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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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월요일 동네 도서관에서 하는 엑셀 강좌를 들으러 갔는데,
날씨가 날씨인지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언덕 위를 올라가서 강의실에 들어가 시원한 에어콘 바람 맞으며 땀을 식혔습니다.
그 다음 시간은 휴강이라 룰루랄라 하면서 엑셀 예제를 풀었는데,
에어콘 바람이 그날 따라 쎈 데다가 1년이면 꼭 한번씩 걸리는 냉방병을 깜박하고서(백수다 보니 에어콘 쐴 일이 별로 없잖아요)
잠바를 안 입고 맨 뒷자리에 앉은 바람에 한 시간 동안 에어콘 바람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5시 30분쯤 집에 돌아오니 팔다리가 뻐근하고 몸이 노곤한 게 영락없는 냉방병 증상이라 속으로 '똥 밟았네~'하면서 동네 내과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었습니다.
근데 하루밤 자고 나면 차도가 있어야 하는데 이게 웬걸...
더 아프더라고요.
게다가 밥맛도 없어서 헛구역질 나면서 자꾸 넘어오고(제가 임신할 리도 없잖습니까!!) 소화도 안 되고...
이런 증상을 병원 가서 얘기하고 또 주사를 맞고,
그 다음날도 또 가고,
안 나으니까 다른 병원 가고,
또 안 나으니까 또 다른 병원 가고...
이렇게 세 개 병원을 전전하다가 아무래도 심상치 않다 싶어서(제가 노쇠(?)해 가는 과정이라 예전처럼 감기 몸살이 하루 만에 낫지는 않아도 1주일이면 나았거든요) 토요일 오전 연신내에 있는 모 종합병원에 가서 소화기과 내과 의사에게 진찰을 받았습니다만.... 의사가 저를 보자마자 딱 그러더군요. "A형 간염이네요"
그렇습니다.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걸려 1주는 녹화 빠지고 1주는 와병 투혼 보여주고 1주는 소원 들어주는 프로까지 만들게 했던 그 병.
A형 간염.
올 한 해만 대한민국에서 1만 명이 걸리고... 그중 12명이 사망했다는(병원에서 티비 보는데 뉴스에 나오더라고요. 참 기분 이상하대요) A형 간염.
바로 입원 수속 밟고...
6일을 병원에 드러누워 치료받다가 4000까지 올라갔던 간 수치가 5일 만에 1300으로 떨어져서 가까스로 퇴원해 집에서
요양 중입니다.
병원에 있을 땐 참 집에 오고 싶었습니다.
잠자리도 불편하고... 적게는 네 명(4인실) 많게는 10명도 넘는 사람들과 좁은 공간에 몰려 있는 것도 불편하고... 티비도 맘대로 못 보고. 밖에도 못 나가고... 병원 특유의 소독약 냄새는 너무나 싫고... 화장실 다니기도 불편하고, 밥은 맛 없고...
그래서 퇴원 허락 받고 집으로 향할 땐 만세를 불렀습니다.
물론 치료비 카드로 결제할 때는... 실업 수당 모은 거 다 날려서 참 기분 더러웠지만요.
그런데 집에 돌아오니...
첫날엔 왕 같은 대접을 받았지만,
여기저기서 갈등이 불거지는 게... 미치겠드만요.
어머니랑 말투 때문에 싸워, 셋째 누나랑 티비 키니 마니 싸워, 조카랑 찾아온 둘째 누나랑 교회 문제로 싸워...
어제는 집 나갈 생각까지 했습니다. 야밤에 어머니랑 한바탕 하고 친구들이랑 독립하는 문제로 상의 좀 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밤새 뒤척이다 조조 영화 보러 나왔더니 어머니가 집나가라고 전화하시더라고요.
전 아무 말도 안 하고 언제쯤 짐 뺄까 생각했죠.
그런데.... 참....
제가 좋아하고, 존경하고, 제 손으로 뽑은 첫 번째 대통령인 그 분께서...
저와 비슷한 시기에 입원하셨다가 저는 퇴원하여 요양하면서 낮에는 찜찔방에서 노닥거리는데...
돌아가시니...(찜질방 탈의실에서 속보로 접했습니다)
이런 갈등이 참 덧없이 느껴지면서...
집에 돌아와 어머니와 눈물로 화해하고...(어머니는 전라도 분... 골수 민주당 지지자)
오늘 이렇게 글을 올리네요.
인생이 참 덧없습니다.
제게는 할아버지 같은 분이셨는데...
부디 천국에 가셨길...
거기서 노무현 대통령님과 사이 좋게 이 나라, 이 민족 위해 기도해 주시길...
꿈꿔 봅니다.
더불어 다비아 수련회 잘 다녀오시고요.
제가 외부에서 접한 다비아 내 안 좋은 일들이 이번을 계기로 잘 해결되길 바랍니다. 제게 다비아는 참 신앙을 접하게 해 준
소중한 공간이니까요.
오해일 수도 있고...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으니 허심탄회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길.
저는 아직도 높은 간 수치 낮추러 또 놀아야겠습니다.
다들 잘 다녀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