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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오두막에서 만난 하나님

Views 2224 Votes 0 2009.07.23 14:4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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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막에서 만난 하나님, 로저 올슨 지음, 박세혁 옮김, 살림, 2009

** the shack 이란 소설이 미국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었고, 그 바람에 오두막이란 제목으로 한국에서 번역도 되었다. 로저 올슨은 신학자로서 오두막을 읽고 오두막을 묵상한 내용을 책으로 만든 것.

1. 시장(market)은 하나님을 좋아해

시 장은 참 얄궂다. 우리는 시장을 욕하지만 시장은 우리를 욕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사고가 터져 많은 사람이 직업을 잃었다고 해보자. 누구 책임인가? 시장 책임은 아니다. 시장이 처음부터 그런 사고를 계획하지 않았으니까. 시장은 계획하지 않는다. 피해를 당한 사람은 우연을 욕할 수 밖에. 하지만 시장은 개인을 무시하지 않는다. 비록 우연히 사고를 당했지만, 개인은 스스로 노력하여 어려움을 극복하라. 시장은 우연히 사고를 내서 많은 사람을 괴롭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우연! 당신은 운이 나빴을 따름. 그러니 시장을 욕하지 말고, 그 시간에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보라. 너무 멋진 철학이다. 그런가?

재 미있게도 오두막에서 만난 하나님을 쓴 로저올슨은 하나님의 성품을 비슷하게 묘사한다. 악한 일이 터졌다. 아니 아주 고약하고 견디기 힘든 일이 터졌다. 하나님은 무엇을 하셨나? 우리가 이렇게 고통당할때. 로저올슨은 일단 하나님이 고약한 일을 계획하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하나님이 일부러 고통을 주려고 그렇게 하시지 않았어. 하지만 하나님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하시지. 즉 하나님은 악한 일을 막지 않으셨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하나님이 허락하셨으니 우리가 할 일은 없나? 비록 악한 일을 당했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하나님께 부르짖어야 한다. 하나님께 악한 일을 이기는 힘을 달라고 기도해야 한다. 악한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은총을 부어달라고 간구해야 한다. 우리가 할 일은 분명 있다. 움푹 파인 마음의 상처가 완전히 낫지 않더라도.

여 기까지 시장과 하나님은 같다. 하나님도 시장처럼 나쁜 일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일은 일어난다. 단지 수습이 다르다. 시장은 아주 냉정하게 우연을 들이민다. 시장에서 실패했나? 그렇다면 받아들여라. 당신이 잘못하지 않았더라도 시장에서 우연히? 재앙이 당신에게 떨어지니까. 시장은 당신에게 무심하다. 당신을 괴롭히지도 위로하지도 않는다. 그러니 당신은 스스로 우연을 똑바로 바라보라. 그리고 당신의 운명을 개척하라.

하 나님은 시장과 다르게 따뜻하다. 하나님은 고통당하는 자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하나님도 이미 고통당한 자니까. 그가 하나님을 찾는다면, 하나님은 언제든지 만난다. 아마 그가 하나님을 찾기 전에 이미 그와 함께 있을지 모른다. 이런 맥락에서 하나님은 복지국가의 신이다. 로저올슨은 복지국가가 그리운 모양이다. 시장은 개인이 철저하게 우연과 직면하도록 밀어붙인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랑한다. 고통당한 자를 돌보려한다. 복지국가는 개인을 돌본다. 적어도 시장에서 실패했을 때 생활을 보장해준다. 복지국가 덕분에 개인은 냉혹한 우연을 조금 견딘다. 하나님은 물론 복지국가보다 더 따스하다. 당장 생활비를 하늘에서 내려주지는 않지만.

시 장이 냉정한 아버지라면, 하나님은 엄마같은 아버지다. 그런데 시장과 하나님의 공통점은 계획이 없다는 것. 설계가 없다. 하나님은 악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시장도 우연한 파국을 미리 계획하지 않았다. 여기서 짓궂은 가정을 세워보자. 하나님이 미리 계획한다면, 하나님이 계획을 하고, 계획을 밀어붙이고, 심지어 계획이 실패하여 많은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면, 그래도 하나님은 계획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로저올슨은 이런 하나님을 상당히 두려워한다. 계획하는 하나님은 공산주의자를 닮았다. 혁명가는 계획을 세우고 밀어붙였다. 엄청난 파국을 미리 예상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기꺼이 대가를 치를 각오!  공산주의자 하나님은 아무래도 북미에서 도저히 상상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아무래도 시장을 닮은 하나님이 덜 부담스럽다.


2. 하나님은 사랑이 많으셔. 우리가 나쁘지...

영 화 매치 포인트에서 불쌍한? 남자는 겉모습 유지에 정신이 없다. 심지어 겉모습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지른다. 도대체 무슨 사연일까? 솔직히 이해가 안간다. 아마 여자는 남자 주인공을 패주고 싶을 것이다. 하층계급이지만 명민한 남자는 우연히 상류계급의 여자를 만난다. 무슨 인연인지 상류계급 여자는 한눈에 남자에게 반한다. 여자는 몸이 달아 한 걸음에 남자에게 안기고, 남자도 여자가 싫지 않은 모양. 이렇게 행복하게 계급갈등은 해소되나 싶었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와 행복한 결혼을 시작하면서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

여 기서 남자는 상류계급의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려 한다. 아내와 아내의 가족은 남자의 부정을 모른다. 여자의 가족은 더없이 화목하다. 장인과 장모까지 남자를 지원한다. 우습게도 남자는 바람피는 여자에게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심지어 아내와 헤어지겠다고 약속까지 한다. 그러나 남자는 이상하게도 화목한 가정이란 겉모습에 매달린다. 아내와 아내 가족은 남자의 부정을 모른 채 계속 화목해야한다.

겉 모습을 지키려고 발버둥치다 결국 남자는 바람핀 여자를 죽인다. 남자의 세계는 두 개로 쪼개졌다. 한편에 아내가 있다. 여기는 모든 일이 형통하고 가정도 화목하다. 하지만 남자의 사생활은 부정과 쾌락, 갈등으로 가득하다. 남자는 은밀한 쾌락을 위한 배경으로서 화목한 가정을 지키려고 한다. 내가 즐길 때, 순진하게 속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더없이 순수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로 저올슨도 불행한 주인공처럼 화목한 겉모습을 유지하려 한다. 여기에 온갖 죄악이 있다. 하지만 하나님은 그렇지 않다. 하나님은 선하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한다. 하나님은 악을 계획하지 않았다... 로저올슨이 처음 고민한 문제로 돌아갈 수 있다. 하나님이 그렇게 선하다면, 하나님은 인간이 고통당할 때 무엇을 하셨나? 답은 간단하다. 하나님은 여전히 선하시고 인간을 사랑한다. 여기서 불행한 주인공을 다시 보는 것 같다. 주인공은 거짓말을 반복하며 화목한 가정이란 겉모습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계속 바람을 피면서. 로저올슨은 매우 끈질기게 하나님의 선함을 유지하려 한다. 물론 이 땅에 고통은 여전하지만. 누군가 '선한 자'가 있다.


3. 용서하기 쉬운 이유

용 서는 사실 쉽다. 역설이지만, 타인을 용서하려는 자는 스스로 용서하려는 자가 되려고 한다. 이것이 함정이다. 용서하는 자에서 용서하지 않는 자로 변신해보라. 놀랍게도 쉽게 용서가 된다. 이런 역설은 쏘우라는 영화에 나온다. 로저올슨은 소설 오두막을 문화현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만, 영화 쏘우는 보지 않은 것 같다. 쏘우에 로저올슨이 고민한 용서의 비법이 숨어있는데.

쏘 우 3 (아마도)에서 주인공은 매우 처참한 광경을 목격한다. 주인공의 딸은 사고로 죽었다. 그런데 사고의 책임자들(책임이 있다고 보이는 자들까지)이 무시무시한 고문을 당한다. 한 명씩 만날 때마다 주인공에게 기이한 기회가 생긴다. 주인공은 이들을 고문에서 구출하거나 죽게 내버려둘 수 있다. 주인공에게 죄인을 구원할 권한이 주어졌다. 주인공은 어떻게 했을까? 당연히 딸을 죽게 했으니 그들도 대가를 치르게 내버려뒀겠지. 주인공이 부닥친 세계는 엄격한 정의와 자비가 실행되는 세상이다. 벌을 받을 자는 벌을 받는다. 하지만 피해자가 직접 그들을 구할 수 있다.

놀 랍게도 주인공은 사고 책임자가 당하는 무시무시한 고통을 견딜 수 없었다. 즉 그들이 벌받는 장면을 볼 수 없었다. 주인공은 결국 몇 명을 구해주려 한다. 주인공은 자기의 보복환상을 견딜 수 없었다. 보복환상이 정말 실현되자 주인공은 환상에서 물러난다. 피해자가 용서하려고 할 때, 피해자는 보복환상으로 시달린다. 피해자는 은밀히 가해자의 고통을 원한다. 하지만 환상이 정말 현실로 나타나선 곤란하다. 피해자는 현실이 된 환상을 견디지 못한다. 그는 용서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환 상이 이렇게 기능한다면, 우리는 로저올슨처럼 생각하기 어렵다. 로저올슨이 제시한 길은 용서에 보탬이 안된다. 예를 들어 하나님에게 용서할 힘을 구한다고 해보자. 용서할 힘을 구하는 자는 지금 용서하려는 자가 되고자 한다. 그렇게 되면 보복환상이 더욱 괴롭힐 것이다. 보복환상을 다시 하나님에게 넘기면 어떨까? 하나님이 보복하실 거야! 하지만 인간은 용서해야지. 그러나 보복환상에 시달리는 것과 보복을 하나님에게 떠넘기는 것이 그렇게 다른가? 우리 대신 하나님이 보복을 한다면, 보복환상의 주인공이 하나님이란 뜻이다. 환상의 주인공만 바뀌었다.


4. 공포가 필요해

로 저올슨은 복지국가를 어렴풋이 바라본다. 그 곳에 하나님이 계신다. 그 하나님을 바라보자. 적어도 시장체제에서 사는 사람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는 말이다. 그러나 로저올슨은 화목한 겉모습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그래서 시장 신학을 넘지 못한다. 시장은 하나님처럼 위로하지 않지만, 하나님처럼 책임지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고통을 대하는 당신의 태도가 모든 것을 바꾸지도 못한다. 그렇다면 차라리 복지국가를 과감히 벗어 던지고 보복하는 국가를 상상하면 어떨까? 보복하는 하나님을 상상하면 어떨까? 로저올슨은 정확히 여기서 상상을 포기한다. 하나님이 고통당하는 자를 위로하지 않고, 그를 보복하는 자로 다시 부를 때, 진정한 공포가 시작된다. 우리에게 공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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