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2월5일 예루살렘 성전에서(4)


이에 가르쳐 이르시되 기록된 바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으리라고 하지 아니하였느냐 너희는 강도의 소굴을 만들었도다 하시매.(11:17)


성전에서 장사하는 이들을 내쫓거나 기물을 엎어버린 후 예수님은 성전의 본질에 대해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것은 구약성서의 인용입니다. 내 집은 만민이 기도하는 집이라 칭함을 받으리라.(사 56:7) 너희는 강도의 소굴로 만들었도다.(렘 7:11)

기도하는 집과 강도의 소굴은 완전히 상충되는 개념입니다. 기도하는 집은 하나님과의 영적 교제가 일어나는 곳이라는 뜻이라면, 강도의 소굴은 탐욕이 지배하는 곳입니다. 가장 거룩한 곳을 가장 추악한 곳으로 만들었다는 주님의 말씀은 우리를 충격으로 몰고 갑니다.

이건 과장된 표현이 결코 아닙니다. 우리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입니다. 이 말씀을 단순히 교회의 부패에 대한 경고만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그런 의미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무엇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거룩과 세속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근본적으로 해체하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사회적으로 빛나는 자리를 좋게 보고, 거기에 올라간 사람을 존경합니다. 거꾸로 초라한 자리를 나쁘게 보고, 거기에 떨어진 사람을 낮춰봅니다. 겉으로는 사람의 차별이나 직업의 귀천이 없다고 말하지만 속으로는 늘 그런 선을 그어놓고 생각하고 판단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그건 참으로 큰 착각입니다. 

목사의 세계만 짚어도 충분합니다. 보통 목사를 성직이라고 합니다. 목사의 직이 구별되기는 하지만 세속의 직과 질적으로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목사는 구두장이나 열쇠장이와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성과 속은 종이 한 장 차이입니다. 아니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어느 순간에 성이 속이 되기도 하고, 속이 성이 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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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09.02.05 11:37:42

이틀 동안 인터넷이 다운 되었다가
이제야 복구되었습니다.
그동안 좀 답답했네요.
인터넷에 점점 종속되는 거 같군요.
인터넷이 없을 때는 어떻게 살았는지, 참.
좋은 하루.

이선영

2009.02.05 23:05:44

 목사님 아이콘이 새로 바뀌었네요
그루터기에 새싹이 자라는 것 같은데 무슨 네발 달린 동물 같기도 하고 ㅎㅎ
희미한 회색글씨랑도 어울리고 넘 귀여워요
겉으론 아닌척 하지만 온갖 착각에 사로잡혀 살고있는 것 같아 씁쓸해요
성공신화에 사로잡혀 사는 이 시대에 성공과 실패가 동전의 양면이라는 건 혁명적인 이야기네요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것이 쓸모없는게 될 수 있고
쓸모없다고 여기는거야 말로 가장 소중한 것일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겠습니다.
성과 속을 구분하는 모든 선입관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건 도대체 어떤건지,,
왠지 모르게 설레입니다.
좋은밤 되세요 목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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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섭

2009.02.05 23:50:50

이선영 양,
부럽군.
내가 이 양 나이 쯤에
위의 꼭지글을 읽었다면
아무런 느낌이 없었을 텐데,
이 양은 훨씬 풍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니 말이네.
성과 속의 이원론으로부터 해방이라.
"있음"의 세계로 돌입해 들어가는 거지.
뭔가가 저기에 있소.
그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단꿈 꾸시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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