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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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
- 민영진
대전 떠난 남부여대
며칠째 금산 쪽 비포장 길 걷는다
미처 셀 수도 없는
대전형무소 수송차량들
미동(微動) 행렬 비집고 먼지 속 달린다
포승에 엮이어 겹겹이 엎드린
무개차의 수의(囚衣)에는 얼굴이 없다
골령골 사격소리와 비명이
목덜미 잡아끌수록
발걸음은 더욱 빨라진다
제물(祭物) 염(殮)해준 뜨거운 바람
밤낮 보름 동안 하늘땅 휘돌며
수천 원혼의 절규를
천지만물의 귀와 입에
말없이 넣어주었다
골령골로 가신 하나님
- 민영진
중복(中伏) 진산(珍山)은 녹음인데
대둔산(大芚山)은 한나절 내내
바위도 나무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보랏빛이었다
번제(燔祭) 흠향에만 익숙했던
낭월리(朗月里) 골령골 사신(死神)
미처 소화 못한 인육제물을
줄곧 토해내고 있었다
스랍들 잠든 틈에
보랏빛 보좌에서 몰래 내려와
피난민 틈에 낀
사색(死色)이 되신 하나님
전주(全州) 행 피란 행렬 거슬러
금산(錦山) 비켜 지나,
맑고 밝은 달 앞장 세워
낭월(朗月) 마을로 맨발로 걸어가셨다
지옥까지 내려가시어
당신의 아들딸 찾으시려고
애원 (골령골에서)
-콰미 -
목이 메어도 목을 아끼지 마라. 나를 힘차게 불러다오.
눈물이 흘러도 눈을 감지 마라. 나를 똑바로 처다 봐주오.
네가 밟은 땅 네 발 아래 낮게 드는 잠
육십년 불면의 시간을 헤아려 나를 잠들게 하라.
푸른 칠월 생명의 빛도 오지 못하는
구시대 이데올로기의 감옥에서 나를 구해 달라.
가지마라. 가지마라.
나를 두고 가지마라.
칠천의 한을 두고 어디를 간단 말이냐?
가지마라. 가지마라.
나를 두고 가지마라.
조용히 죽어 있을게 나를 두고 가지마라.
당신은 늙은 비애다.
푸주간에 걸린 커다란 살점이다.
-김춘수 님의 <나의 하나님>중에서
민영진 목사님께서 왜 저 시를 그토록 깊이 음미하셨는지
<골령골><골령골로 가신 하나님> 시에 고스란히 배여 있군요.
어느 분은 절대자의 고독을,
또 어느 분은 이 시대의 아픔을,
시로써 토해 내시는 군요.
두 분은 참 닮으셨습니다.
콰미님의 시도 잘 감상했습니다.
그렇지요. 우리는 우리시대의 아픔을 외면 할 수가 없지요.
콰미님이 참 근사해 보입니다.(아부 절대루 아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