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31일

대제사장 관저에서(14)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하시니(14:62)


대제사장이 답답하게 느낄 정도로 침묵을 지키던 예수님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 그니라.” 대제사장이 기대한 대답일까요? 예수님이 실제로 이렇게 대답하신 걸까요? 그걸 판단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다른 뉘앙스로 대답하신 예수님의 말씀을 제자들과 대제사장이 잘못 이해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훗날 복음서를 기록할 당시 제자들의 믿음이 이 대답에 담겨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문제는 예수님이 자기 자신을 어떻게 인식했는가 하는 문제와 직결됩니다. 즉 예수님이 스스로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인식했는가 하는 질문입니다. 일반적으로 기독교인들은 이 질문의 대답을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예수님은 당연히 자신을 하나님의 아들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말입니다. 그걸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어려운 점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용어에 대한 것입니다. 이 용어는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습니다. 유대인들을 포함해서 고대인들은 한 국가의 왕을 신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은 기독교인들의 신앙적인 대답과는 다릅니다. 어쨌든지 대제사장의 질문과 예수님의 대답은 초기 기독교의 신앙고백을 전제로 합니다.

초기 기독교는 구약성서에 근거해서 예수님을 신적인 차원으로 올림 받은 존재로 인식했습니다. 시편 110편 1절이 그것을 증빙하는 성구입니다. “여호와께서 내 주에게 말씀하시기를 내가 네 원수들로 네 발판이 되게 하기까지 너는 내 오른쪽에 앉아 있으라 하셨도다.” 하나님의 우편은 하나님과 동등한 신적 능력을 가진 이의 자리입니다. 그 자리는 예수님에게 주어졌습니다. 초기 기독교인들은 이 구절이 예수님에게 해당된다고 믿었습니다. 이런 신앙고백에 근거해서 “내가 그니라.”는 예수님의 대답은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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