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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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에, 흰색 피부에, 로마풍의 주홍색 고급 두루마기(robe)를 입은 예수에 동의 할 수 없어 흑인 예수를 그린다는 것은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그 것은 인종적, 실체적 유사성에 있어서 예수가 흑인에 더 가까울 것이라는 표면적 의미에서가 아닌, 로마라는 상징이 표현하는 그런 가치로 예수를 이야기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흑인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 예수는 반드시 말하여 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에서 입니다. 

이 땅에는 문화적 예수(cultural Jesus), 인종적으로 잘 맛을 낸  예수(ethnically seasoned Jesus)로 가득한 것 같습니다... 미국엔 미국의 가치를 대변하는 마이티 지저스가 있고, 동유럽 쪽의 정교회 문화권에는 자신들의 민족적 예수들로 가득합니다... 또한 한국에는 이미 한국적(?) 예수가 존재하고 토착화(?)도 성공한 듯합니다... 유교의 장유유서, 가부장적 질서와 가치의 수호자로서, 또한 당집 할머니의 아우라를 덮어 쓰고는 복과 저주를 한 손에 쥐고는 인간들을 흔들면서 감히 다가가 말 건네기도 두려운 금기의 화신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한국의 퇴행적 토착화 현상에 대해서 걱정하고 비판하는 부류들로서 가장 큰 집단으로서는 한국 기독교 주류인 “개혁주의”가 있는데, 정작 자신들이 가진 예수상도 법률 문구에 대한 기계적인 해석을 토대로 한 正義에 바탕을 둔 엄한 심판자 예수, 강박적 예수인 것 같습니다...


어디를 가나 예수는 자기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채색되고 만들어져서 이용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는 예수의 ‘실체’ 를 찾기 위해서 타임머신을 타고는 캠코더 하나 들고 2000년 전 예수를 찾아갑니다... 그 당시의 유대 사회는 나에게 엄청난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거기에서 수소문 끝에 여호수아라는 이름을 가진 고대 유대인 한 명을 만나게 됩니다. 그는 나와 피부 색깔이 다르고, 이천년이라는 시간의 갭이 만들어내는 낯선 느낌을 빼고는 나와 하나 다를 것 없는 인간입니다. 머리는 흥클어 져서 먼지로 뒤덮여 있고, 검은 이마에서는 연신 땀이 흘러내리고, 온 얼굴에는 피로에 지친 모습이 역력하지만, 그 눈빛만은 태초의 순수를 담은 듯 맑습니다. 그의 모습에서 전혀 신의 아우라가 느껴지지 않는 것이 너무도 당혹스럽습니다. 나는 캠코더로 “신의 모습”을 담고 싶었나 봅니다...


나는 예수를 만나고, 그의 마지막 1년여 기간을 따라다니며 다큐멘터리 영상 하나를 만듭니다... 이걸 2000년 후로 돌아가서 사람들에게 보여준다면... 직접 찍어왔음에도, 사람들은 여기 나오는 사람을 예수라 인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최소한 예수는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모든 게 다 껍데기 놀음입니다... 껍데기 놀음... 예수 위에다가 여러 가지 껍데기로 장식하고 멋지게 만들어서 감상하던 사람들이, 정작 진짜 예수 껍데기를 가져오니 그 건 또 예수가 아니라네요...


예수는 껍데기가 아닌 거 같아요... 껍데기를 넘어서 있는 실체입니다... 아래 댓글 중에 안희철 목사님의 말씀이 아주 깊이 와 닿는데요... 모든 개별자들의 차이를 넘어서 있는 존재 그 자체... 그 뿌리가 예수입니다... 그런 예수가 아니라면, 다른 예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 예수는 어떤 보이는 형상보다도 더 또렷한 형상이고 실체입니다...


나는 그 예수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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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사람

2009.07.14 15:11:49
*.136.116.106

가실 때 저좀 데리고 가시지 그러셨습니까.^^
연락이라도 하셨으면 따라갔을 터인데..

그래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묘사하신 것만으로도 모습이 그려집니다.

항상 느낀 것이지만 글 잘쓰십니다.
마음이 확 가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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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스

2009.07.14 16:29:20
*.251.192.151

백인종이든 유색인종이든 뭐 그리 상관이 있겠습니까만은
우리에게는 존재 인식을 형상화하려는 버릇이 있어서 이런 애로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지요.
이 대목에서 이사야가 분위기 깹니다.

"그는 주 앞에서 자라나기를 연한 순같고 마른땅에서 나온 줄기 같아서
고운 모양도 없고 풍채도 없은즉 우리보기에 흠모할만한 아름다운것이 없도다."

예수님의 겉보기 등급이 아주 보잘 것 없다는
이사야서의 서술에 귀기울입니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지요. 이사야의 말대로라면,
땀흘리며 목마른 모습으로 노동을 하는 저 남자의 모습일까?  하면서요.
초라한 모습의 남자의 입에서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깊이와 넓이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언어가 쏟아져나온다면
경이로움으로 인해 그 초라함이 눈에 보이지않을 것 같습니다.
이상 제 상상입니다...^^

안희철

2009.07.15 18:23:00
*.1.14.68

좀 다른 얘깁니다만...
가끔,
예수가 왜 2000년 전에 왔어야 했을까 생각합니다.
폰카와 몰카가 넘치는, 지금 와도 될텐데 말이지요.
역사의 발전 과정 속에서 가장 적절한 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은폐되기 쉬웠다는 말이 아니라
드러나기 쉬웠다는(적합했다는) 것이예요.
그런 점에서 역사의 진화 또한 계시가 아닐까요.

예수의 겉모습이나 풍채에 관하여
복음서가 거의 묘사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적어도, 상상컨데,
그렇게 잘 생긴 인물은 아니었던 것 같네요.
혹은
"복음" 그 자체에 대한 관심과 집중이 낳은 결과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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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알

2009.07.15 20:24:43
*.116.154.149

지난 주일 저희 교회에 처음 온 초등학교 2 학년 아이와 이야기 하다가..

나: Who is Jesus Christ?   아이: God's son.
나: Why did he come to this world?  아이: for our sins
나:  He died on the cross, but he was risen from death.  He is alive.  He is with us.  아이:  like a legend?
나:  legend?  (황당..      emoticon)

우리들의 머리 속에 그려졌던 예수님의 모습을 깨뜨리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그 껍데기들 부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뭘까
2 천년 전은 고사하고 20 년 전하고도 많이 다른 시대에서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예수님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하는 고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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