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22일 나귀새끼(2)
만일 누가 너희에게 왜 이렇게 하느냐 묻거든 주가 쓰시겠다 하라 그리하면 즉시 이리로 보내리라 하시니(11:3)
공관복음에 묘사된 나귀를 얻는 과정이 지나칠 정도로 세밀하다고 어제 말씀드렸습니다. 위 구절에 이르면 그것이 극에 달합니다. 제자들이 묶여 있는 나귀새끼를 풀어오려고 할 때 어떤 사람이 나타나서 “왜 이렇게 하느냐?” 하고 물으면 “주가 쓰시겠다.”고 하라는 것입니다. 별로 중하지 않은 이야기를 이렇게 풀어가는 데에는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요.
제 생각에 그 사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수님의 메시아 성을 구약성서에 근거해서 변호하려는 것입니다. 제가 구약성서학자가 아니기에 이에 대한 자세한 근거들을 지금 당장 제시할 수는 없습니다만, 구약성서나 다른 고대 문서에 이와 비슷한 에피소드가 나올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확실하다는 사실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나귀 새끼를 얻는 과정에서 이렇게 디테일한 문제까지 묘사되었으니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 사건은 분명한 거 아니냐 하고 말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예수님이 제자 둘을 시켜서 나귀새끼 얻는 이 사건의 진행이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서 방을 얻는 사건의 진행(막 14:12-16)과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제자들이 성내로 들어가면 물동이를 이고 가는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고, 그 사람에게서 방을 얻을 수 있다는 겁니다. 복음서 기자들의 생각에 이런 방식으로 어떤 일을 준비하는 능력이 바로 예수님의 메시아 성을 증명하는 것이었겠지요.
어쨌든지 나귀새끼 주인은 예수님과 이런 문제를 미리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낯선 두 남자가 와서 나귀새끼를 풀어갈 때 암호는 “주가 쓰시겠다.”였겠지요. 조금 희극적으로 보이는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어떤 나귀새끼는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에 없어서는 안 될 동물로 등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