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26일 겉옷과 나뭇가지
많은 사람들은 자기들의 겉옷을, 또 다른 이들은 들에서 벤 나뭇가지를 길에 펴며(11:8)
이제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이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사람들은 겉옷과 나뭇가지를 길에 깔았다고 합니다. 신약성서 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 행동을 한 사람들은 예루살렘 주민들이 아니라 갈릴리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라온 이들이라고 합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주장하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이렇게는 추정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예루살렘에 들어간 뒤 저물 때 곧 예루살렘을 빠져나와 베다니로 돌아갔다는 것은 예루살렘 주민들에게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입성 순간에 환호하던 이들을 그곳 주민으로 보기는 힘들겠지요.
어쨌든지 사람들이 겉옷과 나뭇가지를 길에 깔았다는 것은 예수님이 진정한 유대인의 왕이라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입니다. 예수님이 달리신 십자가 위에도 ‘유대인의 왕’이라는 명패가 붙었습니다. 왕은 만인지상의 통치자입니다. 그런데 유대인의 왕이 반역자들에게만 해당되는 십자가 처형을 당했습니다. 복음서 기자는 제왕의식에 속하는 겉옷과 나뭇가지 사건을 통해서 이 사실을 암시한 것입니다.
이 세상은 예수님이 참된 왕이라는 사실을, 또는 헨델의 <메시아>에 나오는 노랫말처럼 왕들 중의 왕(king of kings)이라는 사실을 몰랐습니다. 그 이유는 예수님의 왕적인 통치는 이 세상의 통치와 차원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왕들은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통치합니다. 뛰어난 업적을 보여주고 싶어 합니다. 물론 그중에는 사심 없이 국민들을 섬기려는 왕들도 있긴 하지만, 그런 숫자가 아주 적을 뿐만 아니라 그들의 진정성도 완전한 것은 못됩니다. 더구나 그들에게는 그런 능력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이 세상의 왕들은 참된 왕에게 적대적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역사에는 십자가 처형이 반복될 수밖에 없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