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9월13일

베드로의 울음(4)


여종이 그를 보고 곁에 서 있는 자들에게 다시 이르되 이 사람은 그 도당이라 하되(14:69)


여종을 향해서 “나는 네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시치미를 뗀 베드로는 아래뜰에서 앞뜰로 자리를 옮겼다고 합니다. 일단 자리를 피하고 보자는 계산이었겠지요. 여종이 그를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그곳에 머물던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람은 그 도당이라.”고 떠벌렸습니다. 베드로의 입장에서는 이 여자가 야속할 겁니다. 무슨 감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계속 따라다니면서 베드로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니까요.

처음에 베드로에게 말을 걸었던 여종과 지금 두 번째로 베드로를 거론한 여종이 마가복음에서는 동일인으로 나오지만 마태복음에서는 다른 여자로 나옵니다. 누가복음은 ‘다른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복음서 기자들에게는 베드로에게 말을 건 사람이 누구냐 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겠지요. 베드로가 예수님을 부인했다는 사실만 중요했습니다. 복음서 기자들은 나름으로 자유롭게 예수님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대제사장의 뜰에서 이 여종을 만나리라는 걸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익명으로 머물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겠지요. 현대인들은 거의 이런 익명성에 숨어서 살아가는데 익숙합니다. 거대한 도시의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작은 톱니바퀴처럼 살아갑니다. 대학교에서도 학생들과 선생은 대개 공적으로만 관계를 맺습니다. 은행직원도 단지 돈을 계산해주는 대상일 뿐이지 고객과 사적인 관계를 맺지 않습니다. 익명성이 편리하긴 합니다. 무슨 짓을 해도 자기의 정체가 드러날 염려가 없으니까요.

그러나 그 익명성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언젠가는 모든 게 드러납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자기의 정체가 드러납니다. 가능하다면 모든 걸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살아가는 게 최선이 아닐는지요. 그래야 베드로처럼 수치스런 일을 당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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