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안들의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 부담없이 서로의 생각과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 되었음 합니다.

모처럼 그냥 막 써보는 글...

Views 1174 Votes 0 2009.09.14 13:4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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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이다. 너무도 모처럼 들어오는 일기장이다. 연우의 돌잔치는 깔끔하게 잘 마쳤다. 벌써 1년이라니... 정말 세월 흐름이 유수 같다. 집사람은 애 둘이 되고나니, 아직은 처녀인 친구들은 여전히 시내를 활보하며 이런 저런 자신의 생활을 하는 것이 부러운가 보더니, 이제는 요것들 둘 없이는 못살겠다고 한다. 이렇게 늙어가고, 또한 원숙해 가나보다.


삶의 무료함을 느끼는 것도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애들 때문에 정신이 없다. 내 생활이 그립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많은데, 요샌 그냥 내 생활 네 생활이 없이 그냥 함께 엉킨, 그야말로 그냥 잡탕밥처럼 산다. 하윤이 따라서 막내 요놈도 내 배위에 올라타서 말을 타면 나는 ‘아이구 사람 죽네’ 우는 소리를 내뱉지만, 이게 사는 맛인가 보다... 좀 힘들긴 해도...


지난 주 토요일은 교회 의료선교회 식사 모임이 있었다. 담임 목사님 내외, 의료선교회 총팀장이신 장로님, 그리고는 나를 비롯한 여러 분들의 집사님들과 내외분들...


목사님 내외분들은 어쩌면 지난해 교회 게시판 사건 이후로 나에게 앙금도 있었을 테지만, 따뜻한 호의로 나를 맞아 주셨다. 교회든 총회든 정치를 하시는 분은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정중하게 목사님의 악수를 받아드렸지만 왠지 어색하다. 요샌 나도 포커 페이스가 많이 늘었지만 그래도 아직 어설프다... 옆에 오신 다른 집사님들도 목사님의 악수를 받는데, 굉장히 감격한 느낌이다... 교황 손 잡는 그런 분위기가 연출이 된다... 


총팀장이신 장로님 내외분들은 巨富답게 아주 우아하시고 교양도 있었다. 거의 목사님의 오른팔이라고 할 수 있겠지. 목사님은 이 두 분이 바울의 사역을 도왔던 브리스퀼라와 아퀼라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이번에 교회 부지 사는데도 거금을 쾌척하셨지... 


음식은 최고급 한정식 레스토랑답게 엄청나게 맛있었다. 역시나 돈 많은 사람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평상시에 대충 먹는 짜장면도 동네 짜장면 집에서는 드실 분들은 아니겠지... 찌개가 나와도 숟가락 집어 넣어서 드시는 법이 없이 자기 것 자기 그릇에 담아 드시는 우아하신 분들이니까...


이런 저런 덕담들이 오갔다. 교양 있는 분들은 목소리, 단어 선택도 다르다... 목사님은 항상 설교하시면 신앙인격에 걸맞은 교양을 말씀하시는데, 이 분들을 두고 하시는 말씀이시구나... 그리고 장로 직에 걸맞지 않은 인격이 되 먹지 않은 중직자들이 있다고 호통을 치시는데, 이건 영락없는 우리 아버지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지난 해 이런 저런 문제들이 회오리 칠 때, 아버지가 홀로 최전선에 나섰다가 결국 본전도 못 찾고 그냥 끝나버렸다... 사람이 앞뒤 안가리고 대책 없이 맑아도 안 되나보다... 게다가 집에서 어머니한테 하는 모양을 보면, 그 소통 구조를 보면 이건 정말 낙제다, 낙제... 토요일 날부터 본가는 전화가 불통이다... 전화가 박살났단 이야기다... 휴... 일단 개혁도 자신에 대한 성찰이 우선되지 않으면, 또한 제대로 된 소통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면 그냥 스스로 무너지는거다... 목사님은 전보다 더 강해졌고, 더 자신만만해졌다...


홀로 독야청청하던 우리 아버지가 오히려 담임목사님에게는 면역주사가 되어버린 이 아이러니... 사람은 정말로 좀 배우고, 교양이 있고 볼일이다...


“목사님, 건강하셔야 합니다... 목사님의 건강 손실은 우리 교회의 손실입니다.”


옆에서 다들 고개를 끄덕 끄덕이면서 적극 동의하는 모양새다... 나도 동의했다... 목사님 또한 자식들의 자상한 아빠로서, 사랑하는 아내의 남편으로 쓰러지면 안되겠지... 지난번에 아프셨던 것처럼 아파서는 안되지... 그 것 더 이상도 더 이하의 감정도 아니었다... 나는... 그게 다다...


문득 지난번에 아버지를 만나러 한의원에 오셨다가 대쪽 아버지에게 완전히 심하게 닦이시고는 원장실로 넋을 잃고 나를 만나러 들어오신 모습이 너무 민망하고, 안쓰럽고, 나 자신 아버지께 화도 나고 해서 건강 상담 좀 오래 해드리고, 가정용 싸이클 문의를 하시길래 그냥 하나 괜찮은 거로 방까이 하는 셈치고 사드린 것이 기억 났다... 인간을 미워할 필요는 없었는데...


“이 번에 교회 프로젝트, 이 빚을 갚기 전에는 내 건강 신경 쓸 겨를이 없지”


그 말에 듣고 있던 장로님 내외, 집사님들은 감격하는 분위기... 우리 목사님은 중소기업 씨이오 같다... 얼굴을 들여다보노라면, 부임해서 지금까지 이루어놓은 업적들에 대해서 스스로 뿌듯하신 모습이고, 이제는 좀 누리고 싶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어차피 교회도 인간들이 모여서 하는 작은 정치라면 그렇기도 하겠지...


목사님은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 줄줄줄 늘어놓는다... 어릴 때 힘들었던 이야기, 촌놈이 성공해서 미국과 외국을 간 이야기... 이런 저런 음식 먹은 이야기... 누구 만난 이야기... 정말 가슴 속에서 하고 싶었던 성공담이었을 것이다... 이게 다 예수 믿고나서 하나님 축복 받은 것이라는 결론으로 맺어지고, 다들 적극 공감하는 분위기...


그러면서 거부 장로님의 사모님인 권사님이 낭랑한 목소리로 자신의 간증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러면서 목사님에 대한 칭송까지... 역시 교양이 팍팍 느껴진다...  


목사님은 척척 박사다... 집사님, 장로님, 권사님들이 묻는 질문에 대해서 한 치의 주저함도 없는 단호한 대답이 척척 나온다... 하나님과 직통하시는 분이고, 예수와 호형호제 하면서 영계를 들락날락 하시는 분이실테니 그럴 수 밖에... 


그런데 난 왠지 그 속에 어울리지 못하고 겉도는 것만 같았다. 그냥 가끔씩 의미 없는 웃음, 때로는 타이밍이 늦은 웃음으로 화답할 뿐, 열심히 음식만 먹고 있었다...


다들 담임 목사님의 주도권 안에 있구나...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있고 싶어 한다’... 목사님은 휴대폰을 받는 목소리조차도 근엄하다... 목사님이 내뱉는 말은 그 것이 별 의미가 없는 말이라도 그 목소리에 한 번 담겨졌다가 나오면 굉장히 있어 보인다... 목사님이 풍기는 그 분위기, 그 아우라 속에만 들어 있으면 모든 일이 잘 되고, 여러 가지 위험에서 보호되고, 천당으로 쑥 빨려 올라갈 것만 같다... 목사님도 그 분위기를 즐기는 듯하다... 


인간들은 그 분위기에 도취되고 싶어 한다... 그리고 거기에 의지하는 것이 인간인가보다... 이 것이 ‘쇼’ 라고 해도 상관이 없다... 그냥 당신은 그렇게만 있어달라... 무의식은 그렇게 외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난 왠지 벌거벗은 임금님 주위에서 그 임금님의 옷이 너무나 아름답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여서 뭔가를 이미 알아버린 어린아이 같다...


재밌는 건, 그렇게 내세, 천국의 소망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사는 아이러니하게도 ‘이땅’ 이다... 목사고 장로고 집사고 뭣이고 할 것 없이 “무엇을 먹고 마실까 입을까 어디에 살까” 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다들 쪼들리는 사람들은 내가 아는 한에는 없다...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내세 또한 이 땅의 풍요와 배부름을 죽어서도 이어가고픈 무의식적 욕망의 표출인 듯하다... 삶의 진정한 가치나 아름다움... 등등의 이야기는 어디 먼 나라의 이야긴 듯 하다...


암튼 그렇게 식사 모임은 끝이 났다... 식사를 대접해주신 장로님께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고, 집에 가는 길이 같아서 목사님은 내가 모셔다 드려야 했다... 차에 타고 그럭저럭 분위기를 잡고 가는데, 목사님과 사모님은 미국에서 잘된 자식들 자랑에 침이 마른다... 나는 그냥 맞장구를 쳐드렸다... 목사님은 일생동안 쌓아올린 자신만의 “거탑”이 너무도 좋은가보다... 교회도... 자식도... 명예도... 찬사도...


교회 앞에 내려다 드리고, 나는 집으로 향했다... 너무 우스웠다... 그냥 헛웃음이 나왔다... 갑자기 내 자신은 나에게 이렇게 묻고 있었다...

' 넌 언제까지 맞지도 않는 옷 억지로 껴입고 살듯이 이렇게 살 거냐??? 네가 생각해도 한심하지???' 

빨리 집에 가서 하윤이랑 연우랑 배에 말이나 태워줘야겠다는 생각만 간절했다...



신완식

2009.09.14 14:24:59
*.112.168.181

이른 아침에 이 글 읽었습니다.
한 사람 목회자로서 제 자신을 돌아다 볼 수 있게 되는군요.
많이 고마운 글입니다.
최근 저도 장로 친구랑 통화한 적이 있어요.
평신도들은 목회자들이 하자는 대로 할 때가 있어도
그게 옳지 않은 일이라면 속으로 많이 불편해 한다는 군요.
비록 입으로 말은 안 해도...
첫날처럼 님 말씀이 제게 소중한 거울이 되었습니다.
애들 잘 키우세요...
남는 게 사진과 애들이니깐두루...

첫날처럼

2009.09.14 16:05:34
*.54.79.126

요샌 혼자만의 의로움, 분노 속에서 실상은 같이 동화되어 간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요... 차라리 감정에 치우치지 않는 정확하고 솔직한 눈이 더 오래가겠다는 생각이 든답니다... 그 눈이 있어야 변하지 않겠죠... 그냥 분노과 자칭 의로움은 그냥 나 자신을 또 하나의 굳은 등걸이 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되지 않을까 많이 조심이 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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