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31일 무화과의 때


멀리서 잎사귀 있는 한 무화과나무를 보시고 혹 그 나무에 무엇이 있을까 하여 가셨더니 가서 보신즉 잎사귀 외에 아무 것도 없더라. 이는 무화과의 때가 아님이라.(11:13)


무화과나무 사건은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에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기본 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예수님이 배가 고플 때 무화과나무를 보고 열매를 얻고 싶었으나 얻지 못하자 저주를 내리셨고, 이에 따라 그 나무가 말라 죽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제자들을 향해서 예수님은 기도를 통해서 무엇이든지 다 이룰 수 있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마가복음은 예수님의 저주와 그 뒷이야기를 분리했고, 마태복음은 하나로 묶어서 전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읽은 마가복음 11:13절은 이 사건의 의미를 더 강조하기 위해서 마태복음과는 달리 무화과의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그게 참으로 이상합니다. 열매를 맺을 때가 아니라는 게 사실이라면 그 앞에 와서 열매를 구한 예수님의 잘못이 큽니다. 더군다나 열매가 없는 걸 발견하고 그 나무를 저주하다니, 참으로 딱한 일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읽을 때 중요한 것은 성서기자의 편집의도입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지금 예수님이 배고파서 무화과 열매라도 먹고 싶어 했다는 사실을 전하려는 게 아닙니다. 저는 어제의 묵상에서 ‘배고픈 예수’라는 제목으로 예수님의 인간적인 본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했지만, 그것이 이 이야기의 핵심은 아닙니다. 마가복음 기자는 어떤 다른 걸 전하려고 합니다.

그것을 알려면 무화과가 구약에서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지를 전제해야 합니다. 무화과는 이스라엘을 가리킵니다.(호 9:10, 렘 24:1-10, 미 7:1) 무화과에 열매가 없다는 것은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열매를 맺지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그것의 가장 결정적인 증거는 그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무화과의 때가 아니었다는 언급은 바로 그것을 가리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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