킹 100% 보장. ** 성인 나이트클럽.
피식 웃음이 샌다.
그 바로 옆에 장례식장이 자리하고 있고,
그 옆으론 대형 입시 학원이 시대의 상징물처럼 버티고 섰다.
나이트클럽과 입시 학원 사이에 끼어 앉은 장례식장이라니.
죽은 사람은 죽었다는 의식을 반드시 치러내야 죽는 걸까.
입구에 들어서니 아는 얼굴이 있다.
슬몃 눈인사를 건네고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그 친구와 인사를 나눈다.
어쩌면 진심이 담기지 않아 더 가벼운 봉투를 내밀고
긴 부츠를 있는 힘껏 끌어당겨 벗는다.
양말이 쭈욱.. 늘어난다.
꿀꺽 웃음을 삼킨다.
망자의 얼굴을 처음으로 영정 사진을 통해 대면하고,
아.. 이 친구 아버지가 이렇게 생기셨구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딱히 무어라 할 말이 없는데도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한다.
순서라면 순서일텐데 바보같이 그 다음 순서를 잊어서 잠시 멈칫한다.
간단한 목례 정도로 상주와 인사를 나눴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보다 못한 상주가 빙그레 웃으며 서로 맞절을 하면 된다고 가르쳐 준다.
아.. 민망해서 새어나온 탄식이 상주를 또 웃게 만든다.
졸업 후 처음 보는,
그래서,
주름이 잡히기 시작한 얼굴들이 도통 이해되지 않는 중학교 동창들과
수선스레 인사를 나누고, 아는 얼굴이 있는 곳에 가 자리를 잡는다.
이십 년도 훨씬 넘은 학창 시절 이야기를,
누구의 것이 맞는지 보장할 수 없는 기억들을,
어색한 분위기의 희생양 삼아 두런두런 나누고 나니 자정이 훌쩍 지나간다.
"난, 이제 내 삶은 없어. 그저 우리 애들 잘 키우는 거.. 그거 하나만 생각한다."
"맞아. 우리 아들 이번에 고등학교 올라가잖아. 너, 초등학교 보낼 때 다르고 중학교 보낼 때 다르고
고등학교 보낼 때 또 다르다. 기분이 정말 이상한 거 있지."
결혼을 일찍한 친구는 아들을 고등학교에 입학시킨다면서 걱정을 늘어 놓았고,
십분 공감한다는 또 다른 친구는 벌써부터 입시를 걱정하고 있었다.
자식들 장래를 걱정한다는 친구들 속에서
나는 아직도 내 미래를 염려하고 무언가를 위해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인식하며
좋지도 싫지도 않은 삶의 다양한 스펙트럼에 대해 잠시 생각했고,
우리 모두 그렇게 삶의 절반쯤은 살아왔다는 사실에 헛헛함을 느꼈다.
아버지를 잃은 그 친구는 무슨 이야기엔가 깔깔대고 웃었고,
둘러앉은 우리는 화들짝 놀라 "얘. 얘~"를 연발하며 식장을 둘러보기도 했다.
그러다 우리도 까르르~ 여중생의 그것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웃음 소리를 흘려댔을 것이다.
누군가를 영원히 잃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망자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아빠와 엄마가 없는 삶은 어떤 것일까?
늘 그렇듯이 두렵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이대로 나이가 들면
혼자서 부모님의 장례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결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도 같고,
세상의 모든 일이 이렇게 마음 먹은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지 몰랐다며
얼마쯤은 억울한 마음을 품었던 것도 같다.
눈을 떠 보니 어느새 아침이다. 아니 점심인가.
벌떡 일어나 거울 속의 얼굴을 들여다 본다.
퉁퉁 부었고,
늙었다.
습관처럼 엄마를 부른다.
엄마~~ 엄마~~
나 얼굴 좀 봐.
늙었어, 늙었어.
엄마~~ 엄마~~
아~~ 엄마~~ 어딨어??
나 배고파.
서른 여섯.
아침에 일어나 하루 만큼 늙어버린 얼굴에 탄식하고
그 만큼 또 늙어버린 목소리로 엄마를 부른다.
삶은...
영원히 반복되는 여행.
죽음 이후에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 반, 두려움 반이다.
은빛님의 생활 속 묵상들이 진솔하네요...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가족의 죽음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없는 슬픔입니다
창자가 끊어진다고 하면 그 슬픔을 표현하는 근사치가 될까요
눈물이 가늘어지고 마음을 추수릴 때 까지
하늘나라의 위로도 소용이 없더군요, 제 경우에는...
슬픈 만큼 다 슬퍼한 후에야 겨우
죽음도 삶의 부분이라고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은빛님 말씀처럼 배우자는
큰 슬픔 앞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만으로 결혼할 수는 없지만
결혼의 장점 중의 하나는 될 수 있겠지요!
그치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는 거~^^
은빛님만의 왕자가 나타날 때 까지
엄마 품 속에서 실컷 떼부리며 어리광부리세요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이 너무 귀합니다
사람 마다 다르겠지만
가족의 죽음은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없는 슬픔입니다
창자가 끊어진다고 하면 그 슬픔을 표현하는 근사치가 될까요
눈물이 가늘어지고 마음을 추수릴 때 까지
하늘나라의 위로도 소용이 없더군요, 제 경우에는...
슬픈 만큼 다 슬퍼한 후에야 겨우
죽음도 삶의 부분이라고 인정할 수 있었습니다
은빛님 말씀처럼 배우자는
큰 슬픔 앞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만으로 결혼할 수는 없지만
결혼의 장점 중의 하나는 될 수 있겠지요!
그치만 단점도 만만치 않다는 거~^^
은빛님만의 왕자가 나타날 때 까지
엄마 품 속에서 실컷 떼부리며 어리광부리세요
함께할 수 있는 오늘이 너무 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