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12일

베드로의 울음(3)


베드로가 부인하여 이르되 나는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하고 깨닫지도 못하겠노라 하며 앞뜰로 나갈새(14:68)


하인들 사이에 끼어서 불을 쬐고 있던 베드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부딪쳤습니다. 대제사장의 여종을 통해서 그의 정체가 들통 나게 되었습니다. 지금 산헤드린 공의회를 통해서 사형 선고를 받은 나사렛 예수와 일당이라는 겁니다. 돌아가는 형편이나 파악할 요량으로 대제사장의 집으로 들어온 그에게 당혹스런 일이었습니다.

베드로는 여종의 말을 반박했습니다.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생사람 잡지 말라고 말입니다. 베드로 스스로 그런 말을 내뱉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겠지요. 베드로가 누굽니까? 예수님의 말씀만 믿고 호수에 뛰어든 인물입니다. 주님은 그리스도시며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기독교 신앙의 중심을 먼저 꺼낸 사람입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금 예수님을 부정하는 베드로의 구차한 모습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단순히 인간적인 두려움 때문이라기보다는 더 근원적인 이유가 작용한 게 아닐는지요. 어쩌면 베드로의 무의식은 여종의 말을 듣기 전에 이미 예수님을, 더 정확하게는 예수님과의 관계를 부정하고 있었을지 모릅니다. 창졸간에 나오는 대답이 그 사람의 가장 정직한 모습이라는 걸 전제하면 그렇습니다.

베드로가 대제사장을 중심으로 한 산헤드린 공의회 앞에서 예수님과의 관계를 부정했다면 그런대로 이해해 줄만 합니다. 종교적 권위는 우리의 모든 판단 능력을 훼손시킬 만하니까요. 그런데 베드로는 지금 여종 앞에 서 있습니다. 별로 두려움을 느낄만한 대상이 아닙니다. 여종의 말이 베드로의 내면세계에 싹트고 있던 약점을 찌른 셈이겠지요. 당황한 그는 내지 말아야 할 말을 냈습니다. 나는 나사렛 예수를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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